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해외여행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붐비고, 일본·동남아 주요 노선의 예약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의 손익은 여객 수만큼 빠르게 좋아지지 않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운항편을 줄이고, 채용 일정을 늦추며, 비용 관리에 들어갔다. 승객이 줄어서가 아니라 항공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탑승률만으로 시장을 판단하기 어렵다. 비행기가 얼마나 찼는지보다 그 비행기를 띄운 뒤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항공유,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부품비, 보험료, 외화부채가 함께 늘면 높은 탑승률도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 국내 항공시장의 부담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비용 증가에서 나오고 있다.
LCC 감편과 채용 연기, 먼저 드러난 비용 압박
변화는 저비용항공사에서 먼저 나타났다. 항공업계에서는 중동 전쟁 이후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LCC를 중심으로 왕복 기준 약 900편의 운항 감축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은 5~6월 국제선 왕복 187편을 줄였고, 진에어도 4~5월 인천~괌 등 8개 안팎 노선에서 176편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5~6월 운항편을 줄이는 흐름에 들어갔다.

인력 운영에도 영향이 나타났다. 진에어는 객실승무원 입사 예정자 약 50명의 입사 시기를 하반기로 미뤘다. 운항 편수가 줄고 비용 절감 압력이 커지면서 노선 조정이 인력 운영까지 이어진 것이다. 제주항공의 무급휴직, LCC 전반의 운항 축소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사의 부담이 유류비 항목에 머물지 않고 고용과 조직 운영으로 번지고 있다.
대형항공사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항공은 중동 전쟁발 유가 급등에 대응해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사업계획상 항공유 가격을 갤런당 220센트 수준으로 봤지만, 4월에는 450센트 안팎까지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고유가 부담 속에서 비상경영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유보다 오래 남는 것은 환율 부담
항공사가 받는 압박은 두 가지다. 첫째는 항공유다. 항공사는 원유가 아니라 항공유를 쓴다. 항공유 가격은 원유 가격에 정제마진, 물류비, 재고 상황, 지역별 공급 차질이 더해져 움직인다. 중동 정세가 흔들리면 원유 가격뿐 아니라 항공유 수송 경로와 재고, 정제마진도 영향을 받는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항공유 가격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둘째는 환율이다. 국내 항공사에는 이 변수가 더 오래 남는다. 항공유 구매,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부품비, 보험료, 외화부채에는 달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유가가 내려도 원화가 약하면 실제 비용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 항공유 가격이 한 차례 꺾여도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머물면 항공사 손익은 바로 좋아지지 않는다.
LCC가 먼저 흔들리는 이유도 이 구조에 있다. 대형항공사는 장거리 노선, 프리미엄 좌석, 환승 수요, 화물 매출, 기업 고객을 통해 일부 비용을 흡수할 여지가 있다. 반면 LCC는 단거리 국제선과 가격 경쟁에 더 크게 의존한다. 일본·동남아·중국 노선에서 경쟁이 치열하면 운임을 쉽게 올리기 어렵다. 항공유와 달러 비용이 오르는데 운임 인상이 제한되면 수익성 낮은 노선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감편은 수요 부진기와 다르다. 과거에는 승객이 없어서 비행기를 줄였다. 지금은 승객은 있는데 비용 때문에 줄인다. 예약이 있고 탑승률이 높아도, 유류비와 환율을 반영한 손익이 맞지 않으면 항공사는 운항을 조정한다. 여객 수가 늘어나는 국면에서도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감편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외 항공사도 같은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해외 항공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고유가와 강달러, 정비비 상승, 항공기 리스료 부담이 겹치면서 일부 항공사는 운항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인도 항공시장에서도 항공유 가격 상승과 루피 약세가 항공사 비용을 키우며 일부 노선 조정과 공급 조절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있어도 연료비와 환율 부담이 커지면 항공사는 공급 확대보다 수익성 방어를 먼저 선택하게 된다.
