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수도는 바르샤바, 한국 커뮤니티의 수도는 브로츠와프입니다”

서울국제관광전(SITF) 2026 폴란드 부스에서 만난 Alfred Wagner 브로츠와프시 관광·프로모션 부국장은 도시 소개를 한국 사람 이야기로 시작했다. “폴란드의 수도는 바르샤바지만 한국 커뮤니티의 수도는 브로츠와프”라는 그의 말에는 한국 시장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브로츠와프 올드타운과 오드라강, 다리가 어우러진 폴란드 대표 관광도시 전경
폴란드 남서부 Lower Silesia의 중심 도시 브로츠와프는 130개가 넘는 다리와 오드라강, 올드타운, 대성당섬을 품은 수변 관광도시다. 사진은 브로츠와프시 제공 예정.

“폴란드의 수도는 바르샤바입니다. 하지만 한국 커뮤니티의 수도는 브로츠와프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서울국제관광전(SITF) 2026 폴란드 부스에서 만난 Alfred Wagner 브로츠와프(Wrocław)시 관광·프로모션 부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도시 소개는 보통 성당, 광장, 궁전, 미술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브로츠와프 소개를 ‘한국 사람’ 이야기로 시작했다.

여행 관련 인터뷰를 오래 해왔지만, 도시를 설명하면서 첫 문장부터 그곳에 사는 한국 사람과 한국 커뮤니티를 꺼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니, 거의 처음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의 말은 단순한 홍보 문구처럼 들리지 않았다. 브로츠와프가 한국 시장을 얼마나 가까이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여행업계와 얼마나 진지하게 만나고 싶어 하는지 첫 대화부터 드러났다.

Wagner 부국장은 “브로츠와프에는 LG를 비롯한 한국 기업과 관련해 많은 한국인 가족이 살고 있다”며 “도시의 한 지역은 한국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브로츠와프가 폴란드의 정치적 수도는 아니지만, 한국인 커뮤니티만큼은 가장 활발한 도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한국을 말할 때마다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것은 전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한국 시장은 중요합니다”라는 의례적인 말과는 조금 달랐다. 이미 한국 사람들과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고, 한국 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있으며, 이제는 한국 여행객과 여행사까지 더 깊이 만나고 싶다는 쪽에 가까웠다.

여러 나라의 시간이 쌓인 도시

브로츠와프는 폴란드 남서부 Lower Silesia, 즉 돌니실롱스크 지역의 중심 도시다. 독일과 체코 국경이 가까운 이 도시는 지도 위에서는 폴란드의 한 도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유럽의 복잡한 시간이 층층이 쌓인 곳이다. 10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브로츠와프는 폴란드였고, 체코였고, 합스부르크와 프로이센, 독일의 시간을 지나왔다. 도시의 이름도, 주인도, 언어도 여러 번 바뀌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브로츠와프의 운명을 크게 바꾸었다. 전쟁 전 독일 도시였던 이곳은 전후 다시 폴란드 영토가 됐다. 독일 주민 상당수는 도시를 떠났고,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폴란드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브로츠와프는 오래된 역사 위에 전혀 새로운 사람들의 도시로 다시 세워졌다.

Wagner 부국장은 이 대목을 매우 흥미롭게 설명했다. “브로츠와프에는 수백 년째 같은 집안이 이어져 내려온 토박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제 세대도 세대 수로 따지면 세 세대 정도입니다. 그 이상은 어렵습니다. 모두가 어딘가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브로츠와프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열쇠처럼 들렸다. 누구도 완전히 오래된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쉽게 배척하지 않는다. 다름을 낯설어하기보다 도시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외국인도, 학생도, 이주자도, 기업인도, 여행자도 이 도시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섞인다.

어쩌면 그래서 브로츠와프는 한국 사람에게도 편안한 도시가 됐는지 모른다. “한국 가족들도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Wagner 부국장의 말에는 도시를 소개하는 공무원의 어투보다 가까운 이웃을 말하는 사람의 따뜻함이 있었다.

물길과 다리, 걸어서 만나는 브로츠와프

브로츠와프의 매력은 역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물과 다리가 도시의 분위기를 만든다. 오드라(Odra)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여섯 개의 작은 강줄기가 함께 흐른다. 그 위로 130개가 넘는 다리가 놓여 있다. 그래서 브로츠와프는 ‘북쪽의 베네치아’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이곳의 물은 장식처럼 멀리 있는 풍경이 아니다. 강은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다. 강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고, 카약을 타고 도시를 바라볼 수 있다. 자전거길은 도시 곳곳으로 이어지고, 전동 스쿠터와 트램은 여행자의 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바쁘게 관광지만 찍고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면서 자기 속도로 즐길 수 있는 도시다.

Wagner 부국장은 “브로츠와프는 여행하기 매우 편한 도시”라고 말했다. 관광객은 걸어서, 트램으로, 버스로 짧은 시간 안에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올드타운과 마켓스퀘어, 대성당섬(Cathedral Island),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센테니얼 홀(Centennial Hall), 동물원, 아쿠아파크, 물을 주제로 한 체험형 전시공간 하이드로폴리스(Hydropolis)까지 하루 일정 안에서도 무리 없이 엮인다.

특히 대성당섬의 밤은 브로츠와프가 오래 기억될 만한 장면이다. 해가 저물면 오래된 거리와 성당 주변에 불빛이 켜지고, 도시의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른다. 중세 도시의 골목과 강, 다리와 트램이 한 화면에 겹치는 순간, 브로츠와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걷고 싶은 도시’가 된다.

