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산토리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섬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 에게해 남쪽, 키클라데스 제도에 자리한 이 섬은 이름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가 됐다. 하얀 집, 푸른 돔, 절벽 위 마을, 칼데라를 향해 열린 테라스, 해질녘 붉게 물드는 바다. 산토리니는 여행 설명보다 사진 한 장으로 먼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이다.
서울국제관광전 현장에서 만난 타소스 코니다리스(Tasos Konidaris) 산토리니 시정부 특별자문관은 산토리니가 한국 여행자와 더 가까이 만나야 할 이유를 이야기했다. 산토리니의 공식 행정명으로 쓰이는 티라(Thira)는 고대부터 사용된 이름이며, 오늘날 산토리니를 관할하는 지방정부 명칭도 Municipality of Thira다. 국제 관광시장에서는 산토리니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지만, 행정적으로는 티라가 산토리니의 공식 이름으로 함께 사용된다.
산토리니의 성공은 대규모 광고비나 복잡한 캠페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물론 산토리니는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세계 여행자의 마음속에 각인된 방식은 매우 현대적이었다. 절벽 위 하얀 건물과 푸른 지붕, 에게해의 석양을 담은 사진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타고 퍼지면서 산토리니는 ‘언젠가 꼭 가봐야 할 섬’이 됐다. 산토리니는 사진이 여행지를 만든 시대의 상징이다.

코니다리스 특별자문관은 “산토리니에는 꼭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여행자가 산토리니를 찾는 길도 더 현실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스탄불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직항편이 있다. 한국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산토리니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산토리니는 여전히 장거리 목적지지만, 유럽과 튀르키예 허브를 활용하면 산토리니까지 가는 동선은 더 다양해진다.
산토리니는 세계적으로 이미 강력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 여행시장에서는 여전히 더 깊게 소개될 여지가 많다. 많은 한국 여행자에게 산토리니는 신혼여행, 인생사진, 석양의 섬으로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산토리니의 매력은 사진 명소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화산이 만든 칼데라 지형, 고대 아크로티리 유적, 검은 모래 해변, 산토리니 와인, 에게해를 바라보는 식탁, 피라와 이아의 골목, 이메로비글리의 조용한 전망까지 여행의 층위가 깊다.
사진이 여행지를 만든 시대의 상징
산토리니의 풍경은 지형에서 나온다. 거대한 화산 활동이 만든 칼데라는 섬을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극적인 자연의 무대로 바꿔놓았다. 절벽 위 마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산토리니가 왜 세계적 여행지가 됐는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바다와 하늘, 하얀 건물과 검은 화산암, 노을빛이 한 장면 안에 들어온다.
산토리니는 사진 한 장이 여행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강하게 보여준 목적지다. 하얀 건물과 푸른 돔은 산토리니의 건축적 상징을 넘어, 세계인이 공유하는 여행 이미지가 됐다. 사람들은 산토리니를 먼저 사진으로 만났고, 그 사진은 실제 여행의 욕망으로 이어졌다. 이 점에서 산토리니는 현대 관광 마케팅의 가장 인상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한국 여행자에게도 산토리니의 이미지는 강하다. 실제로 가본 사람보다 사진으로 먼저 기억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산토리니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감정을 먼저 만들고, 그다음 여행 계획을 부르는 섬이다. 한국시장에 산토리니가 가진 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지는 강하고,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이미지를 실제 여행 일정과 체류 경험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크루즈 방문객을 관리하는 섬
그러나 오늘의 산토리니가 강조해야 할 것은 단순한 인기만이 아니다. 세계적 인기는 늘 또 다른 과제를 만든다. 산토리니는 오랫동안 오버투어리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크루즈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날이면 섬의 골목과 전망대, 항구와 교통이 큰 부담을 받았다.
코니다리스 특별자문관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하루 2만 명, 1만8천 명, 1만5천 명의 크루즈 방문객이 들어오기도 했다”며 “지금은 크루즈선에서 들어오는 방문객을 하루 8,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berth allocation system, 즉 크루즈 입항 배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날짜에 크루즈선이 몰리지 않도록 입항 일정을 나누고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산토리니가 단순히 많은 사람을 받는 목적지가 아니라, 더 나은 방문 경험을 만들기 위해 관리되는 여행지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여행자는 더 쾌적하게 섬을 경험하고, 지역사회는 갑작스러운 혼잡을 줄이며, 목적지는 장기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지켜갈 수 있다. 산토리니가 세계적 명성을 유지하려면 아름다움만큼이나 관리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당일 방문보다 3~4일 체류가 어울리는 섬
한국 여행자에게도 이 변화는 중요하다. 산토리니는 당일치기처럼 찍고 지나가는 섬보다, 며칠 머물며 느낄 때 더 좋은 여행지다. 코니다리스 특별자문관은 한국 여행자들이 보통 산토리니에서 “3~4일 정도” 머문다고 말했다. 이 정도 일정이면 피라와 이아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섬의 여러 얼굴을 천천히 만날 수 있다.
