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열기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개최 도시를 넘어 관광 인프라를 전면 재편하는 도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LA 여행의 가장 큰 피로 요인으로 지적돼 온 LA국제공항 접근성과 터미널 주변 교통 체증, 분산된 렌터카 동선, 해양관광 인프라의 낮은 체감도 등이 월드컵과 2028 LA 올림픽을 앞두고 빠르게 재정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변화의 중심에는 LAX의 지상 교통 현대화 프로젝트가 있다. LAX는 2026년 3월 통합렌터카센터를 공식 개장하며, 그동안 공항 주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던 렌터카 운영 동선을 하나의 시설로 집약했다.
여기에 무인궤도열차 시스템인 APM, 즉 Automated People Mover가 승객 운행을 앞두고 시험 단계에 들어서면서 공항 터미널, 렌터카센터, 메트로 환승 거점을 연결하는 새로운 공항 이동 구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LA 공항 교통망의 변화는 단순한 편의시설 확충이 아니다. LAX는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국제 관문이지만, 그동안 여행객에게는 도착 이후가 더 힘든 공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온 뒤 터미널 앞 차량 정체를 통과하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렌터카 영업소로 이동해야 하는 동선은 장거리 여행객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발 장거리 여행객에게 LAX의 복잡한 지상 이동은 LA 자유여행의 첫인상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통합렌터카센터와 APM은 LA 관광의 출발점을 바꾸는 장치다. 렌터카센터는 개별 업체별 셔틀 이동을 줄이고, APM은 공항 터미널과 외부 교통 거점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LAX 주변 차량 흐름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아직 APM의 승객 운행 개시일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험 운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LA 관광 인프라의 체질 개선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LA 관광의 소비 방식이 패키지 중심에서 고부가 자유여행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LA는 도시 규모가 넓고, 해안·미식·쇼핑·예술·스포츠·엔터테인먼트 자원이 여러 권역에 분산돼 있다.
따라서 공항에서 렌터카 또는 대중교통으로 얼마나 매끄럽게 연결되느냐가 여행 만족도와 체류 소비를 좌우한다. 공항 접근성이 개선되면 베벌리힐즈, 산타모니카, 다운타운 LA, 샌페드로, 애너하임, 팜스프링스 등 광역 여행 동선을 묶은 고부가 상품 설계가 한층 수월해진다.
2026 월드컵은 이러한 변화의 실전 테스트다. LA는 SoFi Stadium을 중심으로 총 8경기를 치르는 핵심 개최 도시다. 대회 기간 전 세계 축구팬, 미디어, 스폰서, 기업 인센티브 수요가 LA로 집중되면서 공항, 숙박, 교통, 엔터테인먼트, 외식, 쇼핑 인프라의 수용 능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공항에서 시작된 변화는 해양관문으로 이어진다. 샌페드로 워터프런트 일대에서 조성 중인 웨스트 하버는 LA 해양관광의 체감도를 높일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대형 수변 상업·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개발되는 웨스트 하버에는 6,200석 규모의 워터프런트 공연장이 들어서며, 향후 크루즈 여행객과 지역 방문객, 공연·미식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는 복합 목적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웨스트 하버의 의미는 LA 관광의 무게중심을 내륙 도심과 해변 명소에서 항만·크루즈·수변 문화로 확장한다는 데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LA는 오랫동안 할리우드, 베벌리힐즈, 산타모니카, 그리피스 천문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익숙한 명소 중심으로 소비돼 왔다.
그러나 공항 접근성과 렌터카 동선이 개선되고, 샌페드로 워터프런트가 새로운 목적지로 부상하면 LA 여행은 도시 관광에서 광역 체류형 관광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 인프라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다운타운 LA에서는 세계 최초의 AI 아트 뮤지엄을 표방하는 Dataland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 예술, 자연 데이터, 몰입형 미디어 경험과 결합하는 방식은 LA가 영화와 음악, 디지털 콘텐츠를 넘어 AI 시대의 문화 실험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숙박 부문에서도 고급화 흐름이 뚜렷하다. 베벌리힐즈의 Cameo Beverly Hills는 럭셔리 브랜드 LXR Hotels & Resorts로 재편되며 객실, 다이닝, 수영장, 이벤트 공간을 새롭게 선보였다.
결국 LA의 변화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경기장을 보러 가는 도시에서 도착 순간부터 이동과 체류 경험을 다시 설계하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여행업계에도 시사점이 크다. 기존 LA 상품은 항공권과 호텔, 주요 관광지를 묶은 정형화된 일정이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의 LA 상품은 공항 접근성 개선을 기반으로 렌터카 FIT, 해안 드라이브, 미식 투어, 스포츠 관람, AI 문화 체험, 크루즈 전후 체류, 럭셔리 휴양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LA 관광의 경쟁력은 더 이상 유명 관광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여행자가 공항에 도착한 뒤 얼마나 빠르게 도시로 연결되고, 얼마나 다양한 권역을 불편 없이 이동하며,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소비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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