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설악산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남도에는 제법 날카로운 암릉과 하늘길을 품은 산이 있다. 전남 화순 백아산은 산 이름부터 독특하다. 산봉우리의 밝은 석회암 암벽이 멀리서 보면 흰 거위들이 모여 있는 듯하다고 해서 하얀 거위산이라는 뜻의 백아산이라 불린다. 그 이름처럼 산세는 부드럽기보다 선이 분명하고, 정상부로 갈수록 흰 암봉과 깊은 숲이 대비를 이룬다.
백아산 하늘다리는 이 산의 가장 강렬한 장면이다. 해발 756m 지점, 서로 떨어져 있던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길이 66m의 현수교로 연결했다. 폭은 1.2m로 넓지 않지만, 이 좁은 다리 위에서 마주하는 조망은 크게 열린다. 다리 중앙부에는 투명 유리 조망창이 있어 발아래 계곡과 암벽을 내려다보는 짜릿함도 있다.
이곳은 단순한 출렁다리 관광지가 아니다. 백아산 자체가 해발 810m의 산이고, 하늘다리까지 오르려면 일정한 산행이 필요하다. 관광목장 방면에서 오르면 비교적 짧지만 경사가 있고, 자연휴양림 방면은 숲길과 산행의 느낌이 더 강하다. 그래서 백아산 하늘다리는 가볍게 들르는 전망대보다 짧지만 밀도 있는 산행 끝에 만나는 조망 명소로 잡는 것이 맞다.

하늘다리까지는 짧아도 산행이다
백아산 하늘다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다리까지 차로 바로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숲길과 계단, 경사 구간을 지나야 한다. 백아산관광목장 방면에서 출발하면 왕복 약 2시간 안팎으로 다녀오는 일정이 가능하지만, 짧은 만큼 오르막의 밀도는 있는 편이다.
처음 오르는 사람은 초반부터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이 좋다. 백아산은 해발고도가 낮은 산책지가 아니고, 하늘다리는 해발 756m 지점에 있다. 여름에는 숲그늘이 있어도 땀이 빨리 나고, 겨울에는 바람이 강하면 체감 온도가 크게 떨어진다. 물과 장갑, 미끄럼 방지 등 기본 산행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도 길이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숲길을 지나고 계단을 오르며 시야가 조금씩 열리면, 하늘다리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백아산의 매력이 된다.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암봉이 가까워지고, 흰 석회암 바위가 숲 사이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이 산이 왜 화순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꼽히는지 감이 온다.

흰 거위 떼를 닮은 석회암 암봉
백아산의 이름은 풍경을 그대로 품고 있다. 백아는 흰 거위를 뜻한다. 산 전체에 드러난 밝은 석회암 암봉이 멀리서 보면 흰 거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백아산의 암벽은 주변 산과는 다른 색감과 질감을 보여준다. 짙은 숲 사이로 밝은 바위가 솟아 있는 장면이 산의 개성을 만든다.
백아산에는 형성 시기가 약 2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 석회동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동굴 내부는 보호를 위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백아산의 지질적 매력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는 방식이 아니라, 산행 중 암봉과 바위 능선을 바라보며 느끼는 방식에 가깝다.
이 산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인상이 다르다. 멀리서는 부드러운 능선처럼 보이다가, 하늘다리 가까이 오르면 절벽과 암릉의 선이 살아난다. 특히 마당바위 주변에 서면 산 아래로 숲이 깊게 떨어지고, 멀리 화순과 전남 내륙의 산줄기가 겹쳐진다. 백아산은 이름은 순하지만, 산세는 꽤 단단한 산이다.

66m 하늘다리,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잇다
백아산 하늘다리는 길이 66m, 폭 1.2m의 산악 현수교다.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연결해, 예전에는 따로 떨어져 있던 암봉 사이를 걸어서 건널 수 있게 했다. 다리 자체가 아주 긴 규모는 아니지만, 놓인 위치가 워낙 높고 주변이 암벽이라 체감은 훨씬 강하다.
다리 위에 서면 발아래로 숲과 계곡, 바위 절벽이 내려앉는다. 중앙에는 투명 유리 조망창이 있어, 조심스럽게 발을 올리면 허공 위를 걷는 듯한 감각이 생긴다. 고소공포가 있는 사람이라면 부담될 수 있지만, 천천히 건너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다리에서는 뛰거나 흔드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고, 바람이 강하거나 악천후일 때는 통제될 수 있다.
하늘다리가 하늘이라는 이름을 얻은 데에는 조망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담겨 있다. 백아산 일대는 6·25전쟁 당시 아픈 기억을 품은 장소로 알려져 있고, 하늘다리는 그 원혼을 위로하는 의미를 함께 가진다. 그래서 이 다리는 단순한 스릴 시설이 아니라, 산의 역사와 기억 위에 놓인 상징적 공간으로도 읽힌다.

