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 관광의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나 절경만 내세우던 시대에서 벗어나 지역 식재료 자체를 여행 경험으로 만드는 ‘푸드 투어리즘’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일본 최대 마늘 산지 아오모리에서는 이제 마늘이 단순 특산품이 아니라 숙박객을 끌어들이는 관광 콘텐츠가 되고 있다.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하는 온천 숙소 ‘아오모리야 by 호시노 리조트’는 오는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여름 한정 이벤트 ‘마늘 비어가든 931’을 개최한다. 일본 내 마늘 생산량 1위 지역인 아오모리의 지역성을 살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마늘 1위 산지가 만든 여름 체류 콘텐츠
겉으로 보면 호텔의 계절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일본 지방 관광의 변화된 전략이 담겨 있다. 단순 숙박이나 온천 이용을 넘어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아오모리는 일본 내 마늘 생산량 1위 지역이다. 특히 다고마치산 마늘은 향이 진하면서도 단맛이 강해 일본 미식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특산품 판매만으로는 관광객 체류를 늘리기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지역 식재료를 여행 경험으로 연결하는 콘텐츠형 미식 관광이다.
‘스톱’할 때까지 마늘을 올리는 버거
올해 이벤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롭게 선보이는 ‘마늘 듬뿍 버거’다. 마늘을 넣어 만든 번에 아오모리 향토 음식인 바라야키를 넣고, 사과 피클을 더해 지역성을 살렸다. 바라야키는 삼겹살과 양파를 간장 베이스의 달콤짭짤한 소스로 볶아낸 아오모리의 대표 음식이다.
특히 이 메뉴는 고객이 “스톱!”이라고 말할 때까지 직원이 다진 마늘과 마늘칩, 마늘 파우더를 계속 올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단순히 먹는 메뉴가 아니라 참여형 체험 요소를 넣은 것이다. SNS 시대 여행객들이 ‘사진 찍을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겨냥한 전략으로 읽힌다.
지역 맥주와 마늘 안주, 가족 체험까지
맥주 역시 지역성을 강화했다. 행사에서는 지역 양조장 OIRASE Brewery와 공동 개발한 오리지널 맥주 ‘타게메비아’를 선보인다. 오이라세 계류의 물을 사용한 이 맥주는 과일 향과 가벼운 쌉쌀함이 특징으로 마늘 요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술을 마시지 않는 여행객과 어린이를 위한 ‘탓콜라’도 마련된다. 아오모리 다고마치산 마늘 추출물을 활용한 음료다. 리조트가 가족 여행객까지 함께 고려한 흔적이다.
행사장에서는 마늘 아이스크림과 마늘 칩스 등을 판매하는 ‘마늘 콘비리 숍’도 운영된다. 여기에 흑마늘 OX 게임, 마늘 링 던지기, 입체 퍼즐 등 마늘을 주제로 한 아날로그 체험 프로그램까지 더했다.
지역 식재료가 여행의 이유가 되는 시대
눈에 띄는 점은 ‘지역 식재료’를 단순 판매 상품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먹거리, 놀이, 사진, 스토리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는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마늘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아오모리다운 여름’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일본 지방 관광은 이런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홋카이도의 멜론, 규슈의 고구마 소주, 오키나와의 흑설탕처럼 지역 식재료가 관광 상품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숙박시설도 객실 경쟁보다 지역성과 체류 경험 경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한국 관광업계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지역 특산물을 단순 판매 행사나 축제 수준에 머물게 하지 않고, 숙박과 미식, 체험, 놀이를 결합한 체류형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마늘조차 관광이 되는 시대다.
결국 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유명한 관광지를 가졌느냐보다, 그 지역만의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경험하게 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오모리야의 ‘마늘 비어가든 931’은 그 흐름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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