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름여행 예약 1위, 베트남·일본 밀어낸 이유…옌타이·은시가 뜬다

무비자 효과와 고환율 부담 속 산둥 해안 도시 옌타이, 후베이 협곡 여행지 은시 재조명

여름 해외여행지로 다시 주목받는 중국 옌타이와 은시 여행
고환율과 무비자 효과 속에서 중국이 올여름 한국인 근거리 해외여행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올여름 해외여행 시장에서 중국이 다시 전면으로 올라왔다. 일본과 베트남, 동남아 휴양지가 한국인의 여름 성수기 여행을 이끌어왔지만, 올해는 흐름이 다르다. 고환율로 장거리 여행 부담이 커지고, 중국 무비자 입국 효과가 맞물리면서 가까운 중국 도시들이 다시 선택지에 들어왔다. 항공 이동 시간이 짧고, 현지 체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예전보다 입국 절차가 간소해졌다는 점이 여름 여행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모두투어가 7월 18일부터 8월 8일까지 출발하는 여름 성수기 해외여행 상품 예약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전체 예약 비중 27.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동남아와 일본, 몽골이 뒤를 이었고, 유럽과 미주·남태평양 등 장거리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에 머물렀다. 올여름 여행자가 원하는 것은 멀리 가는 여행보다 일정이 짧고 비용 부담이 낮은 실속형 여행이라는 점이 뚜렷해진 셈이다.

중국 여행의 회복에는 무비자 효과가 크다. 과거 중국 여행은 비자 발급 절차가 심리적 장벽이었다. 패키지여행을 이용해도 여권과 사진, 신청서류를 준비해야 했고, 자유여행객에게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에 대한 중국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주말 단기여행, 가족여행, 골프·미식·자연여행 상품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중국은 원래 가까웠지만, 절차가 줄어들면서 다시 갈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

산둥성 옌타이 봉래각과 해안 절벽 풍경
옌타이 봉래각은 산둥반도 해안 풍경과 고전 누각이 어우러지는 대표 명소다.

다만 중국 여행이 다시 뜬다고 해서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장가계 같은 기존 목적지만 반복할 필요는 없다. 중국은 도시와 자연, 해안과 산악, 고대 유적과 현대 소비문화가 함께 있는 거대한 여행지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대도시를 벗어나면 여름에 더 어울리는 해안 도시와 고원성 협곡 여행지가 있다. 그중 산둥성 옌타이와 후베이성 은시는 올여름 중국 여행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목적지로 꼽을 만하다.

산둥반도 북동부에 자리한 옌타이는 한국에서 접근성이 좋은 해안 도시다. 칭다오가 이미 한국인에게 익숙한 맥주와 해변의 도시라면, 옌타이는 조금 더 조용한 해안 풍경과 와인, 역사 유적을 함께 갖춘 도시다. 여름의 옌타이는 바다를 앞에 둔 산책, 해안 절벽 위의 누각, 항구 도시 특유의 개방감이 어우러진다. 한국 여행자에게는 아직 칭다오만큼 대중적이지 않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성수기 인파를 피해 다른 산둥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옌타이를 대표하는 명소는 봉래각이다. 봉래는 중국 고전 속 신선 세계와 연결되는 상징성이 강한 지명으로, 봉래각은 바다를 내려다보는 누각과 성벽, 해안 풍경이 어우러진다. 맑은 날에는 바다와 하늘, 절벽과 누각이 겹치며 산둥 해안 여행의 고전적인 장면을 만든다. 봉래각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중국 해양 문화와 신선 사상, 해안 방어의 역사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장소다.

옌타이 장유 와인문화박물관과 중국 와인 여행
옌타이는 중국 근대 와인 산업의 중심지로, 장유 와인문화박물관이 대표적인 체험 명소로 꼽힌다.

옌타이의 또 다른 강점은 와인이다. 옌타이는 중국 근대 와인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으며, 장유 와인문화박물관은 도시 여행의 중요한 실내 콘텐츠다. 여름 성수기 여행에서 실내 박물관과 와인 저장고 투어는 더위를 피하면서도 지역의 산업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안 도시 여행이 바다 산책과 해산물 식사로만 끝나지 않고 와인과 박물관, 카페와 미식으로 이어진다면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자연 경관을 원하는 여행자에게는 후베이성 은시가 다른 대안이 된다. 은시는 장가계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 덜 알려졌지만, 협곡과 카르스트 지형, 산악 풍경을 갖춘 내륙 자연 여행지다. 여름철에는 해안 휴양지보다 산과 계곡을 찾는 수요도 커진다. 더위와 인파를 피해 걷고, 협곡을 보고, 맑은 물 위에서 보트 체험을 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은시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은시대협곡은 은시 여행의 중심이다. 거대한 절벽, 깊은 협곡, 잔도와 전망 포인트가 이어지며 중국 내륙 자연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이곳의 매력은 단순히 중국판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수식어에 있지 않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든 절벽과 봉우리, 땅이 갈라진 듯한 지형, 폭포와 협곡이 결합된 풍경이 장시간 트레킹의 몰입감을 만든다. 다만 은시대협곡은 걷는 구간과 계단, 고도 차가 있는 여행지이므로 편한 신발과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은시에서 최근 사진 여행지로 자주 언급되는 곳은 핑산협곡이다. 물이 맑고 협곡이 좁아 보트를 타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장면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SNS에서 화제가 되는 사진만 보고 가볍게 접근하기 쉽지만, 협곡 여행은 날씨와 수량, 현지 통제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비가 많이 온 뒤에는 수위와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성수기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은시 여행은 사진 한 장보다 일정 관리와 이동 동선이 중요하다.

중국이 올여름 예약률 1위로 떠오른 것은 일시적인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다시 가까운 곳, 짧게, 실속 있게, 그러나 새롭게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여전히 강력한 목적지이고, 베트남과 동남아 휴양지는 휴양 수요를 잡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무비자와 항공 접근성, 방대한 여행지 풀을 바탕으로 다른 경쟁력을 되찾고 있다.

여행자가 주의할 점도 있다. 중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더라도 체류 가능 기간, 여권 유효기간, 입국 목적, 항공권과 숙소 예약 정보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현지 결제 환경도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다. 일부 관광지는 외국어 안내가 제한적일 수 있고, 내륙 자연 여행지는 도시 간 이동 시간이 길어 패키지 상품이나 현지 차량 이용이 더 편리할 수 있다. 중국 여행은 가까운 여행이지만, 나라의 크기와 이동 스케일은 결코 작지 않다.

올여름 중국 여행의 핵심은 다시 중국이 아니라 다른 중국이다. 상하이와 베이징, 칭다오와 장가계만 떠올리던 시선을 조금 넓히면, 옌타이의 해안과 와인, 은시의 협곡과 물길처럼 한국 여행자에게 아직 덜 알려진 장면이 보인다. 고환율 시대의 해외여행은 무조건 멀리 가는 경쟁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목적지를 선점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중국이 다시 한국인의 여름 여행 지도에 들어온 지금, 옌타이와 은시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두 개의 흥미로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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