마당바위에서 쉬어가야 백아산이 보인다
하늘다리만 보고 바로 내려오면 백아산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마당바위는 이 산행에서 반드시 쉬어가야 할 자리다. 이름처럼 넓게 펼쳐진 바위 공간이 시야를 열어주고, 하늘다리와 주변 암봉, 멀리 이어지는 산줄기를 함께 볼 수 있다. 산행 중 가장 크게 숨을 돌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당바위에서는 사진을 찍기 좋다. 다리 전체를 배경으로 넣을 수도 있고, 백아산 능선과 암릉을 함께 담을 수도 있다. 다만 바위 가장자리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절벽 쪽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풍경이 좋은 산일수록 안전선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백아산은 암벽산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곳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봄에는 신록이 암봉의 흰빛과 대비되고, 여름에는 숲이 짙어져 하늘다리 아래가 깊은 초록으로 가득 찬다. 가을에는 단풍과 암벽이 선명하게 맞물리고, 겨울에는 눈이 쌓이면 하늘다리와 석회암 암봉의 색 대비가 더 강해진다. 백아산은 어느 계절이든 산의 선이 살아 있는 곳이다.

자연휴양림·화순온천까지 묶는 화순 산행 코스
백아산 하늘다리는 단독 산행으로도 충분하지만, 화순 여행 동선 안에 넣으면 더 좋다. 산행을 중심으로 잡는다면 백아산관광목장 또는 백아산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해 하늘다리와 마당바위, 절터바위를 둘러보고 원점회귀하는 방식이 무난하다. 산행 뒤에는 화순온천으로 이동해 피로를 푸는 코스가 잘 맞는다.
백아산자연휴양림을 이용하면 숙박과 숲 체류를 함께 계획할 수 있다. 자연휴양림 주소는 전남 화순군 백아면 수양로 353 일원이며, 숲속의집과 야영 시설 등이 운영된다. 휴양림을 중심으로 움직이면 하늘다리 산행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잡을 수 있고, 아이와 함께라면 산행 시간을 줄이고 숲 체류를 늘리는 방식도 좋다.
1박 2일 코스로는 백아산 하늘다리, 화순온천, 화순적벽, 운주사, 고인돌 유적지를 나누어 잡을 수 있다. 백아산은 화순 제3경으로 꼽히고, 화순에는 적벽과 운주사, 고인돌 유적지처럼 성격이 다른 명소가 이어진다. 하늘다리 하나만 찍고 돌아오기보다, 산행과 온천, 문화유산을 함께 묶으면 화순 여행의 깊이가 살아난다.
여행정보
백아산 하늘다리는 전라남도 화순군 백아면 일원, 백아산 마당바위와 절터바위 사이에 있다. 백아산은 해발 810m의 산이며, 하늘다리는 해발 756m 지점에 놓인 길이 66m, 폭 1.2m의 산악 현수교다. 다리 중앙에는 투명 유리 조망창이 있어 발아래 산세를 내려다볼 수 있다.
대표 접근 코스는 백아산관광목장 방면과 백아산자연휴양림 방면이다. 관광목장 방면은 비교적 짧게 하늘다리를 다녀올 수 있는 코스로 알려져 있으나 경사가 있어 왕복 2시간 안팎의 산행으로 잡는 것이 좋다. 자연휴양림 방면은 숲길 산행의 느낌이 더 강하고, 휴양림 시설 이용 여부에 따라 입장료와 주차료가 발생할 수 있다.
백아산자연휴양림은 전남 화순군 백아면 수양로 353에 있으며, 문의는 061-379-3737이다. 휴양림 주차료는 공식 기준 경형 1,500원, 중소형 3,000원, 대형 4,000원으로 안내된다. 요금과 시설 운영은 계절과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산행 준비물은 등산화, 물, 간단한 간식, 모자, 장갑이 기본이다. 하늘다리와 마당바위 주변은 바람이 강할 수 있고, 비나 눈이 온 뒤에는 계단과 바위가 미끄러울 수 있다. 고소공포가 있거나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다리 위에서 뛰거나 난간에 기대는 행동을 피하고, 악천후에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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