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태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서울 명동이 외국인 여행객의 숙박지로 이름이 높았던 시절은 없었다. 로얄호텔서울, 세종호텔, 퍼시픽호텔처럼 명동의 시간을 함께 건너온 호텔들이 있었지만, 명동의 힘은 화려한 대형호텔보다는 거리의 밀도에서 나왔다. 화장품 매장과 패션 점포, 환전소와 음식점, 길거리 간식과 쇼핑 동선이 한꺼번에 움직였고, 외국인 관광객은 서울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명동을 찾았다. 한때 명동은 서울 외국인 관광 소비의 가장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 위상은 오래도록 단단해 보였다. 명동은 남대문, 북창동, 다동·무교동과 함께 관광특구로 묶였고, 백화점과 면세점, 로드숍과 음식점, 명동성당과 남산으로 이어지는 도보 동선이 외국인 관광객을 붙잡았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던 시절이 있었고, 이후에는 중국 관광객, 이른바 유커가 명동 소비를 크게 밀어 올렸다. 특히 화장품 로드숍과 관광객 대상 매장은 중국 단체관광객의 발길에 기대어 빠르게 늘었다.
■ 한한령과 코로나19가 비운 명동의 거리
명동이 먼저 흔들린 것은 코로나19가 오기 전이었다. 사드 배치 이후 이어진 한한령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사실상 중단시키면서, 유커 소비에 기대던 명동 상권은 급격히 힘을 잃었다. 단체버스가 줄고, 쇼핑 동선이 끊기고, 중국어 안내와 관광객 응대에 맞춰 있던 매장들이 먼저 타격을 받았다. 명동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중국 단체관광이 끊기면서 이미 깊어지고 있었다.
코로나19는 그 위에 덮친 결정타였다. 외국인 발길이 끊기자 명동의 공실은 빠르게 늘었고, 한때 줄을 서던 골목은 한산해졌다. 간판은 남아 있는데 손님이 없는 가게가 늘었고,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매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명동의 침체는 단순한 상권 불황이 아니었다. 외국인 관광객에 크게 기대던 한국 도심 관광상권이 외부 변수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제 명동에는 다시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 거리에는 쇼핑백을 든 관광객이 늘고, 화장품과 패션, 식음 매장은 다시 외국어 안내와 관광객 응대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회복은 예전과 똑같지 않다. 중국 단체관광객이 정해진 코스를 따라 움직이던 방식만으로 명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본, 동남아, 중국 개별여행객이 섞이고, K뷰티와 음식, 생활소비, 짧은 도심 체류가 함께 움직이면서 명동의 소비 구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 눈스퀘어 7층, 리테일 공간에서 숙박시설로
눈스퀘어 퍼스트 캐빈은 이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 눈스퀘어 퍼스트 캐빈은 명동에 새 호텔 하나가 더 생기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명동 한복판 복합상업시설의 7층 전체를 기존 리테일 공간에서 숙박시설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다. 쇼핑 매장이 들어서던 공간에 일본 도심형 캐빈 호텔 브랜드가 들어오고,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몰리는 명동 상권 안에 짧은 체류 기능이 더해지는 것이다.
퍼스트 캐빈은 항공기 일등석 객실을 본뜬 캐빈형 숙박 브랜드다. 일반적인 호텔처럼 넓은 객실을 제공하는 방식도 아니고, 낡은 이미지의 캡슐호텔과도 다르다. 개인 공간은 효율적으로 줄이고, 라운지와 공용 시설을 함께 쓰는 방식으로 가격과 위치, 공간 효율을 맞춘다. 명동을 찾는 개별여행객에게는 대형 호텔보다 가볍고, 단순한 저가 숙소보다 정돈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명동의 성격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명동은 과거에도 숙박 중심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걷고, 사고, 먹고, 환전하고, 밤늦게까지 머물던 소비 상권이었다. 이제 그 소비 상권 안에 짧게 자고 다시 이동할 수 있는 숙박 기능이 붙는다. 눈스퀘어 7층이 리테일에서 숙박으로 바뀌는 일은 명동이 대형 호텔 밀집지로 변한다는 뜻이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와 체류가 한 공간 안에서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자산 운용의 관점에서도 흥미롭다. 새 호텔을 짓는 일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한번 방향을 정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반면 눈스퀘어 퍼스트 캐빈은 기존 복합상업시설의 한 층을 숙박시설로 바꾸는 방식이다. 명동의 외국인 관광 수요가 살아나면 숙박 기능으로 수익을 낼 수 있고, 시장이 다시 흔들리면 공간의 쓰임을 재조정할 여지도 있다. 장사가 안 되면 다시 리테일이나 다른 용도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도는 과감하지만 리스크를 전부 떠안는 방식은 아니다.

■ 회복은 시작됐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물론 명동의 회복을 너무 빨리 낙관할 수는 없다. 명동은 이미 한한령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린 경험이 있다. 한중관계가 다시 나빠지거나, 환율 흐름이 바뀌거나, 항공 공급이 줄거나, 중국 경기와 일본·동남아 관광객 흐름이 달라지면 명동의 회복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임대료가 다시 빠르게 오르고, 비슷한 매장만 반복되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와 강매 논란이 커져도 상권의 신뢰는 흔들린다.
그래서 지금 명동에 필요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예전처럼 중국 단체관광객만 기다리고, 화장품 로드숍과 면세 쇼핑에만 기대는 방식으로는 다음 회복을 만들기 어렵다. 쇼핑과 식음, K뷰티와 생활소비, 야간 거리와 짧은 체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에 와서 돈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다시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눈스퀘어 퍼스트 캐빈은 그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명동 한복판 상업시설 7층을 숙박시설로 바꾸는 일은 작게 보면 한 건물의 임대 전략이지만, 넓게 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온 명동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준다. 명동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다만 그 회복은 예전 명동의 반복이 아니라, 달라진 여행객과 달라진 소비 방식에 맞춰 상권의 쓰임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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