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울릉도에서 바다를 보는 방법은 많다.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볼 수도 있고 해안도로를 달리며 차창 밖으로 볼 수도 있다. 행남해안산책로는 방향이 반대다. 사람이 바다 가까이 내려간다.
도동항을 벗어나 해안으로 들어서면 한쪽에는 검은 화산암 절벽이 솟고 다른 한쪽에는 동해가 바로 붙는다. 산책로는 절벽의 모양을 따라 휘어지고 바위가 튀어나온 곳에서는 길도 함께 방향을 바꾼다.
바다가 잔잔한 날에는 난간 아래 바닷속 암반까지 보인다. 먼바다는 짙은 남색이지만 절벽 가까이 들어온 물은 파란색과 청록색으로 바뀐다. 울릉도의 바다를 멀리서 바라보는 길이 아니라 물과 암벽 사이로 직접 들어가는 길에 가깝다.

도동항을 벗어나자 항구 풍경이 금세 사라진다
도동항 주변은 여객선과 차량, 여행객이 오가는 울릉도의 관문이다. 그러나 행남해안산책로 방향으로 조금만 움직이면 건물은 줄고 화산암 절벽이 가까워진다.
길도 평범한 해안 데크와 다르다. 절벽 아래 좁은 공간을 따라 이어지다가 바위 안쪽으로 파고들고 다시 바다 앞으로 나온다. 난간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오르는 구간도 있어 파도가 있는 날에는 물소리가 훨씬 크게 들린다.
행남해안산책로가 울릉도 여행 사진에서 강하게 남는 이유도 이 지형에 있다. 바다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화산섬의 단면 속에 들어가 있다.
바위 옆을 걷다가 어느 순간 바위 속으로 들어간다
이 길에서는 울릉도가 화산섬이라는 설명을 길게 읽을 필요가 없다. 바다에 깎인 절벽과 움푹 들어간 암벽, 동굴 형태의 구간이 짧은 거리 안에서 계속 반복된다.
해식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몇 걸음 전까지 강했던 햇빛이 갑자기 줄어든다. 안쪽에서는 검은 암벽이 시야를 채우다가 출구가 가까워지면 그 틈 사이로 푸른 바다가 열린다.
전망대 한 곳에서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여행지라기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화면이 달라지는 길이다. 절벽이 깊어졌다가 다시 바다가 열리고 좁은 통로를 지나면 작은 만과 암반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바다가 보이지만 오래 남는 것은 절벽이다
행남해안산책로 사진에서는 파란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실제 길에서는 화산암 절벽의 규모가 더 크게 다가온다.
검고 거친 암벽이 수직으로 솟은 곳이 있는가 하면 식물이 촘촘하게 붙은 사면도 있다. 바닷물이 오랜 시간 파고든 흔적이 남은 바위와 동굴도 나타난다.
산책로가 절벽 바로 아래에 붙어 있기 때문에 먼 곳에서 바라볼 때보다 암벽의 높이와 굴곡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울릉도를 화산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가장 낮은 위치에서 확인하는 셈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바다만 크게 넣는 것보다 길과 난간, 절벽을 함께 넣는 편이 좋다. 사람이 프레임 안에 작게 들어가면 절벽의 규모가 더 분명해진다.
해안교량 앞에서는 길 자체가 풍경이 된다
행남해안산책로에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연결하는 교량 구간이 있다. 검은 화산암과 파란 바다 사이에 구조물이 들어오면서 이전과 전혀 다른 장면이 만들어진다.
교량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고 파도가 있는 날에는 암반 사이에서 흰 포말이 올라온다. 길이 직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암벽을 따라 휘기 때문에 걸어온 구간과 앞으로 갈 길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목적지보다 길 자체가 볼거리다. 화산암 절벽과 바다 사이에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이어 놓은 구조가 행남해안산책로의 특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2.6㎞라는 숫자만 보고 일정을 짜면 안 된다
행남해안산책로의 공식 안내 코스는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 방향까지 약 2.6㎞다. 거리만 놓고 보면 짧은 해안 산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길에는 계단과 좁은 구간, 절벽에 붙은 통로와 해안교량이 섞여 있다. 일반적인 평지 둘레길처럼 일정한 속도로 걷는 길이 아니다. 사진을 찍고 바다를 바라보며 이동하면 체류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통행 상황이다. 울릉도 해안은 낙석과 강풍, 높은 파도의 영향을 받기 쉽다. 행남해안산책로 역시 안전 문제나 시설 정비에 따라 일부 구간이 통제될 수 있다.
