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적상산, 안국사까지 차로 올라 향로봉과 안렴대를 걷는 고지대 트레킹

무주 적상산은 안국사 인근까지 자동차로 올라간 뒤 향로봉과 안렴대를 연결해 걷는 고지대 트레킹 명소다. 긴 오르막을 줄이면서도 적상산성, 조선왕조실록 사고의 역사, 층암절벽과 덕유산 능선 조망을 함께 만날 수 있어 반나절 산행지로 활용하기 좋다.

단풍 숲 위로 층암절벽이 이어지는 무주 적상산 전경
붉게 물든 숲 위로 회백색 층암절벽이 병풍처럼 이어지는 무주 적상산.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 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적상면에 솟은 적상산은 해발 1,034m의 산이지만, 정상부 가까운 안국사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어 일반적인 1,000m급 산과는 출발 방식이 다르다. 산 아래에서 긴 오르막을 견디기보다 해발 900m 안팎의 고지대에서 걷기 시작해 향로봉과 안렴대를 연결하는 짧은 능선 산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적상산을 단순히 쉽게 오르는 명산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실제 매력은 거리보다 풍경의 밀도에 있다. 안국사를 출발해 숲길과 적상산성 흔적을 지나면 향로봉 방향과 안렴대 방향이 갈리고, 짧은 구간 안에서 사찰과 산성, 사고의 역사, 암벽 전망이 연이어 등장한다.

적상산은 사면이 층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산이다. 가을이면 절벽 아래 숲이 붉게 물들어 여인의 붉은 치마와 닮았다는 데서 산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상산의 높이는 1,034m이며 일반 탐방객이 주로 찾는 향로봉은 1,024m다.

적상산성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무주 적상산 숲길
적상산성의 돌담과 완만한 흙길이 나란히 이어져 산행 초반부터 역사 유적과 숲을 함께 만난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안국사까지 차로 오르지만 마지막은 분명한 산길이다

안국사로 향하는 산성로는 적상산 자락을 여러 차례 굽이돌며 고도를 높인다. 도로가 정상부 가까이까지 이어지므로 자동차 이동 자체가 산행의 상당 부분을 대신한다. 그러나 길이 좁고 굴곡이 많아 맞은편 차량과 교행할 때 속도를 충분히 줄여야 한다.

안국사 주변에 도착하면 이미 높은 지대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 공기와 숲의 밀도에서 느껴진다. 아래쪽 마을의 더위와 달리 나무 그늘이 깊고 바람이 빠르게 통한다. 산행 출발 전 사찰 경내를 먼저 둘러볼 수도 있고, 주차 후 곧바로 등산로로 들어설 수도 있다.

다만 차로 정상에 간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차량이 닿는 곳은 안국사와 적상산 정상부 분지 일대이며 향로봉과 안렴대는 흙길과 돌길을 걸어야 한다. 실제 최고점인 기봉 일대는 통신시설 때문에 일반 탐방객의 접근이 제한되고 산행객은 통상 향로봉을 정상 목적지로 삼는다.

걷는 거리가 짧아도 운동화 밑창이 닳았거나 비가 온 뒤라면 미끄러질 수 있다. 특히 안렴대 주변은 평탄한 숲길과 달리 절벽 위 전망 지점이므로 어린이와 동행할 때는 가장자리 접근을 막고 강풍이나 짙은 안개가 낀 날에는 무리하게 끝까지 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무주 적상산 안국사의 붉은 목조 전각과 기와지붕
적상산성 안에 자리한 안국사는 산행 출발지이자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역사가 남은 산사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적상산 산행의 출발점 안국사에 남은 실록 수호의 역사

안국사는 적상산성 안에 자리한 사찰이다. 고려 충렬왕 3년인 1277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적상산 사고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적상산은 사방의 절벽이 자연 방어벽을 이루는 지형 때문에 조선왕조실록과 왕실 족보를 보관하는 장소로 선택됐다. 사고를 지키기 위해 승병이 배치됐고 안국사는 이들의 거점이자 호국 도량의 역할을 했다.

현재 안국사는 양수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수몰 대상지에 포함되면서 1991년부터 옛 호국사 터인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극락전과 목조아미타삼존불상, 호국사비 등 문화유산이 남아 있으며 영산회 괘불탱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안국사는 산행 들머리에 잠시 들르는 건물 한 채가 아니다. 적상산 정상부에 사고가 설치된 이유와 승병이 이를 지켰던 과정, 현대에 사찰을 옮겨야 했던 변화까지 한 공간에 겹쳐 있다. 산행 전에 경내와 안내문을 살펴보면 향로봉과 안렴대를 걷는 시간이 역사 탐방으로 바뀐다.

