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낯설지만 설레는 이름이었다. 필리핀의 수많은 바다 가운데서도 팔라완은 유난히 물빛이 맑고, 섬의 윤곽이 부드럽고, 배를 타고 들어갈수록 풍경이 깊어지는 곳이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그 팔라완 여행의 관문이었다.
팔라완은 필리핀 서쪽에 길게 누운 섬이자 하나의 주다. 마닐라와 세부의 번잡함에서 한 걸음 더 떨어져 있고, 남중국해와 술루해 사이에서 섬과 바다, 열대림과 석회암 지형을 함께 품는다. 그 안에서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행정과 교통, 여행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한국 여행자에게는 지하강과 혼다베이, 그리고 엘니도로 이어지는 팔라완 여정의 출발점으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곳은 지하강이다. 정식 명칭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이다. 배를 타고 해안 마을 사방으로 들어가고, 다시 작은 보트를 갈아타 동굴 입구로 향하면 석회암 절벽 아래로 어두운 물길이 열린다. 바깥의 바다는 밝고 투명하지만,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공기는 차분해지고, 물소리와 노 젓는 소리, 박쥐가 머무는 천장의 그림자가 여행자의 감각을 바꾼다.

이곳은 단순한 동굴 관광지가 아니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과 열대림, 해안 생태가 함께 보존된 세계적 자연유산이다. 바다 가까이 열린 동굴 속으로 강이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 보트가 천천히 들어가는 경험은 다른 휴양지의 해변 산책과 전혀 다르다. 팔라완의 자연은 여기서부터 자신이 왜 특별한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팔라완의 첫 문이라는 말은 그래서 과장이 아니다.
도시 가까이에서 만나는 바다는 혼다베이로 이어진다. 혼다베이는 푸에르토 프린세사 동쪽 해안의 섬 여행 무대다. 방카 보트를 타고 섬과 모래톱, 산호가 있는 얕은 바다를 오가며 하루를 보낸다. 배 위에서 보는 바다는 얕은 곳에서는 연한 에메랄드빛을 띠고, 조금 깊어지면 짙은 파랑으로 바뀐다. 섬에 내려 스노클링을 하고, 물 위에 비친 구름과 보트 그림자를 보는 시간은 팔라완 여행이 왜 오래 기억되는지를 보여준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거대한 도시의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의 매력은 느슨한 속도에 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도심, 로컬 식당, 시장, 항구, 해안 마을이 여행자의 동선을 만든다. 하루는 지하강으로, 하루는 혼다베이로, 또 하루는 시내와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보낼 수 있다. 여행이 바쁘게 소비되는 시대에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아직도 조금은 느린 필리핀의 표정을 간직하고 있다.

음식은 바다와 열대의 맛으로 이어진다. 팔라완의 식탁에는 생선구이, 새우, 게, 오징어, 조개, 망고, 코코넛이 자연스럽게 오른다. 고급 레스토랑의 정교한 한 접시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배를 타고 돌아온 뒤 먹는 해산물 점심, 시장 근처에서 만나는 그릴드 피시, 뜨거운 밥과 새콤한 소스, 잘 익은 망고 한 접시다. 바닷바람과 함께 먹는 음식은 여행지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팔라완의 문화는 섬의 거리감에서 나온다. 필리핀의 다른 대도시보다 조용하고, 바다는 늘 가까우며, 사람들의 표정에는 관광지의 분주함보다 생활의 속도가 먼저 느껴진다. 영어가 널리 통하고 여행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만, 팔라완의 본질은 지나치게 정돈된 리조트 안에만 있지 않다. 작은 선착장, 로컬 마켓, 해안 마을, 방카 보트가 오가는 풍경 속에서 이 섬의 진짜 표정이 나온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팔라완 여행은 더 북쪽으로 확장된다. 이때 이름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팔라완의 중심 관문이고, 엘니도는 팔라완 북부 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엘니도는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일부가 아니다. 육상 이동으로 이어갈 수도 있고, 항공이나 배를 활용해 접근할 수도 있는 별도의 목적지다. 다만 한국 여행자에게는 두 이름이 함께 팔라완 여행의 큰 그림으로 기억돼 왔다.