오래된 여행기에서 본 도동항에서 저동까지의 완주 코스를 그대로 일정에 넣기보다 방문 당일 어디까지 개방됐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행남등대로 올라가면 같은 바다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개방 상황과 시간이 맞는다면 행남등대를 연계해 볼 수 있다. 해안길에서는 바다와 비슷한 높이에서 절벽을 올려다보지만 등대 방향으로 올라가면 시선이 높아진다.
바다의 면적이 넓어지고 도동과 저동 쪽 해안선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걷는 길의 분위기도 화산암 절벽길에서 숲길과 전망 구간으로 바뀐다.
전체 해안산책로를 연결하지 못하는 날에도 도동 쪽 해안 구간과 행남등대를 묶으면 짧은 왕복 이상의 여행 동선을 만들 수 있다.
촛대바위까지 한 번에 연결되지 않아도 된다
행남해안산책로를 검색하면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걸어가는 코스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방문일에 일부 구간이 통제된다면 전체 코스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도동항 쪽에서 개방된 구간을 충분히 걸은 뒤 다시 돌아오고 버스나 차량을 이용해 저동항으로 이동하면 된다. 저동에서는 촛대바위를 보고 항구를 걷거나 식사 일정으로 이어갈 수 있다.
울릉도에서는 기상과 현장 상황에 따라 한 코스를 둘로 나눠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산책로가 완전히 연결돼야만 행남과 저동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산책로라는 이름만 보고 평탄한 데크길을 떠올리면 다르다
행남해안산책로는 큰 고도를 오르는 등산로는 아니다. 그렇다고 계속 평평한 길도 아니다. 계단이 나오고 길 폭이 좁아지는 곳이 있으며 절벽을 따라 굽는 구간도 반복된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난간 가까운 곳에서는 손을 잡아주는 편이 좋다. 비가 온 직후에는 바닥의 젖은 부분을 살펴야 하고 바람이 강하거나 파도가 높은 날에는 현장 통제를 우선해야 한다.
물빛은 한 가지가 아니다
맑은 날 햇빛이 높은 시간에는 바닷속까지 빛이 들어간다. 먼바다의 짙은 남색이 절벽 가까이에서는 파란색으로 바뀌고 얕은 곳에서는 청록빛이 강해진다.
물이 맑은 날에는 수면 아래 암반까지 드러난다. 검은 화산암과 청록빛 바다가 맞붙으면서 울릉도 특유의 강한 대비가 생긴다.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절벽 한쪽에 빛이 들어가고 반대쪽에는 깊은 그림자가 생기면서 화산암의 굴곡이 더 선명해진다. 동굴 구간에서는 출구 쪽 바다를 향해 촬영하면 검은 암벽이 자연스러운 프레임이 된다.
울릉도 첫날 걸으면 섬의 성격이 빨리 보인다
행남해안산책로는 도동이나 저동에 숙소가 있다면 울릉도 도착 첫날에도 넣기 좋은 장소다. 성인봉처럼 하루를 통째로 비울 필요가 없고 섬 반대쪽까지 장거리 이동을 할 필요도 없다.
짧은 시간 안에 울릉도의 검은 화산암과 깊은 바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후 성인봉이나 나리분지, 태하와 관음도 등을 여행할 때 울릉도의 지형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행남해안산책로에서 중요한 것은 2.6㎞를 모두 걸었다는 기록이 아니다. 방문한 날 열려 있는 길을 따라 바다와 절벽 사이까지 들어가 보는 경험이다.
여행정보
위치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항 일대
전체 거리 공식 안내 기준 약 2.6㎞
소요시간 이용 가능한 구간과 행남등대 연계 여부에 따라 약 1~2시간 이상
핵심 동선 도동항 → 해안 절벽길 → 해식동굴·해안교량 → 개방 구간 확인 → 행남등대 또는 저동 방향
추천 대상 울릉도 첫 방문객, 해안 걷기 여행자, 사진 촬영 여행자, 지질경관 여행자
난이도 보통. 계단과 좁은 해안길이 포함된다.
접근 및 주차 도동항에서 도보 접근 가능. 도동항 주변 주차 여건을 고려해 버스와 도보 이동을 병행하는 편이 좋다.
대중교통 울릉도 버스를 이용해 도동항과 저동항을 나눠 접근할 수 있다.
준비물 미끄럼이 적은 운동화, 생수, 모자
주의사항 낙석, 강풍, 높은 파도와 시설 정비에 따라 일부 구간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방문 당일 개방 상황을 확인한다.
추천 체류시간 산책로만 이용하면 약 1시간 이상, 행남등대와 저동을 함께 둘러보면 2시간 이상 여유 있게 잡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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