단풍 숲을 굽이치며 안국사로 오르는 적상산 산성로
적상산 산성로는 급한 굽이를 연달아 통과해 정상부 분지와 안국사까지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향로봉은 완만하지만 조망은 계절과 숲에 따라 달라진다

안국사에서 등산로로 들어서면 초반에는 경사가 크지 않은 숲길이 이어진다. 적상산성의 돌담 흔적과 나무뿌리, 낙엽이 쌓인 흙길을 따라 걸으면 향로봉과 안렴대 방향이 갈리는 안부에 닿는다.

향로봉 방향은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비교적 완만한 길이다. 자동차로 높은 지점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고도 차가 크지 않고 평소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숨이 크게 차지 않는 편이다. 다만 뿌리와 돌이 드러난 구간이 있어 평지 산책로처럼 걷기보다는 발밑을 확인해야 한다.

향로봉은 적상산의 공식 최고점은 아니지만 일반 탐방객이 접근할 수 있는 대표 봉우리다. 정상부는 숲에 둘러싸여 계절마다 시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잎이 무성한 여름보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주변 산줄기가 더 넓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향로봉만 왕복하면 산행 시간이 짧아지지만 적상산의 핵심을 충분히 봤다고 하기는 어렵다. 정상 인증이 목적이라면 향로봉이 중요하지만 층암절벽과 덕유산 방향의 열린 전망을 보고 싶다면 안부로 돌아와 안렴대까지 연결해야 한다.

적상산 정상부의 벽화가 그려진 원통형 전망 시설
적상산 정상부에는 양수발전 시설과 적상호, 전망 공간이 모여 있어 산행 전후 함께 둘러보기 좋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안렴대에서 적상산이 왜 천혜의 요새였는지 드러난다

안렴대는 적상산 정상 남쪽의 절벽 위에 놓인 암반 전망 지점이다. 거란의 침입 때 삼도 안렴사가 군사를 이끌고 피란해 진을 쳤다는 이야기가 이름의 배경으로 전해진다.

병자호란 당시에는 적상산 사고에 있던 실록을 안렴대 아래 석실로 옮겨 화를 피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산행객에게는 전망대로 보이지만 과거에는 절벽과 석굴이 문헌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 역할을 했던 셈이다.

안렴대에 가까워질수록 숲 사이로 바깥 풍경이 열리고 바위 가장자리에서 덕유산 능선과 적상면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먼 산줄기가 여러 겹으로 겹치지만 구름과 안개가 끼면 전망이 빠르게 사라진다.

바위 위 공간이 관광 전망대처럼 넓고 완전히 차단된 구조는 아니다. 절벽 가장자리에서 사진을 찍거나 뒤로 걸으며 촬영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강풍이 부는 날에는 모자와 가벼운 소지품이 날릴 수 있고 겨울철에는 그늘진 바위와 낙엽 아래에 얼음이 남을 수 있다.

무주 적상산 자락의 맑은 계곡과 숲속 다리
적상산 산행 뒤에는 무주의 계곡과 숲길을 연결해 여름 당일 여행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원점회귀는 4㎞ 안팎, 1시간보다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대표적인 원점회귀 동선은 안국사 주차장과 경내를 지나 안부 갈림길에 오른 뒤 향로봉을 왕복하고 다시 안부에서 안렴대를 다녀와 안국사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소개되는 기록에 따라 전체 거리는 약 4.1~4.2㎞ 안팎이다.

빠르게 걷고 쉬는 시간이 짧다면 1시간대에 마칠 수 있지만 안국사 관람과 사진 촬영, 안렴대 체류 시간을 포함하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을 잡는 편이 현실적이다. 초행길이거나 어린이·어르신과 동행한다면 시간을 더 여유 있게 두는 것이 좋다.

짧은 코스라고 식수와 복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안국사 주변은 고지대여서 날씨 변화가 빠르고 여름에도 비가 내린 뒤 체감온도가 떨어질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얇은 바람막이, 여름에는 생수와 벌레 기피제, 겨울에는 아이젠 여부를 판단할 장비가 필요하다.

적상산은 긴 종주보다 짧은 시간에 고산 풍경과 역사를 함께 보는 데 적합한 산이다. 거리만 줄인 산행이 아니라 자동차로 고도를 확보한 뒤 핵심 구간을 선택해 걷는 방식에 가깝다. 향로봉 인증만 하고 돌아오기보다 안국사와 안렴대까지 연결해야 이 산의 성격이 완성된다.

여행정보

장소 무주 적상산·안국사·향로봉·안렴대

안국사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적상면 산성로 1050

산 높이 적상산 1,034m, 향로봉 1,024m

권장 코스 안국사 주차장→안국사→안부 갈림길→향로봉 왕복→안렴대→안국사

예상 거리 약 4.1~4.2㎞ 안팎

권장 시간 1시간 30분~2시간

입장료 별도 입장료 없음

주차 안국사 주변 주차 공간 이용, 성수기 혼잡 가능

문의 안국사 063-322-6162

주의사항 단풍철 교통 혼잡, 우천 후 돌길과 낙엽길 미끄럼, 안렴대 절벽 가장자리 접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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