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A 광고전, 여행시장의 입구가 바뀌고 있다

글로벌 OTA의 한국시장 경쟁은 단순한 항공권·호텔 할인전이 아니다. 여행자가 검색창에 들어오는 순간을 선점하고, 앱과 콘텐츠, 쿠폰, 광고 데이터를 반복 회수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국내 여행사는 상품을 팔지만, 플랫폼은 여행을 찾는 경로 자체를 산다. 여행시장의 주도권은 첫 화면에서 갈리고, 그 화면을 누가 오래 차지하느냐가 다음 경쟁의 기준이 되고 있다.

글로벌 OTA 광고전과 여행 검색 첫 화면 경쟁
글로벌 OTA의 경쟁은 할인 가격보다 검색 결과, 앱 체류, 콘텐츠 잔존성, 데이터 회수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정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T플랫폼의 광고가 무서운 이유는 할인율보다 잔존성에 있다. 오늘 집행한 광고는 하루짜리 노출로 끝나지 않는다. 여행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와 검색 결과, 제휴 콘텐츠, 인플루언서 영상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 사이트의 힘이 커질수록 과거 광고는 다시 노출되고, 다시 클릭된다. T플랫폼은 바로 그 지점을 사고 있다. 단기 예약을 넘어 여행 소비자가 검색창에 들어오는 첫 관문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국내 여행시장에서 글로벌 OTA의 존재감은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항공권을 검색하면 가격 비교 플랫폼이 먼저 뜨고, 호텔을 찾으면 글로벌 예약 사이트가 앞자리를 차지하며, 현지 투어와 액티비티는 앱 안에서 쿠폰과 리뷰, 추천 알고리즘을 따라 움직인다. 과거 여행사의 경쟁이 좋은 상품을 누가 먼저 만들고, 좋은 좌석을 누가 확보하고, 어느 지면에 광고를 내느냐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경쟁은 소비자가 여행을 떠올린 뒤 처음 만나는 화면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T플랫폼은 한국 시장에서 항공·호텔·액티비티를 한꺼번에 묶은 대형 프로모션을 반복해왔다. 항공권 초저가 메시지, 호텔 깜짝딜, 앱 전용 쿠폰, 액티비티 할인은 표면적으로는 가격 경쟁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조를 들여다보면 핵심은 단순한 할인 판매가 아니다. 특정 시즌에 강한 가격 메시지를 던지고, 그 메시지를 검색광고와 언론 노출, 제휴 콘텐츠, 인플루언서 영상, 앱 푸시와 연결하면서 여행 소비자가 다음 검색에서도 같은 플랫폼을 떠올리게 만드는 방식이다. 가격은 입구이고, 목적지는 데이터와 반복 방문이다.

여행 플랫폼 광고와 예약 전환 구조
플랫폼은 항공권 한 건의 예약보다 앱 유입, 고객 데이터, 재구매 동선을 함께 관리한다.

국내 여행사는 본질적으로 상품을 만드는 회사다. 항공 좌석을 잡고, 호텔과 지상비를 계산하고, 인솔자와 현지 랜드사를 붙이며, 일정표와 판매가를 만든다. 이 과정에는 리스크가 있다. 좌석을 확보하면 미판매 부담이 생기고, 원가가 오르면 마진이 줄어들며, 광고를 많이 하면 판매 이익이 사라진다. 광고는 상품 판매 뒤에 붙는 비용이고, 마진이 남아야 집행할 수 있는 지출이다.

반면 글로벌 OTA는 광고를 비용으로만 보지 않는다. 광고는 고객 획득 비용이자 데이터 확보 비용이며,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이용자를 여러 상품군으로 회전시키는 출발점이다. 항공권으로 들어온 고객은 호텔로 이동할 수 있고, 호텔 예약 고객은 렌터카·액티비티·공항픽업·eSIM·보험·현지 교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행사는 한 건을 팔아야 살아남지만, 플랫폼은 한 번 들어온 고객을 계속 돌릴 수 있다. 이 차이가 광고비의 체력을 가른다.

글로벌 OTA의 규모를 보면 이 경쟁이 왜 단순한 가격 싸움이 아닌지 더 분명해진다. B홀딩스는 숙박 예약과 메타서치, 레스토랑 예약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대급 여행 플랫폼 그룹이고, E그룹은 항공·호텔·패키지·렌터카·대체숙박을 포트폴리오로 묶는다. Hotels.com은 독립된 경쟁자라기보다 E그룹 안에서 움직이는 숙박 브랜드로 봐야 한다. A플랫폼은 숙박공유에서 출발했지만 체험, 서비스, 부티크 호텔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T플랫폼은 항공·호텔·패키지·기업출장과 검색 자산을 결합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2025년 공개 실적 기준으로 B홀딩스는 총예약액 1,861억 달러, 매출 269억 달러를 기록했고, 마케팅비만 81억 달러를 넘겼다. E그룹도 총예약액 1,196억 달러, 매출 147억 달러 규모였으며, 직·간접 판매마케팅비를 합치면 81억 달러대에 이른다. A플랫폼은 총예약가치 913억 달러, 매출 122억 달러, 판매마케팅비 25억 달러대의 체력을 보유했다. T플랫폼은 2025년 매출 89억 달러, 판매마케팅비 21억 달러 수준이다. 이 숫자는 국내 여행사가 광고비로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여행사와 글로벌 플랫폼 경쟁 구도
국내 여행사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지만, 글로벌 플랫폼은 여행자가 상품을 찾는 길목까지 확보한다.

