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수타사는 사찰 하나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니다. 공작산 자락의 숲, 계곡, 문화재, 산책길이 한 번에 이어지는 강원 내륙의 산사 여행지다. 대적광전 앞마당에 서면 천년고찰의 시간이 느껴지고, 사찰을 지나 산소길로 들어서면 계곡 물소리와 숲의 공기가 여행자의 걸음을 늦춘다.
수타사는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영귀미면 수타사로 473에 자리한다. 공작산은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모습을 닮았다고 전해지는 산이다. 이 산자락에 안긴 수타사는 강원 동부권의 이름난 고찰로, 사찰과 계곡, 생태숲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당일치기 산책 여행지로도 좋다.
수타사의 역사적 깊이는 문화재에서 먼저 드러난다.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은 대적광전이다. 홍천 수타사 대적광전은 2024년 2월 28일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 불전이다. 화려하게 눈길을 끄는 관광 시설은 아니지만, 산사의 중심 공간에서 조선 불전 건축의 차분한 힘을 보여준다.

수타사에는 기록유산도 남아 있다. 월인석보 권17~18은 수타사 인왕문 사천왕상 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물로 지정된 귀중한 한글 불교 전적이다. 세종의 월인천강지곡과 세조 때 편찬된 석보상절의 흐름을 잇는 자료로, 우리 문자와 불교 문화사를 함께 살필 수 있는 유산이다. 수타사 동종 역시 보물로 지정돼 사찰의 문화재적 가치를 더한다.
그러나 수타사의 매력은 문화재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찰 주변으로 이어지는 수타사 산소길이 이곳 여행의 또 다른 중심이다. 수타사 산소길은 공작산생태숲교육관에서 시작해 수타사, 공작산생태숲, 귕소 출렁다리, 용담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3.8km 순환 산책로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한 길이라, 산행보다 산책에 가깝다.
이 길의 장점은 부담이 적다는 데 있다. 급한 오르막보다 완만한 숲길과 계곡길이 이어지고, 걷는 동안 물소리와 숲 그늘이 함께한다. 강원 산길이라고 해서 등산 장비를 갖춰야 하는 코스가 아니라, 편한 운동화와 물 한 병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부모님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에게도 무리가 적다.
산소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지점은 귕소다. 귕소는 계곡물이 오랜 시간 바위를 깎아 만든 웅덩이형 지형으로, 이름처럼 여물통을 닮은 독특한 형태를 보여준다. 주변에는 출렁다리와 숲길이 이어져 짧은 산책 안에서도 풍경의 변화가 뚜렷하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이 길이 왜 산소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공작산생태숲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수타사 일대의 청정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조성된 생태 공간으로, 숲 해설과 산림 치유형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시기도 있다. 사찰 탐방 후 곧장 돌아서기보다 생태숲과 산소길을 함께 걸으면 수타사 여행의 밀도가 훨씬 높아진다.
여름에는 수타계곡의 청량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한낮의 햇볕이 강해도 숲길 안으로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진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라 물소리가 가까이 있고, 나무 그늘이 길게 드리운다. 다만 계곡 주변은 지면이 고르지 않은 곳이 있어 슬리퍼보다 운동화가 안전하다. 비가 온 뒤에는 미끄러운 구간이 생길 수 있으므로 더 조심해야 한다.
수타사 여행은 천천히 머무를수록 가치가 살아나는 공간이다. 사찰만 빠르게 보고 돌아서면 수타사의 절반만 본 것이다. 대적광전과 문화재를 보고, 산소길을 걸어 귕소와 용담까지 다녀와야 이곳의 매력이 완성된다.
사진을 찍기 좋은 시간은 오전이다. 사찰 마당에는 빛이 부드럽게 들어오고, 숲길은 한낮보다 걷기 편하다. 산소길은 전체 길이가 길지 않지만 계곡과 숲이 이어지는 야외 코스이므로 물과 모자, 가벼운 겉옷을 준비하면 좋다. 여름철에는 벌레 기피제도 도움이 된다.
주변 여행지와 묶는 동선도 좋다. 수타사와 산소길을 오전에 걷고, 홍천읍이나 영귀미면 일대에서 식사를 한 뒤 홍천강, 팔봉산, 무궁화수목원, 홍천 로컬 카페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강원 내륙의 자연 여행을 원한다면 수타사는 부담 없이 첫 목적지로 잡기 좋다.
최근 국내 여행은 멀리 이동하는 대형 관광보다 짧고 깊게 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수타사는 좋은 답이 된다. 천년고찰의 정적, 국가유산의 깊이, 공작산 숲의 맑은 공기, 계곡을 따라 걷는 3.8km 산소길이 한곳에 모여 있다. 강원 홍천에서 조용히 걷고 쉬고 싶다면, 수타사는 여전히 가장 단단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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