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백양사, 단풍보다 먼저 짙어지는 6월 비자나무 숲과 계곡길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숲·쌍계루 반영·백암산 계곡을 함께 걷는 초여름 장성 여행

장성 백양사 쌍계루와 백암산 초여름 숲 풍경
장성 백양사는 가을 단풍 명소로 알려졌지만 6월에는 쌍계루, 계곡, 비자나무 숲이 어우러진 초록 산사 풍경이 돋보인다.

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전남 장성 백양사는 가을 단풍으로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그러나 백양사의 계절을 단풍 하나로만 기억하면 이 사찰이 품은 진짜 깊이를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초여름 6월의 백양사는 붉은 잎 대신 짙은 녹음이 사찰을 덮고, 쌍계루 앞 연못에는 백암산 자락과 고요한 누각이 함께 내려앉는다.

백양사는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에 자리한 천년 고찰이다. 내장산국립공원 남쪽 백암산 자락에 들어선 사찰로, 계곡과 숲, 암벽이 사찰 경내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백양사는 사찰 건축과 산림 경관이 함께 남아 있어 단순한 사찰 관광지가 아니라 숲길 여행지로도 가치가 크다.

백양사의 초여름 풍경은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사찰로 향하는 길은 빠르게 목적지로 들어가는 통로가 아니라, 계곡과 숲을 따라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 나는 산책길이다. 갈참나무와 단풍나무, 오래된 활엽수들이 길을 감싸고, 물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산사로 들어서는 분위기를 만든다.

장성 백양사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숲길
백양사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림 유산으로, 초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산책길을 덮는다.

경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장면은 쌍계루다. 연못 위에 세워진 누각과 뒤편 백학봉 암벽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이곳은 백양사를 대표하는 사진 포인트다. 가을에는 단풍 반영이 유명하지만 6월에는 초록빛 산그늘과 누각, 맑은 물빛이 차분한 산사 풍경을 만든다.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오전에는 연못가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백양사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백양사가 단순한 사찰 여행지를 넘어 산림욕 명소로 평가받는 이유는 비자나무 숲에 있다. 장성 백양사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림 유산으로, 백양사 주변에 수천 그루의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초여름에는 비자나무 특유의 짙은 녹음이 사찰 주변 숲길을 덮어 가을과는 다른 계절감을 보여준다.

비자나무는 남쪽 해안과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상록침엽수다. 백양사 일대는 비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어 식생 가치도 크다. 숲길을 걸을 때는 단순히 나무가 많은 곳으로 보기보다, 오래된 사찰과 난대성 수목이 함께 남은 산림 유산으로 바라보면 여행의 밀도가 달라진다.

장성 백양사 계곡과 약사암 전망 코스
백양사 계곡과 약사암 전망 코스는 사찰 산책에 짧은 숲길 트레킹을 더하는 여름 여행 동선이다.

사찰 안쪽으로 들어서면 대웅전과 극락보전, 사천왕문, 부도전 등 문화유산의 결도 함께 보인다. 사찰 건축만 빠르게 둘러보는 것보다 쌍계루, 대웅전, 극락보전, 부도전 순서로 천천히 이어가면 백양사의 역사성과 산사의 공간감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짧은 전망 산책을 더하고 싶다면 약사암 코스를 넣을 만하다. 백양사에서 약사암까지는 경사가 있는 숲길이 이어지지만, 무리한 산행이 아니라 백양사 전경을 내려다보는 짧은 조망 코스로 접근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한낮보다 오전 시간대가 걷기 편하고, 비가 온 뒤에는 길이 미끄러울 수 있어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가족 여행자라면 전체 산행보다 백양사 입구 산책길, 쌍계루, 경내, 비자나무 숲 일부를 묶는 동선이 무난하다. 시니어 여행자도 무리 없이 걷기 좋지만, 약사암 방향은 경사가 있어 체력에 맞춰 선택하는 편이 좋다. 사진을 찍는다면 쌍계루 반영, 백학봉 암벽, 비자나무 숲길, 계곡 물길, 사찰 처마와 초록 숲이 겹치는 장면을 나눠 잡으면 같은 백양사라도 컷이 단조롭지 않다.

교통은 자가용 이용이 가장 편하다. 목적지는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 백양사로 잡으면 된다. 대중교통은 장성역이나 정읍역, 광주권에서 버스와 택시를 연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주차 정책은 시기와 협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장성군 관광 안내나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변 여행지는 장성호 수변길, 축령산 편백숲, 황룡강, 필암서원까지 넓힐 수 있다. 백양사를 중심으로 하루 코스를 짠다면 오전에는 백양사와 비자나무 숲을 걷고, 오후에는 장성호 수변길이나 축령산 편백숲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좋다. 1박 2일이라면 담양 죽녹원, 메타세쿼이아길, 광주 양림동까지 함께 묶는 남도 숲길 여행도 가능하다.

백양사의 6월은 화려하게 소문난 계절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장점이다. 단풍철의 인파가 몰리기 전, 초록이 가장 깊어지는 계절에 백양사를 찾으면 천연기념물 숲과 계곡, 천년 고찰의 시간이 한꺼번에 열리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장성 백양사는 가을에만 빛나는 단풍 명소가 아니라, 여름이 오기 전 가장 조용하고 깊게 걸을 수 있는 남도의 숲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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