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태산 자락을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아침가리계곡이 나온다. 강원 인제 기린면 현리에서 방동리, 진동리로 들어설수록 집은 하나둘 사라지고 산줄기가 코앞까지 다가온다. 조경동교 아래로 내려서면 넓은 자갈밭 위로 물이 흩어져 흐르고, 산 그늘이 계곡 가장자리까지 내려앉아 있다. 한여름에도 물은 뼛속까지 서늘하다. 발목만 담가도 금세 소름이 돋고, 물이 고인 자리는 짙은 푸른빛을 띤다.
올여름 이 골짜기는 주말이면 하루 2천 명 넘는 인파가 몰린다. 지난해 연간 방문객은 약 4만2천 명이었다. 올해 탐방은 10월 31일까지, 입장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고 따로 예약을 받지는 않는다.

아침에만 볕이 드는 밭, 조경동
방태산 일대는 산세가 험하고 골이 깊다. 아침가리도 산줄기 사이로 길게 파고든 골짜기라 해가 머무는 시간이 유독 짧았다. 아침 한나절 정도나 밭을 갈 만큼만 볕이 든다고 해서 아침가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이를 한자로 옮긴 게 조경동(朝耕洞)이다. 지금 계곡 중간을 가로지르는 다리 이름도 조경동교인데, 산길이 끝나고 물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뜻이 그대로 담겨 있다.
구글에서 여행레저신문 먼저 보기이 부근에는 삼둔사가리라는 옛 지명도 남아 있다. 살둔·월둔·달둔 세 곳의 둔과 아침가리·연가리·적가리·명지가리 네 곳의 가리를 묶어 부르는 말로, 하나같이 산에 둘러싸여 바깥에서는 있는 줄도 몰랐던 골짜기들이다. 난리를 피해 몸을 숨기던 자리로 꼽혔다는 얘기도 전한다. 아침가리 안쪽도 마찬가지였다. 화전민들이 비교적 평평한 땅을 찾아 밭을 일구고 살았고, 세월이 지나며 대부분 숲으로 되돌아갔지만 걷다 보면 지금도 뜬금없이 넓고 평평한 터가 나온다.

방동약수에서 조경동교까지, 오르막 5.2km
방동약수는 굵은 음나무 밑동, 암반 틈에서 솟는다. 한 모금 넘기면 탄산이 톡 쏘고 그 뒤로 쇳내가 은근히 따라붙는다. 옛날 심마니가 이 산에서 산삼을 캐낸 자리에서 물이 솟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약수터를 큰 나무와 바위가 둘러싸고 있어 한여름에도 그늘이 짙고, 여기서부터 방동고개로 오르는 길이 시작된다.
방동약수부터 조경동교까지는 5.2km. 초반은 경사진 포장길과 임도라 걸음이 무겁고, 오를수록 방동리 쪽 골짜기는 발밑으로 가라앉고 맞은편 산줄기가 눈앞까지 올라온다. 땀이 가장 많이 나는 구간도 여기다. 고개를 넘으면 길은 조경동교까지 완만하게 내려가는데, 활엽수 숲을 지나며 어느 순간부터 계곡 물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소리를 따라 산길을 다 내려서면 조경동교 위에서 아침가리의 계곡이 한눈에 펼쳐진다. 자갈밭과 물줄기, 그 위를 덮은 숲까지 다리 위에서 통째로 내려다볼 수 있다.

조경동교에서 진동리까지, 진짜배기 6km
여기서부터가 아침가리 트레킹의 몸통이다. 다리 아래로 내려선 뒤부터는 자갈밭과 숲, 계곡을 번갈아 오가며 걷는다. 자갈밭을 걷다 숲으로 붙었다가, 길이 물 건너로 넘어가면 그대로 계곡을 가로지른다. 물이 넓게 퍼진 자리는 햇빛을 받아 수면이 반짝이고, 산자락이 좁혀드는 자리는 물길도 따라 좁아진다. 바위 밑으로 깊게 팬 소를 지나면 곧 무릎 아래로만 흐르는 얕은 여울이 이어진다.
바닥은 온통 둥근 돌이다. 맑은 날엔 물이 얕아 보이지만 막상 발을 넣으면 생각보다 깊은 자리가 곧잘 나온다. 평소엔 발목 정도로 건너지만 비가 온 뒤엔 무릎까지 차오르기도 한다. 숲으로 들어서면 공기부터 다르다. 볕 아래 자갈밭을 걷다가 몇 걸음 숲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이 확 끼치고, 계곡을 몇 번 건너다 보면 종아리에 냉기가 눌러붙는다. 숲과 자갈밭, 여울과 소가 짧은 간격으로 이어지며 같은 계곡인데도 걸음마다 풍경이 바뀐다.