국내 대형 패키지 여행사의 실적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선명하다. 한 국내 대형 여행사의 2025년 매출은 2,106억 원, 영업이익은 약 75억8,000만 원 수준이었다. 이 회사가 약 7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기기 위해 상품 기획, 항공 좌석, 현지 운영, 판매 채널, 고객 응대, 취소·환불 리스크를 모두 관리해야 했다면, 글로벌 플랫폼은 수조 원대 마케팅 예산을 고객 유입과 검색 점유율, 앱 체류 시간 확대에 투입한다. 같은 여행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체급과 다른 수익 회수 구조가 맞붙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여행사의 상대는 더 이상 옆 여행사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A여행사가 유럽 상품을 299만 원에 내면 B여행사는 289만 원으로 맞추고, 홈쇼핑 편성과 신문 광고, 대리점 판매망으로 경쟁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가 “오사카 항공권”, “다낭 호텔”, “유럽 패키지”, “후쿠오카 액티비티”를 검색하는 순간부터 글로벌 플랫폼과 만난다. 여행사는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경쟁하지만, 플랫폼은 그보다 앞선 검색 결과와 가격 비교 화면, 앱 알림, 리뷰 콘텐츠에서 먼저 기다린다.

광고의 성격도 달라졌다. 국내 여행사의 광고는 대개 특정 상품과 특정 출발일을 팔기 위한 캠페인이다. 출발일이 지나면 광고의 수명도 끝난다. 그러나 플랫폼 광고는 다르다. “항공권 특가”, “호텔 할인”, “여행 쿠폰”, “현지투어 추천” 같은 키워드는 캠페인이 끝나도 검색 자산으로 남는다. 제휴 콘텐츠는 검색 결과에 남고, SNS 영상은 알고리즘을 타고 다시 노출되며, 앱 설치 고객은 다음 시즌에 다시 호출된다. 광고가 단기 매출을 넘어서 장기 유입 경로로 남는 것이다.

B홀딩스의 강점은 숙박 검색의 압도적 규모와 브랜드 포트폴리오다. E그룹은 Expedia, Hotels.com, Vrbo를 묶어 호텔과 패키지, 대체숙박을 동시에 밀 수 있다. A플랫폼은 ‘현지에 머문다’는 감성 자산을 바탕으로 숙박을 넘어 경험과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T플랫폼은 항공권과 호텔을 동시에 움직이며, 아시아 여행 수요와 모바일 프로모션에 강한 속도를 보인다. 이름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이들은 여행상품 하나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여행자가 여행을 찾기 시작하는 입구를 차지하려는 회사다.

국내 여행업계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특정 플랫폼의 공세가 아니라 경쟁 방식의 변화다. 좋은 상품은 여전히 중요하다. 패키지 여행은 항공, 호텔, 현지 일정, 안전 관리, 인솔 서비스, 돌발 상황 대응이라는 복합 서비스를 요구한다. 플랫폼이 모든 여행을 대체할 수는 없다. 특히 장거리 패키지, 중장년층 여행, 테마 여행, MICE, 기업 인센티브, 특수 목적 여행에서는 여행사의 기획력과 현장 운영력이 여전히 강한 경쟁력이다. 문제는 그 상품을 소비자가 발견하는 경로가 이미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국내 여행사는 상품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색 자산, 콘텐츠 자산, 고객 데이터, 재방문 동선을 함께 쌓아야 한다. 여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미디어, 블로그, 뉴스레터, 유튜브, 카카오 채널, 지역·테마별 검색 콘텐츠는 단순 홍보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남는 유입 자산이 돼야 한다. 오늘 만든 상품이 오늘 팔리고 끝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오늘 만든 콘텐츠가 6개월 뒤에도 검색되고 1년 뒤에도 예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OTA의 한국시장 확대를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이 무엇을 사고 있는지는 정확히 봐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항공권과 호텔을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여행 소비자가 검색하는 첫 화면과 앱 안에서 머무는 시간, 다음 예약으로 이어지는 데이터를 사고 있다. 국내 여행사가 이 변화를 상품 가격 경쟁으로만 읽으면 대응은 늦어진다. 앞으로의 승부는 누가 더 싼 상품을 내놓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 싸움에서 국내 여행사의 상대는 더 이상 옆 여행사가 아니다. 글로벌 OTA는 상품 가격만이 아니라 검색 결과, 앱 체류 시간, 광고 잔존성, 데이터 회수 구조로 경쟁한다. 여행사는 한 건을 팔아야 살아남지만, 플랫폼은 한 번 들어온 고객을 계속 돌린다. 한국 여행시장의 다음 주도권은 상품을 누가 더 잘 만들었느냐보다, 소비자가 여행을 검색하는 첫 화면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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