산토리니의 대표 장면은 이아의 석양이다. 하지만 산토리니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석양만으로는 부족하다. 피라에서 이메로비글리로 이어지는 칼데라 전망길, 아크로티리 유적, 페리사와 카마리의 검은 모래 해변, 화산섬과 온천 투어, 산토리니 와이너리, 작은 마을의 식당과 카페가 함께 이어져야 한다. 산토리니는 풍경을 찍는 곳이면서 동시에 며칠의 시간을 들여 머무는 섬이다.
특히 산토리니 와인은 더 깊게 소개될 가치가 있다. 화산성 토양과 건조한 기후, 강한 바람은 산토리니만의 포도 재배 문화를 만들었다. 포도나무를 바구니처럼 낮게 키우는 전통 방식은 거친 자연에 적응한 섬의 지혜를 보여준다. 한국 여행자에게 산토리니는 사진의 섬으로 알려졌지만, 앞으로는 와인과 미식, 섬 체류형 휴양까지 함께 소개될 수 있다.
한국시장과 더 가까워지는 산토리니
산토리니가 한국시장에서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이미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고, 사진을 본 사람은 더 많다. 문제는 그 이미지가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산토리니는 한국 여행자에게 ‘가보고 싶은 곳’에서 ‘계획할 수 있는 여행지’로 넘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항공 동선, 체류 일정, 시즌 선택, 혼잡을 피하는 방법, 산토리니 안에서의 이동, 주변 섬과의 연결, 아테네와의 조합을 더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코니다리스 특별자문관은 한국 미디어와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한 프레스 트립과 팸트립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여러 나라의 기자와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산토리니에 와서 2~3일 머물며 섬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쓴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에서도 이런 방식의 직접 경험이 필요하다. 산토리니는 사진으로 강력한 목적지이지만, 현장에서 며칠 머물며 보고 쓰는 기사와 콘텐츠는 단순한 이미지보다 더 깊은 설득력을 갖는다.
산토리니의 사례는 한국 여행업계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여행지는 때로 거대한 설명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먼저 움직인다. 그러나 그 사진이 여행으로 이어지려면, 그 뒤에 정확한 정보와 체류 경험, 좋은 동선이 따라야 한다. 산토리니가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이유는 이미지의 힘이었지만, 앞으로 산토리니가 지켜야 할 것은 그 이미지를 실제 여행 만족도로 연결하는 일이다.
산토리니에서 시작되는 그리스 여행
그리스 전체 여행에서도 산토리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아테네와 산토리니를 연결하는 클래식 일정,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를 묶는 에게해 섬 여행, 산토리니와 크레타를 연결하는 장기 체류형 일정, 메테오라와 고대 유적을 포함한 문화여행까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기사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산토리니다. 산토리니는 그리스 여행의 상징이면서, 한국 여행자가 가장 먼저 꿈꾸는 에게해의 섬이다.
내일의 한국시장에서는 산토리니를 단순히 ‘예쁜 섬’으로만 소개해서는 부족하다. 산토리니는 사진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섬이고, 지금은 그 인기를 더 잘 관리하며 체류형 여행지로 나아가고 있다. 크루즈 방문객을 조정하고, 방문 흐름을 나누고, 섬에 머무는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국제관광전에서 만난 코니다리스 특별자문관의 말에서 확인한 것은 산토리니가 한국시장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다. 산토리니는 이미 세계가 아는 이름이다. 하지만 한국 여행자에게는 아직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사진 속 하얀 마을과 푸른 돔 너머에는 화산섬의 지형, 와인의 역사, 마을의 생활, 크루즈 관광을 관리하려는 시도, 그리고 며칠 머물러야 비로소 보이는 섬의 시간이 있다.
산토리니는 사진 한 장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섬이다. 이제 한국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 사진 속으로 들어가, 섬의 빛과 바람과 시간을 직접 경험하는 일이다. 산토리니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을 더 오래 지키기 위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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