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푸른 남해 바다를 가장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통영 앞바다에 자리한 대매물도를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에 속한 대매물도는 소매물도의 모섬이자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섬으로, 최근 ‘섬 전체가 하나의 트레킹 코스’라는 입소문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매물도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안 절벽과 숲길, 바다와 초지, 작은 섬마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풍경 속을 직접 걸으며 남해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남해 절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군봉
대매물도 해품길에서 가장 먼저 손꼽히는 장소는 단연 장군봉 전망대다. 섬 중앙부를 따라 오르다 정상 부근에 서면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특히 날씨가 맑은 날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과 기암괴석 절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남해 최고의 전망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다만 이곳은 아름다운 풍경만 품은 장소는 아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군사시설 구축을 위해 주민과 광부들을 강제 동원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장군봉 인근에는 당시 파낸 인공 동굴이 남아 있어 섬의 역사까지 돌아볼 수 있다.
가장 슬픈 이름을 가진 절경, 꼬돌개
해품길을 걷다 보면 이름부터 낯선 꼬돌개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대매물도에서도 가장 사연이 깊은 장소다.
1810년 무렵 첫 이주민들이 정착했지만 괴질로 모두 세상을 떠났고, 이후 ‘모두 쓰러졌다’는 의미가 담긴 꼬돌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꼬돌개는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 명소 중 하나다.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풍경 속에 깃든 시간의 무게가 묘한 울림을 남긴다.
섬인데도 초원이 펼쳐지는 독특한 풍경
대매물도의 또 다른 매력은 섬답지 않은 초지 풍경이다. 숲길을 지나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넓은 풀밭과 바다가 동시에 펼쳐진다.
과거 주민들이 경작했던 밭이 자연스럽게 초지로 바뀌었고, 최근 소나무 재선충 피해 이후 시야가 더 넓게 열리면서 오히려 풍경의 깊이가 커졌다.
바위 절벽과 푸른 초원, 짙은 남해 바다가 겹쳐지는 장면은 흔히 보는 섬 풍경과는 결이 다르다.
절벽 끝에 자리한 대항마을
해품길 후반부에는 절벽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항마을을 만나게 된다. 마을은 바다 바로 위에 떠 있는 듯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최근에는 폐교 운동장을 리모델링한 캠핑장이 인기를 끌면서 조용히 머물다 가는 여행객들도 늘고 있다. 화려한 상업시설 대신 오래된 골목과 작은 집들, 항구 풍경이 남아 있어 섬 본래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3시간 30분, 천천히 걸어야 더 좋다
대매물도 해품길은 총 6.5km 정도이며 평균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30분이다. 난이도는 중간 정도다. 가장 추천되는 코스는 대매물도항에서 출발해 당금마을 전망대, 장군봉, 꼬돌개, 대항마을을 지나 다시 대매물도항으로 돌아오는 순환형 동선이다.
오르막과 바위길이 있어 운동화는 필수이며, 여름철에는 햇볕이 강해 모자와 물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배편은 통영 여객선터미널과 거제 저구항 두 곳에서 이용 가능하지만, 시간을 아끼려면 거제 저구항 출발이 효율적이다. 통영항은 비진도를 경유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므로 일정에 맞춰 항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매물도는 빠르게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지보다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음미해야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섬이다. 이번 주말, 남해 바람을 따라 한 걸음씩 걸으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아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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