브로츠와프 거리 곳곳에 숨어 있는 난쟁이 동상과 가족여행 체험 콘텐츠
브로츠와프 곳곳에 숨어 있는 난쟁이 동상은 가족 여행객에게 보물찾기 같은 즐거움을 주며, 도시의 유머와 자유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사진은 브로츠와프시 제공 예정.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난쟁이들

가족 여행객에게는 난쟁이들이 기다린다. Wagner 부국장은 브로츠와프 곳곳에 1000개가 넘는 작은 난쟁이 동상이 숨어 있다고 소개했다. 아이들은 지도를 들고 난쟁이를 찾는다. 거리 모퉁이, 광장 한쪽, 상점 앞, 다리 근처에서 작은 난쟁이를 발견할 때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보물찾기 놀이가 된다.

그런데 이 난쟁이들은 단순히 귀여운 관광 캐릭터가 아니다. 브로츠와프 시민의 유머와 자유정신이 담긴 상징이다. Wagner 부국장은 “항상 싸움이 공격적일 필요는 없다. 유머와 거리감, 웃음으로도 저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맞선 평화적 움직임 속에서 난쟁이는 시민들의 재치 있는 표현이 됐다. 그래서 브로츠와프의 난쟁이는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이지만, 어른들에게는 도시가 지켜온 자유의 방식이기도 하다.

미쉐린과 실버관광, 브로츠와프의 다음 전략

최근 브로츠와프가 힘을 주는 분야는 미식이다. Wagner 부국장은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푸드 투어리즘이 세계 여행시장에서 커지고 있으며, 브로츠와프도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레스토랑들이 늘어나고, 강변 다이닝과 현대적인 유럽 요리, 지역 음식이 함께 브로츠와프를 ‘먹으러 가는 도시’로 다시 보게 만든다.

한국 여행객에게 음식은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큰 요소다. 일정이 좋아도 식사가 약하면 여행의 기억은 쉽게 흐려진다. 그런 점에서 브로츠와프의 미식 전략은 한국 시장과도 잘 맞는다. 오래된 유럽 도시의 풍경 속에서 강변 레스토랑에 앉아 저녁을 먹고, 다음 날에는 로컬 마켓과 카페, 미쉐린 레스토랑을 연결하는 일정은 한국 여행사 입장에서도 바로 다듬어볼 만한 재료다.

브로츠와프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실버 관광’에 대한 시각이다. Wagner 부국장은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관광 접근성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설명했다. 호텔과 관광지, 교통, 정보 제공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여행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인간의 존엄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행은 젊고 건강한 사람만의 권리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고령자, 장애인, 이동이 불편한 사람도 같은 도시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 역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앞으로 여행시장에서 실버 관광은 무시하기 어려운 수요가 된다. 브로츠와프의 이런 방향은 한국 여행업계에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바르샤바와 크라쿠프 다음 장을 여는 도시

도시 밖으로 나가면 여행의 폭은 더 넓어진다. 브로츠와프에서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수십 개의 성과 궁전, 광산과 완만한 산악 지역이 이어진다. 일부 성과 궁전은 숙박시설로 운영돼 유럽의 성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특별한 경험도 가능하다. 금광과 탄광을 둘러보는 체험, 숲과 언덕을 걷는 일정, 역사유적을 연결하는 코스까지 더하면 브로츠와프는 하루 이틀 보고 지나갈 도시가 아니다.

Wagner 부국장은 “7일이나 8일을 머물러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은 과장이 아니라 일정 구성이 가능한 목적지라는 뜻이었다. 도심 관광, 가족 체험, 미식, 성과 궁전, 광산, 자연, MICE, 실버 관광까지 상품으로 엮을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 여행사와의 협력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르샤바와 크라쿠프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폴란드 상품에 브로츠와프를 넣으면, 폴란드 여행은 훨씬 입체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는 한국 여행사들이 원하는 고객층과 상품 성격에 맞춰 브로츠와프 일정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여행을 중시하는 여행사라면 난쟁이와 하이드로폴리스, 동물원과 아쿠아파크를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고, 미식에 관심 있는 여행사라면 미쉐린과 강변 레스토랑, 로컬 푸드를 묶을 수 있다. MICE나 기업 인센티브, 문화유산, 럭셔리, 실버관광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상품화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 여행사들과 협력하고 싶습니다. 브로츠와프를 폴란드 여행 일정에 넣어주길 바랍니다.”

SITF 2026 Online Daily의 첫 인터뷰로 만난 브로츠와프는 반가운 출발이었다. 전시장 한쪽에서 만난 이 도시는 자신을 과장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 사람을 먼저 이야기했고, 한국 여행사를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래된 역사와 젊은 도시의 활기, 물과 다리, 난쟁이와 미쉐린, 성과 궁전, 그리고 누구나 받아들이는 도시의 따뜻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바르샤바와 크라쿠프가 폴란드 여행의 익숙한 입구라면, 브로츠와프는 그 다음 장을 열어주는 도시다. 물길과 다리, 난쟁이와 미쉐린, 성과 궁전, 그리고 한국 사람을 먼저 이야기하는 따뜻한 환대까지. 폴란드의 수도는 바르샤바지만, 한국 커뮤니티의 수도를 자처하는 이 도시는 지금 한국을 향해 아주 진심 어린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

여행레저신문 Copyrights ⓒ The Travel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