이 흐름은 국내 항공시장에도 의미가 있다. 한국 항공사만 따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세계 항공산업 전체가 비용 상승 국면에서 운항 확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특히 달러 비용 비중이 큰 항공사는 유가가 일부 내려가도 환율과 리스료, 정비비 부담이 남는다. 항공 수요 회복이 곧바로 항공사 수익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소비자 부담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소비자 부담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항공권 가격은 항공유 가격이 오른 즉시 같은 폭으로 오르지 않는다. 일부는 유류할증료로 반영되고, 일부는 운임 조정으로 넘어가며, 일부는 항공사가 흡수한다. 그러나 항공사가 계속 떠안을 수는 없다. 성수기에는 높은 수요 덕분에 가격 전가가 가능하지만, 9월 이후 비수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수요가 약해지는 시점에 고유가·고환율이 이어지면 감편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국내 항공시장의 회복 시점은 세 가지 조건에 달려 있다. 첫째, 항공유 가격이 안정돼야 한다. 중동 리스크가 줄고 항공유 공급망이 정상화돼야 항공사들이 운항계획을 다시 늘릴 수 있다. 다만 항공유는 원유보다 늦게 움직일 수 있다. 정제마진과 재고, 물류 경로 문제가 남으면 원유 가격이 내려도 항공유 가격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원·달러 환율이 내려와야 한다. 이 조건이 더 중요하다. 유가는 국제 정세와 공급 변화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꺾일 수 있지만, 환율은 국내 항공사 비용 구조 전반에 남는다. 리스료, 정비비, 부품비, 외화부채, 항공유 구매가 모두 달러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오래 머물면 항공사는 성수기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
셋째, 성수기 이후 수요가 버텨야 한다. 여름 성수기에는 여행 수요가 강해 항공사가 일부 비용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9월 이후 비수기에 예약이 약해지면 운임을 올리기 어렵다. 이때 고유가·고환율이 계속되면 항공사는 수익성 낮은 노선부터 다시 줄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하반기 회복 여부는 7~8월 탑승률보다 9~11월 예약 흐름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회복 신호는 여객 수보다 손익 지표에서 나온다
항공유 부담은 전쟁 완화와 공급 정상화에 따라 3분기 중 일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고환율 부담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 정비, 부품, 외화부채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 이미 체결된 계약과 운항계획도 있다. 그래서 항공유 가격이 내려가도 항공사 손익이 바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국내 항공사들의 대응은 더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LCC는 수익성 낮은 장거리나 경쟁이 심한 단거리 노선을 줄이고, 일본·중국·동남아 중에서도 탑승률과 단가가 확인되는 노선에 집중할 수 있다. 대형항공사는 장거리 프리미엄 수요, 환승 수요, 화물,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방어할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엄 항공을 표방하는 항공사들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노선 조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와 공항도 여객 수 회복만 볼 일이 아니다. 항공 공급이 줄면 지방공항 국제선 회복, 인바운드 관광, 항공 노선망,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항공사가 감편하면 좌석 공급은 줄고, 항공권 가격은 올라가며, 지방공항과 지역관광은 외래객 유치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항공사의 비용 부담은 항공사 손익계산서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항, 호텔, 관광청, 지자체, 면세·교통업계로 이어진다.
하반기 국내 항공시장은 수요는 있으나 수익성 회복은 늦어지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승객은 돌아왔지만 항공사의 손익은 늦게 좋아진다. 공항은 붐비지만 항공사는 채용을 늦추고, 인기 노선은 유지되지만 수익성 낮은 노선은 줄어든다. 소비자는 여행 의지를 갖고 있지만 항공권 총액 부담은 커진다. 여객 수와 항공사 실적 사이에 시간 차가 생기는 시장이다.
회복 신호는 분명한 지표에서 확인해야 한다. 항공사들이 감편을 멈추는지, 무급휴직과 입사 연기가 해소되는지, 9월 이후 운항계획이 다시 늘어나는지, 유류할증료가 더 내려가는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지 봐야 한다. 특히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항공유 하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내 항공시장의 회복 시점은 여객 수가 아니라 환율, 항공유, 운항편, 채용계획이 함께 돌아서는 순간에 확인될 것이다.
국내 항공시장은 수요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비용 부담 때문에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고유가는 노선을 줄이고, 고환율은 손익을 오래 압박한다. 항공사들은 이미 감편과 고용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반기 회복은 가능하지만, 그 회복은 여객 수 증가만으로 오지 않는다. 환율이 내려가고, 항공유가 안정되고, 항공사들이 다시 운항과 채용을 늘리기 시작할 때 비로소 국내 항공시장은 진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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