11km에 5시간 넘게, 평지 거리로 착각하면 안 된다
방동약수부터 진동리까지 11km대라고 하면 만만해 보이지만, 이 길은 평지 걸음 속도로 계산할 게 못 된다. 방동고개까지 오르는 데 체력을 절반쯤 써버리고, 조경동교부터는 젖은 돌바닥을 살피며 걷느라 속도가 자꾸 떨어진다. 물을 건널 때마다 앞사람과 간격을 두고 발 디딜 자리를 골라야 하니 자갈밭에서도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걸음이 빠른 사람은 5시간대에 끝내지만, 쉬엄쉬엄 사진을 찍으며 걷는다면 6~7시간, 물이 많거나 일행 중 걸음이 느린 사람이 있으면 8시간 가까이 걸릴 수도 있다.
오후 3시면 입장이 끊기니 전 구간을 다 걸을 생각이라면 아침 일찍 나서야 한다. 처음 찾는 사람일수록 조경동교에 도착한 뒤 남은 6km에 시간을 넉넉히 남겨두는 게 안전하다. 계곡 안쪽은 휴대전화가 아예 안 터지는 구간도 있어서, 일행과 거리를 너무 벌리지 않는 게 좋다.

주차보다 골치 아픈 건 차량 회수
방동약수에서 시작해 진동리로 빠져나오면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다. 그래서 자가용을 몰고 온 사람에게는 주차할 자리보다 세워둔 차를 어떻게 되찾느냐가 더 큰 숙제다. 진동1리 쪽에 차를 세워두고 택시나 민간 승합차로 방동 쪽 들머리까지 되돌아간 다음, 걸어서 차가 있는 곳까지 내려오는 방법을 가장 많이 쓴다. 진동1리 마을회관 입구 근처에 성수기용 주차 공간이 있는데 무료와 유료가 섞여 있고 사정에 따라 달라지니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확실하다. 민간 승합차와 택시도 요금과 운행시간이 들쭉날쭉해서, 주말이라면 걷기 전에 미리 이동수단부터 잡아두는 편이 낫다. 대중교통을 쓴다면 현리터미널에서 진동리행 마을버스를 탈 수 있는데, 배차 간격이 길어서 돌아오는 시간까지 미리 계산해둬야 한다.
자연휴식년제, 2029년까지 이어진다
아침가리계곡은 지금 자연휴식년제 구간이다. 2026년 7월 1일부터 2029년 6월 30일까지가 이번 기간이고, 야영·취사·천렵·낚시·입욕은 모두 금지다. 트레킹 중 물속을 지나는 구간은 있지만, 한자리에 눌러앉아 수영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건 안 된다. 차량과 이륜차도 계곡 안쪽까지는 들어갈 수 없다. 아침가리의 숲과 물이 지금 모습을 지키고 있는 데는 이런 제한도 한몫했을 것이다.
신발부터 제대로 신어야 한다
계곡 바닥은 젖은 둥근 돌과 암반투성이라, 이 트레킹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등산화가 아니라 계곡 전용 신발이다. 밑창이 얇으면 자갈 하나하나가 발바닥에 그대로 박히고, 발목을 못 잡아주는 신발로는 물속에서 몸이 자꾸 흔들린다. 접지력 좋고 발목까지 감싸주는 계곡 트레킹화가 필요하다. 스틱도 챙기면 좋다. 물에 들어가기 전 수심을 재고, 미끄러운 돌 위에서 중심을 잡는 데 요긴하다. 휴대전화와 차 키, 지갑은 방수팩에 넣고 여벌 양말과 마른 옷도 챙겨야 한다. 5시간 넘게 걷는 코스이니 식수와 간식도 넉넉히 준비하고,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라면 계곡에 들어서기 전에 수위부터 확인해야 한다. 상류에 내린 비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고, 평소 건너던 자리의 유속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여행정보
위치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진동리 일원
대표 동선 방동약수 → 방동고개 → 조경동교 → 아침가리계곡 → 진동리
전체 거리 약 11km대 (방동약수~조경동교 약 5.2km, 조경동교~진동리 방향 약 6km)
예상 소요시간 약 5~8시간
2026년 탐방기간 5월 16일~10월 31일
입장시간 오전 7시~오후 3시, 예약 없음
추천 출발 전 구간 완주는 오전 출발
난이도 장거리 산행과 반복적인 계곡 횡단이 포함되는 중상급
주차 진동1리 일대 주차 공간 이용, 성수기 운영 및 요금 현장 확인
차량 회수 진동리 주차 후 택시·민간 승합차로 방동 쪽 출발지 이동
대중교통 현리터미널~진동리 방향 마을버스
휴대전화 계곡 안 통신 불통 구간 있음
화장실·매점·식수 계곡 안쪽에서 구하기 어려워 출발 전 준비
준비물 접지력 좋은 트레킹화, 스틱, 방수팩, 여벌 양말·옷, 식수, 간식
주의 우천 뒤 수위 상승과 빠른 유속, 젖은 암반, 장시간 보행
금지행위 야영·취사·천렵·낚시·입욕 등
자연휴식년제 2026년 7월 1일~2029년 6월 30일
추천 시기 계곡 트레킹은 여름, 숲과 계곡 풍경을 함께 보려면 늦여름~초가을
추천 대상 장거리 보행 경험이 있고 물길 산행을 즐기는 여행자
문의 인제군 환경보호과 생태환경팀 033-460-4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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