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을·무지개 아래 황금빛 꽃밭…5~7세기 삼국의 국경선이 수없이 바뀌던 임진강 최전선, 9월 3~6일 통일바라기 축제
서영오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현관이나 거실에 해바라기 그림을 걸어두면 재물운과 행운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노란 꽃잎이 황금빛을 닮았다는 데서 시작된 풍수 인테리어 속설이다. 온라인에서는 지금도 ‘돈 들어오는 그림’, ‘재물운 해바라기’라는 이름의 액자와 그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액자 속 해바라기보다 훨씬 큰 황금빛 장면이 경기도 연천에 펼쳐졌다. 장남면 호로고루 유적지 앞 들판을 해바라기가 가득 채웠다. 꽃밭 뒤로는 약 1,500년 전 임진강의 길목을 지키던 고구려 성벽이 길게 누워 있고, 해가 낮아지면 성벽 뒤 하늘이 붉게 번진다. 비가 지나간 날에는 성곽 위로 무지개가 걸리기도 한다.
올해 호로고루 해바라기는 축제 개막을 앞두고 이미 꽃밭을 노랗게 채웠다. 제11회 연천장남 통일바라기 축제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올해는 이상고온과 폭염으로 개화가 빨라져 축제 일정도 앞당겨졌다. 개막식은 3일 오전 10시 30분 본무대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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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걸어두면 돈 들어온다는데…이번에는 ‘진짜 해바라기’다
해바라기 그림을 집에 거는 사람들은 꽃의 밝은 노란색과 활짝 열린 형태에 복과 풍요의 이미지를 겹쳐 본다. 재물운 이야기는 풍수와 민간 속설의 영역이지만, 해바라기 액자가 오랫동안 집들이 선물과 인테리어 소품으로 팔려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로고루에서는 그 익숙한 해바라기가 액자 한 장의 크기를 넘어 들판 전체를 채운다. 가까이 다가가면 씨방과 꽃잎의 질감이 또렷하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면 수백 송이가 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사진 속에서는 대부분의 꽃이 같은 방향으로 등을 보이는 가운데 한 송이만 정면을 향한 장면도 잡힌다. 넓은 꽃밭과 한 송이의 표정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사진의 리듬이 생긴다.
노을 사진은 해바라기만 담은 사진과 성격이 다르다. 전경의 노란 꽃밭, 중경의 호로고루 성벽, 뒤편의 붉고 푸른 하늘이 세 겹으로 겹친다. 무지개 사진에서는 성곽이 꽃밭과 하늘을 이어주는 선이 된다. 꽃의 절정과 1,500년 된 성곽이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장소는 흔치 않다.
5~7세기, 임진강 일대는 삼국의 국경선이 수없이 바뀌던 최전선이었다
사진 속 해바라기밭 뒤로 길게 솟은 성벽이 연천 호로고루다. 5~7세기 고구려·백제·신라가 한강과 임진강 유역을 두고 세력을 겨루던 동안 이 일대의 국경선은 여러 차례 움직였다. 특히 6세기 중엽 이후 약 200년 동안 임진강은 고구려와 신라의 국경 하천 역할을 했다.
고구려가 이곳을 지킨 이유는 강을 건너는 길에 있었다. 호로고루가 자리한 고랑포 일대에는 임진강을 건너기 좋은 여울이 있었고, 개성과 서울을 잇는 길목도 가까웠다. 강을 건너는 사람과 병력을 감시하기 좋은 지점이었다. 성 위에 서면 임진강과 주변 평야가 넓게 내려다보인다.
호로고루는 임진강 북안의 현무암 대지 위에 세운 삼각형 강안평지성이다. 전체 성벽 둘레는 약 401m다. 약 28m 높이의 현무암 절벽과 급경사 지형을 방어선으로 이용하고, 육지와 이어지는 동쪽에는 길이 약 93.1m의 성벽을 집중해 쌓았다. 흙을 여러 겹 다져 올린 뒤 돌로 보강한 동벽에서는 토성과 석성의 장점을 결합한 고구려 축성 기술이 확인된다.
발굴에서는 목책과 대형 집수시설, 건물지와 함께 연화문 와당, 치미, 토기, 철기류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위계가 높은 유물이 많이 출토돼 호로고루를 임진강 국경 방어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하는 근거가 됐다. 고구려 멸망 뒤에는 신라도 이 성을 사용했다.

이름도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렵다…호로고루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호로고루’라는 이름도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주변 지형이 표주박이나 호리병을 닮아 ‘호로’라고 불렀다는 설이 전하고, 고을을 뜻하는 ‘홀·호로’와 성을 뜻하는 ‘구루’가 합쳐졌다는 설명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름을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지금 꽃밭에서 성벽을 바라보면 군사적 요충지라는 설명이 훨씬 쉽게 이해된다. 낮고 길게 보이는 동벽에 올라서면 주변 평야와 임진강 쪽 시야가 열리고, 강변의 천연 절벽이 성벽 역할을 했다는 지형도 눈에 들어온다. 책에서 읽던 ‘국경 방어선’이 실제 지형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해바라기·백일홍·코스모스…9월 3일부터 통일바라기 축제
올해 통일바라기 축제의 중심은 해바라기와 백일홍,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꽃정원이다. 페이스페인팅, 목공 체험, 키링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지역 농가가 참여하는 직거래 장터와 먹거리 장터도 운영된다. 2014년 시작한 축제는 올해 11회를 맞았다.
꽃을 중심으로 한 축제이지만 호로고루에서는 성벽을 빼놓기 어렵다. 낮에는 노란 꽃의 밀도가 강하고, 오후 늦게는 성벽과 꽃밭의 입체감이 살아난다. 일몰 무렵에는 성벽 뒤 하늘까지 사진의 일부가 된다. 꽃만 가까이 찍을 때와 성곽까지 넓게 잡을 때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온다.
사진 찍으러 간다면 오전보다 ‘늦은 오후’도 잡아야 한다
해바라기 클로즈업은 빛이 강한 시간에도 색이 또렷하게 나온다. 호로고루까지 한 화면에 넣으려면 해가 낮아지는 시간이 유리하다. 성벽의 윤곽이 살아나고 하늘의 색이 깊어진다. 구름이 많은 날에는 빛이 갈라지는 순간을 기다릴 만하고, 비가 지나간 뒤에는 무지개 같은 예상 밖의 장면도 만날 수 있다.
꽃밭 주변은 그늘이 많지 않다. 한낮 방문이라면 모자와 생수를 준비하고, 성벽 위까지 오를 계획이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편하다. 성벽과 꽃밭을 함께 둘러보는 데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여유가 있다. 노을 사진까지 기다리면 2시간 이상을 생각하는 편이 좋다.

‘돈 들어오는 해바라기 사진’ 소장하고 싶다면
여행레저신문 회원에게 이번 호로고루 해바라기 사진 가운데 선정된 고화질 원본을 제공한다. PC·모바일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거나 개인 소장용으로 인쇄해 액자로 걸 수 있다. 제공 대상 사진과 해상도는 사진별로 안내하며 재배포와 상업적 이용은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

해바라기는 며칠 사이에도 표정이 달라진다. 올해는 폭염 때문에 개화가 빨랐다. 축제 날짜만 기다리기보다 꽃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좋다. 지금 호로고루에서는 황금빛 꽃밭과 고구려 성벽이 같은 계절 안에 겹쳐 있다.
사진=서영오 작가 / 여행레저신문
“집에 걸어두면 돈 들어온다는데”…연천 호로고루 해바라기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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