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컵 나라사전①] 스페인을 멈춘 인구 52만 섬나라… 카보베르데 여행·역사·음식 완전정리

2026 월드컵 첫 무대에서 스페인을 0-0으로 묶은 카보베르데는 인구 52만의 대서양 섬나라다. 살섬 해변과 보아비스타의 모래언덕, 민델루의 모르나 음악, 포구섬 활화산, 시다드 벨랴의 식민 역사, 카추파 음식까지 월드컵 이변 뒤에 숨어 있던 낯선 나라의 매력을 소개한다.

2026 월드컵 첫 출전국 카보베르데 대서양 화산섬 풍경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첫 출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미래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2026 북중미 월드컵 초반, 낯선 나라 이름 하나가 축구팬들의 검색창에 올라왔다. 카보베르데(Cabo Verde). 인구 약 52만 명의 이 대서양 섬나라는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0-0으로 묶었다. 스페인이 공을 더 오래 잡고 더 많이 몰아쳤지만, 카보베르데는 끝내 골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기 뒤 사람들이 찾은 것은 스코어만이 아니었다. “카보베르데가 어디냐”는 검색이 이어졌다.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서쪽 끝, 세네갈 앞바다에서 대서양 쪽으로 약 500~600km 떨어진 군도 국가다. 10개의 화산섬으로 이뤄졌고, 그중 9개 섬에 사람이 산다. 수도 프라이아(Praia)는 산티아고섬 남쪽 해안에 있다. 한국의 중형 도시 하나 정도 인구를 가진 나라가 월드컵 본선 첫 무대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버틴 셈이다.

이 나라는 아프리카에 속하지만 거리 풍경은 한 가지 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프라이아와 민델루 골목에는 포르투갈풍 건물이 남아 있고,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가 팔린다. 시장에서는 서아프리카식 흥정이 이어지고, 거리에서는 포르투갈어와 크리올어가 섞여 들린다. 아프리카와 포르투갈, 대서양 이주 문화가 한 나라 안에 겹쳐 있다.

카보베르데라는 이름도 그 역사를 품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오랫동안 케이프베르데(Cape Verde)로 불렸지만, 공식 명칭은 포르투갈어식 카보베르데다. 뜻은 ‘초록 곶’이다. 이름은 세네갈 서쪽의 베르데곶에서 비롯됐다. 실제 섬의 풍경은 이름처럼 늘 푸르지만은 않다. 어떤 섬은 건조하고, 어떤 섬은 검은 화산재가 덮였고, 어떤 섬은 깊은 계곡과 절벽을 품고 있다.

카보베르데의 역사는 대항해 시대와 노예무역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15세기 포르투갈 세력이 대서양 항로를 넓히던 시기, 무인도였던 이 섬들은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를 잇는 중간 기착지로 변했다. 산티아고섬의 시다드 벨랴(Cidade Velha)는 그 중심에 있었다. 오래된 석조 요새와 식민지 시대 건물 흔적이 남은 이 도시는 지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카보베르데가 단순한 해변 휴양지가 아니라 역사까지 읽히는 여행지인 이유다.

카보베르데 살섬 산타마리아 해변과 윈드서핑
살섬은 카보베르데 여행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여행의 첫 축은 살섬(Sal)이다. 이름처럼 소금 산업으로 알려졌던 이 섬은 지금 카보베르데 관광의 대표 관문이다. 산타마리아 해변을 따라 백사장과 리조트가 이어지고, 대서양 바람을 타는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 여행자가 몰린다. 페드라 드 루메(Pedra de Lume) 염호에서는 소금물 위에 몸이 떠오르는 체험도 가능하다. 카보베르데가 유럽 겨울 휴양지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이 살섬의 바다와 바람이 있다.

보아비스타(Boa Vista)는 살섬보다 더 넓고 거친 풍경을 가진다. 모래언덕과 푸른 대서양이 맞붙어 사막과 해변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섬 이름은 ‘좋은 전망’이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시야가 크게 열리는 섬이다. 겨울철에는 혹등고래가 지나가고, 바다거북 산란지로도 알려져 있다. 휴양지이지만 지나치게 꾸민 리조트보다 섬 자체의 야생성이 더 강하게 남는다.

산티아고섬은 수도 프라이아와 역사 도시 시다드 벨랴를 함께 품고 있다. 프라이아의 수쿠피라 시장(Sucupira Market)은 카보베르데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 보여주는 장소다. 원색 천, 생선, 과일, 생활용품, 길거리 음식이 뒤섞인다. 관광용으로 정돈된 거리가 아니라 현지인의 하루가 그대로 움직이는 공간이다. 시다드 벨랴에서는 대서양 노예무역의 흔적과 포르투갈 식민 도시의 구조가 남아 있다. 산티아고섬은 카보베르데의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보여준다.

카보베르데 민델루 항구와 모르나 음악 문화
민델루는 카보베르데 음악과 문화의 중심지다.

상비센트섬의 민델루(Mindelo)는 카보베르데 문화의 중심지다. 항구 주변의 작은 바와 골목에서는 모르나(Morna) 음악이 흐른다. 세계적인 가수 세자리아 에보라(Cesária Évora)의 고향도 민델루다. ‘맨발의 디바’로 불린 그는 카보베르데 사람들이 품어온 이주, 그리움, 바다의 정서를 노래했다. 이 감정은 포르투갈어의 사우다드(Saudade)와 닿아 있다.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사이에 걸린 오래된 그리움이다.

