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충북 음성의 용계저수지 둘레길은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수변 산책로다. 산을 오르는 트레킹보다 호수를 끼고 천천히 걷는 여행에 가깝다. 물가를 따라 이어지는 데크, 숲 그늘이 드리운 흙길, 잔잔하게 열리는 저수지 풍경이 한 코스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길의 매력은 단순히 호수 풍경에만 있지 않다. 용계저수지는 무극저수지, 금석저수지와 함께 음성의 ‘삼형제저수지’로 불린다. 세 저수지는 따로 떨어져 있지만 산을 사이에 두고 도수터널로 연결돼 하나의 물길처럼 기능한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구조다. 그래서 용계저수지 둘레길은 하나의 저수지를 걷는 산책이면서도, 음성의 세 수변 공간이 이어지는 지형적 이야기를 함께 품고 있다.
여행자는 이 구조를 어렵게 이해할 필요가 없다. 길 위에서는 그저 물이 안정적으로 머무는 저수지의 표정, 낮은 산자락이 호수를 감싸는 풍경, 숲과 물이 가까운 거리에서 번갈아 나타나는 리듬을 느끼면 된다. 용계저수지 둘레길이 다른 호숫가 산책로와 조금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길의 배경을 알고 걸으면 평범한 저수지가 아니라 음성의 농업, 지형, 생활사가 겹친 풍경으로 보인다.

현재 용계저수지 둘레길은 총 4.8km 규모로 알려져 있다. 빠르게 걷기보다 사진을 찍고 쉬어가며 걷는다면 두 시간 안팎의 코스로 잡기 좋다. 길은 대체로 완만하다. 일부 구간은 숲길 분위기가 강하고, 일부 구간은 수변 데크와 전망이 중심이 된다. 등산화와 스틱이 필요한 산행이 아니라 편한 운동화와 물 한 병이면 충분한 주말 산책 코스다.
가족 나들이에도 부담이 적다. 부모님과 함께 걷는 여행이라면 긴 오르막이나 계단이 많은 코스보다 호흡을 맞추기 쉬운 길이 중요하다. 용계저수지 둘레길은 그런 점에서 중장년층 동반 여행에 잘 맞는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물가 안전에만 유의하면 된다. 호수와 숲을 오가며 걷는 길이라 대화가 끊기지 않고,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기에도 좋다.
풍경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봄에는 신록과 산자락의 연한 빛이 호수 위에 내려앉고, 초여름에는 숲 그늘이 걷는 시간을 편안하게 만든다. 한낮보다 오전이나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가 걷기 좋다. 물가 산책로는 햇빛의 방향에 따라 사진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노을 무렵에는 저수지 표면에 붉은 빛이 번지는 장면도 만날 수 있다.

다만 이 길을 ‘세 저수지를 모두 한꺼번에 도는 완성형 코스’로 이해하면 조금 과하다. 현재 여행자가 가장 손쉽게 걷는 길은 용계저수지를 중심으로 한 수변 산책로다. 무극저수지와 금석저수지는 삼형제저수지라는 큰 수변 구조 안에서 함께 읽는 편이 정확하다. 걷는 길은 용계저수지, 배경은 삼형제저수지라고 보면 된다.
음성 여행 동선으로도 활용도가 있다. 용계저수지 둘레길은 충북 내륙의 조용한 걷기 여행지로, 유명 관광지의 혼잡함을 피하려는 주말 여행객에게 어울린다. 목적지가 크고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장점이다. 오래 줄을 서거나 입장 시간을 맞출 필요 없이, 날씨가 좋을 때 가볍게 다녀오기 좋다.
주말여행의 흐름도 단순하다. 오전에 용계저수지 둘레길을 걷고, 점심은 금왕읍이나 음성읍 일대에서 해결한 뒤, 주변 카페나 다른 음성 여행지를 곁들이면 당일치기 코스가 완성된다. 여행의 목적을 ‘많이 보는 것’보다 ‘조용히 걷는 것’에 둔다면 만족도가 높다.
용계저수지 둘레길은 거창한 풍경을 내세우는 길은 아니다. 대신 숲, 호수, 물길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이어진다. 걷는 동안 발걸음은 무겁지 않고, 시선은 자주 물가에 머문다. 복잡한 도심을 잠시 벗어나 부모님과 천천히 걷고 싶은 주말이라면, 음성의 이 수변길은 충분히 기억해둘 만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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