엘니도의 바쿠잇 군도는 팔라완을 세계적인 섬 여행지로 만든 결정적 장면이다. 석회암 절벽이 바다 위로 솟고, 라군 안으로 방카 보트가 미끄러져 들어가며, 물빛은 유리처럼 밝아진다. 작은 라군, 큰 라군, 숨은 해변, 절벽 사이의 좁은 물길은 사진보다 실제 이동의 감각으로 더 오래 남는다.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팔라완 여행의 첫 문이라면, 엘니도는 그 문을 지나 북쪽에서 만나는 절정이다.
그래서 팔라완 여행은 한 도시만 찍고 끝나는 방식보다 흐름으로 읽어야 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지하강과 혼다베이를 보고, 사방과 해안 마을에서 팔라완의 자연을 먼저 느낀 뒤, 시간이 허락하면 엘니도로 이동해 라군과 섬 여행을 이어간다. 여기에 코론까지 연결하면 팔라완 북부의 또 다른 바다와 난파선 다이빙까지 확장된다. 다만 처음 팔라완을 만나는 여행자에게는 푸에르토 프린세사와 엘니도를 잇는 일정만으로도 충분히 깊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코로나19 이전 한국 여행자에게 팔라완은 지금보다 가까운 이름이었다. 직항과 전세기, 여행사 상품이 살아 있을 때는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낯설어도 선택 가능한 휴양지였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항공망이 흔들리고 직항 회복이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한국 관광객의 흐름은 예전 같지 않다. 아름다운 목적지가 있어도 가는 길이 불편하면 시장은 쉽게 식는다.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다시 한국 여행자를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리핀은 여전히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이고, 한국은 필리핀 관광시장에서 중요한 원천시장이다. 하지만 보라카이, 세부, 보홀처럼 익숙한 이름에 비해 팔라완은 다시 설명이 필요하다. 단순히 “좋은 바다”라고 말해서는 부족하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지하강이라는 세계유산, 혼다베이라는 섬 여행, 엘니도로 이어지는 북부 섬 여행의 확장성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한국 여행시장은 이미 변했다. 단체 패키지 중심의 휴양지 소비만으로는 예전 같은 힘을 얻기 어렵다. 가족여행, 커플 여행, 소규모 자유여행, 사진 여행, 다이빙과 스노클링, 지속가능한 자연 여행이 함께 움직인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이 변화에 맞는 소재를 갖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 보트 투어, 해양 생태, 로컬 음식, 엘니도 확장 동선은 모두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여행 콘텐츠다.
다시 필요한 것은 이름을 되살리는 일이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한국 여행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곳도 아니고, 이미 다 소비된 곳도 아니다. 한때는 낯설지만 설레는 이름이었고, 지금은 다시 설명해야 할 목적지다. 코로나19 이후 끊어진 항공과 상품의 기억을 복원하려면, 먼저 이곳이 왜 아름다웠는지부터 다시 보여줘야 한다.
팔라완의 바다는 여전히 투명하고, 지하강의 물길은 여전히 어둡고 깊으며, 혼다베이의 방카 보트는 여전히 섬과 섬 사이를 지난다. 엘니도의 라군은 북부 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남아 있고,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그 모든 여행의 첫 문으로 서 있다. 한국 여행자가 다시 팔라완을 떠올려야 한다면, 그 시작점은 결국 푸에르토 프린세사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여행 정보
국가: 필리핀
지역: 팔라완주
도시: 푸에르토 프린세사
성격: 팔라완 여행의 중심 도시이자 남중부 관문
대표 명소: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 혼다베이, 사방 비치, 시내 시장과 해안 지역
연계 여행지: 엘니도, 코론, 포트 바턴
추천 일정: 푸에르토 프린세사 2박 3일 또는 푸에르토 프린세사 2박 + 엘니도 3박
이동: 한국 직항 여부는 시기별 항공 운항 확인 필요. 일반적으로 마닐라, 세부, 클라크 등 필리핀 주요 도시 경유가 활용된다.
현지 이동: 지하강은 차량과 보트 이동이 결합되고, 혼다베이는 선착장에서 방카 보트를 이용한다. 엘니도 이동은 육상 이동, 항공, 해상 이동을 일정에 맞춰 확인해야 한다.
여행 포인트: 지하강은 사전 예약과 입장 절차 확인이 필요하며, 섬 투어는 날씨와 해상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대표 여행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은 팔라완 여행의 상징이다. 석회암 절벽과 열대림, 동굴 속 물길을 따라가는 보트 투어가 핵심이다.
혼다베이는 푸에르토 프린세사 동쪽 해안의 대표 섬 여행지다. 방카 보트를 타고 섬과 모래톱, 스노클링 포인트를 오가는 일정으로 구성된다.
사방 비치는 지하강 여행의 전초기지 성격을 갖는다. 바다와 산, 해안 마을의 분위기가 함께 남아 있다.
엘니도는 팔라완 북부 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라군, 석회암 절벽, 바쿠잇 군도 섬 투어가 핵심이며 푸에르토 프린세사와는 별도 목적지로 구분해야 한다.
포트 바턴은 푸에르토 프린세사와 엘니도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팔라완의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표 음식
팔라완 여행의 식탁은 해산물이 중심이다. 생선구이, 새우, 게, 오징어, 조개 요리를 해안 식당과 로컬 레스토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망고, 코코넛, 열대 과일은 팔라완 여행의 가벼운 즐거움이다. 섬 투어 뒤 먹는 망고와 시원한 음료는 현지 여행의 기억을 오래 남긴다.
필리핀식 바비큐와 해산물 그릴, 새콤한 소스와 밥이 어우러진 식사는 한국 여행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사진 포인트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입구와 에메랄드빛 물길
사방 비치에서 지하강으로 향하는 보트 동선
혼다베이 방카 보트와 섬 풍경
팔라완 해산물 식탁과 망고
엘니도 라군과 석회암 절벽
포트 바턴의 조용한 해변과 선셋
여행 전 체크
지하강 투어는 사전 예약, 입장 허가, 이동 시간이 필요하므로 하루 일정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혼다베이와 엘니도 섬 투어는 날씨와 파도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
팔라완은 도시 간 이동 시간이 길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와 엘니도를 함께 여행할 경우 이동일을 무리하게 압축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해양 활동이 많은 지역이므로 아쿠아슈즈, 방수팩, 선크림, 모자, 얇은 긴팔 옷을 준비하면 좋다.
현지 소규모 식당과 섬 투어 현장에서는 현금이 유용하다.
직항과 경유 항공편은 시즌별로 바뀔 수 있으므로 항공사 운항 여부와 환승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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