포구(Fogo)섬은 카보베르데에서 가장 극적인 풍경을 만든다. 섬 중앙에는 해발 2,829m의 활화산 피쿠 두 포구(Pico do Fogo)가 솟아 있다. 검은 화산재와 굳은 용암이 만든 풍경은 해변 휴양지의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화산지대 마을과 포도밭, 검은 땅 위에 선 집들이 낯선 장면을 만든다. 화산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포구 와인도 이 섬의 명물이다.

카보베르데 포구섬 피쿠 두 포구 활화산 풍경
포구섬은 카보베르데에서 가장 극적인 자연 풍경을 만든다.

산투안탕(Santo Antão)은 걷는 여행자들이 찾는 섬이다. 화산 지형이 만든 절벽과 계곡, 구름이 걸린 산길이 이어진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와 산, 마을과 밭이 번갈아 열린다. 카보베르데가 단순한 해변 휴양지가 아니라는 사실은 산투안탕에서 분명해진다. 이곳은 카메라보다 두 발로 기억되는 섬이다.

음식은 카보베르데의 크리올 문화를 가장 쉽게 보여준다. 대표 음식은 카추파(Cachupa)다. 옥수수와 콩, 채소, 고기나 생선을 넣고 오래 끓이는 스튜다. 집집마다 재료와 맛이 다르고, 남은 카추파를 다음 날 아침 팬에 볶아 달걀과 함께 먹기도 한다. 가난한 섬의 일상식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카보베르데를 대표하는 국민 음식이 됐다.

바다에 둘러싸인 나라답게 해산물도 강하다. 숯불에 구운 참치, 문어 요리, 랍스터, 신선한 생선 스튜가 식탁에 오른다. 여기에 사탕수수로 만든 증류주 그로그(Grogue), 포구섬의 화산 와인이 더해진다. 포르투갈식 빵과 아프리카식 콩 요리, 대서양 해산물이 섞인 식탁은 이 나라가 왜 크리올 문화 국가인지 보여준다.

카보베르데 월드컵 첫 출전과 블루 샤크스 응원
카보베르데의 월드컵 첫 출전은 나라 전체의 축제가 됐다

축구는 이 작은 나라가 세계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통로다. 카보베르데 대표팀의 별명은 블루 샤크스(Blue Sharks)다. 전력의 바탕에는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에서 성장한 디아스포라 선수들이 있다. 본국 인구보다 해외 공동체의 존재감이 큰 나라에서 국가대표팀은 단순한 스포츠 팀이 아니다. 흩어진 카보베르데인들이 다시 하나의 이름으로 모이는 상징이다.

스페인을 상대로 한 0-0 무승부는 우승 후보를 꺾은 승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월드컵 첫 출전국이 세계 강호를 상대로 버틴 90분은 나라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월드컵은 강팀의 우승 경쟁만 남기지 않는다. 때로는 세계지도에서 그냥 지나쳤던 작은 나라를 여행자의 다음 목적지로 올려놓는다. 카보베르데는 그렇게 축구를 통해 발견된 대서양의 섬나라가 됐다.

카보베르데 여행 정보

국가명: 카보베르데(Cabo Verde)
수도: 프라이아(Praia)
위치: 서아프리카 세네갈 앞 대서양 약 500~600km 해상
인구: 약 52만 명
언어: 포르투갈어, 크리올어
통화: 카보베르데 에스쿠도(CVE), 일부 관광지 유로화 사용 가능
기후: 연중 온화하고 건조한 아열대 기후
추천 시기: 11월~6월
이동: 한국 직항 없음. 리스본·마드리드 등 유럽 경유가 일반적
섬 간 이동: 국내선 항공과 페리 운항 확인 필요

대표 여행지
살섬은 산타마리아 해변, 리조트, 윈드서핑, 페드라 드 루메 염호가 핵심이다.
보아비스타는 모래언덕과 대서양 해변, 바다거북과 고래 관찰 여행으로 연결된다.
산티아고섬은 수도 프라이아, 수쿠피라 시장, 시다드 벨랴 유적이 중심이다.
민델루는 모르나 음악, 항구 문화, 세자리아 에보라의 흔적을 따라가는 도시다.
포구섬은 활화산 피쿠 두 포구와 화산 와인, 검은 화산재 풍경이 강하다.
산투안탕은 절벽과 계곡, 능선 트레킹으로 카보베르데의 산악미를 보여준다.

대표 음식
카추파는 옥수수와 콩, 채소, 고기나 생선을 넣고 끓인 국민 스튜다.
참치, 문어, 랍스터, 생선구이는 해안 식당에서 쉽게 만나는 메뉴다.
그로그는 사탕수수 증류주이며, 포구 와인은 화산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다.

사진 포인트
살섬 산타마리아 해변 일몰
페드라 드 루메 염호
민델루 항구와 골목
시다드 벨랴 석조 요새
포구섬 검은 화산지대
산투안탕 절벽길과 계곡

여행 전 체크
섬 간 이동은 날씨와 운항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다.
로컬 시장과 작은 식당에서는 현금이 유용하다.
유럽형 C/F 타입 콘센트를 사용한다.
치안은 비교적 안정적이나 야간 외곽이나 인적 드문 해변 이동은 피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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