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슈트라파티 바반, 19년에 걸쳐 완성된 인도 대통령 공식 관저
라슈트라파티 바반은 인도 뉴델리 라이시나 언덕에 자리한 인도 대통령의 공식 관저다. 현재는 인도 공화국을 상징하는 핵심 국가 건축물로 사용되고 있지만, 처음 세워질 당시에는 영국령 인도제국을 통치하던 총독의 관저였다.
건물의 옛 이름은 ‘바이스로이 하우스’였다. 영국이 인도의 수도를 캘커타에서 델리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뒤, 새로운 제국 수도의 중심에 총독 관저를 세우는 대규모 계획이 추진됐다. 건축 설계는 영국 건축가 에드윈 루티언스가 중심이 됐으며, 허버트 베이커도 뉴델리 행정지구 조성에 함께 참여했다.
라슈트라파티 바반의 건설은 당초 약 4년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과 공사비 조정, 설계 변경, 대규모 도시 건설이 겹치면서 일정이 크게 늦어졌다. 공사는 1912년 시작돼 1929년께 주요 건축이 마무리됐으며, 공식 사용까지는 약 19년이 걸렸다.
건축물은 유럽 고전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인도 전통 건축의 요소를 폭넓게 결합했다. 거대한 중앙 돔과 대칭적인 외관에서는 서양 궁전 건축의 특징이 드러나지만, 돌출된 처마인 차자, 원형 차트리, 연꽃 문양, 붉은 사암 격자 장식 등에서는 인도 건축의 영향이 확인된다.
특히 건물 중심부 위로 솟은 대형 돔은 라슈트라파티 바반의 상징적인 요소다.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돔과 긴 수평축, 넓게 펼쳐진 전면 광장은 건물의 권위와 규모를 강조한다. 영국 식민 통치의 상징으로 설계됐지만, 독립 이후에는 인도 공화국의 국가 의전과 민주적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라슈트라파티 바반은 4층 규모로 약 340개의 방을 갖춘 대형 건축물이다. 대통령의 공식 집무 공간과 거주 공간뿐 아니라 국빈을 맞는 의전실, 연회장, 접견실, 행정 사무 공간 등이 함께 마련돼 있다. 넓은 대통령 관저 부지에는 정원과 공공 공간, 경호·관리 시설도 포함돼 있다.
첫 거주자는 당시 인도 총독이었던 에드워드 프레더릭 린들리 우드였다. 그는 로드 어윈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로, 1931년 새 총독 관저에 입주했다. 이 시기부터 건물은 영국령 인도 통치의 핵심 공간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47년 인도가 독립한 뒤에는 총독 관저에서 인도 총독부 관저로 성격이 바뀌었다. 1950년 1월 26일 인도가 공화국으로 출범하고 라젠드라 프라사드가 초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건물의 명칭도 ‘대통령의 집’을 뜻하는 라슈트라파티 바반으로 변경됐다. 이후 이곳은 역대 인도 대통령의 공식 관저이자 국가 의전의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라슈트라파티 바반의 정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무굴식 정원 구성과 영국식 조경을 결합한 대통령 정원은 수로와 화단, 분수, 잔디밭이 대칭적으로 배치돼 있다. 계절에 따라 일반에 개방되는 기간에는 뉴델리를 대표하는 정원 명소로 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오늘날 라슈트라파티 바반은 단순한 대통령 거처를 넘어 인도의 근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영국령 인도제국의 총독 관저에서 출발했지만, 독립과 공화국 수립을 거치며 인도 국가의 정체성과 주권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다시 자리 잡았다.
웅장한 돔과 붉은 사암 외벽, 인도와 유럽 건축 요소가 결합된 외관은 뉴델리 행정 중심지의 대표 풍경을 이룬다. 라슈트라파티 바반은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독립국가의 정치적 상징으로 전환된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사진: 이정찬/여행레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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