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강릉 여행은 대개 바다에서 시작된다. 경포와 안목, 주문진과 정동진처럼 이름난 해변이 먼저 떠오르지만, 강릉이라는 도시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바다 못지않게 강한 정체성이 숲에 있다. 도시 브랜드가 ‘솔향강릉’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듯, 강릉은 소나무의 도시이고 그 상징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강릉솔향수목원이다.
강릉솔향수목원은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구정면 수목원길 156에 자리한다. 칠성산 자락의 용소골을 따라 조성된 이 수목원은 금강소나무 원시림과 계곡, 데크 산책로와 테마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이다. 입장료와 주차료 부담이 없어 강릉 시민의 일상 산책지로도 사랑받고, 바다 여행 중 잠시 숲으로 방향을 틀고 싶은 여행자에게도 잘 맞는다.
칠성산 용소골, 금강소나무가 만든 강릉의 숲
강릉솔향수목원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나무가 많아서가 아니다. 이곳은 칠성산 자락의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기반으로 한다. 금강소나무는 곧고 단단한 줄기, 붉은빛을 띠는 수피, 시원하게 뻗은 수형으로 한국 소나무를 대표하는 나무다. 강릉솔향수목원에 들어서면 인공 정원에서 느끼기 어려운 깊은 솔향과 산골 계곡의 청량함이 먼저 다가온다.
용소골이라는 지명도 공간의 인상을 더한다. 예로부터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골짜기답게, 계곡과 바위, 숲길이 서로 맞물린다. 여름에는 물소리와 그늘이 더위를 낮춰주고, 겨울에는 잎을 떨군 활엽수 사이로 늘 푸른 소나무의 선이 더 또렷해진다. 사계절 중 어느 때 찾아도 ‘숲이 있는 강릉’이라는 감각을 만나게 된다.
23개 테마원, 천천히 걸을수록 깊어지는 수목원
강릉솔향수목원은 약 78.5ha 규모의 넓은 부지에 23개의 테마원을 갖춘 수목원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숨결 치유의 길, 솔숲광장, 숲생태관찰로, 비비추원, 원추리원, 약용식물원, 염료식물원 등 이름만 보아도 수목원이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식물과 생태를 배우는 장소로 설계됐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걸어볼 만한 곳은 천년숨결 치유의 길과 솔숲광장이다. 곧게 뻗은 소나무 사이를 따라 걷다 보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숲길 곳곳에는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계곡과 가까운 구간에서는 물소리가 배경처럼 따라온다. 직장인이 점심시간이나 휴일에 찾아 짧게 걷기에도 좋고, 부모님을 모시고 무리 없는 산책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비비추원, 원추리원, 약용식물원 같은 전시원을 천천히 보는 편이 좋다. 계절마다 피는 꽃과 잎의 색이 달라지고, 같은 길도 방문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수목원 전체를 빠르게 훑기보다 계절별 포인트를 골라 걷는 방식이 더 만족스럽다.
입장료와 주차료 무료, 강릉 여행의 부담을 낮추는 숲
강릉솔향수목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무료 개방이다.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고 주차 부담도 크지 않아 가족 나들이, 직장인 산책, 여행 중 휴식 코스로 활용하기 좋다. 강릉 바다 여행은 성수기에는 주차와 식사, 카페 비용 부담이 커지기 쉬운데, 솔향수목원은 비용보다 시간을 들여 즐기는 공간에 가깝다.
운영시간은 주간 관람과 야간 관람으로 나뉘어 안내된다. 주간에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숲과 계곡을 걷기 좋고, 야간개장 시간대에는 경관조명이 켜져 낮과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다만 야간 운영 시간과 입장 마감은 계절과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늦은 시간 방문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휴원일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매주 월요일은 휴원일로 안내되며,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쉬는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수목원은 자연과 시설 관리가 함께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여행 일정에 넣기 전 운영 공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야간개장, 여름밤 강릉의 또 다른 피서법
강릉솔향수목원은 낮의 숲만 좋은 곳이 아니다. 야간개장 시간대에는 솔숲과 계곡 주변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의 화려한 야경과는 다른 결이다. 소나무의 실루엣, 계곡의 어둠, 길을 따라 이어지는 조명이 조용한 밤 산책의 리듬을 만든다.
특히 여름에는 강릉 해변의 열기와 도심의 번잡함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는 선택이 유용하다. 한낮의 수목원은 그늘이 있어도 덥지만, 밤에는 산골짜기 특유의 서늘한 공기가 살아난다. 다만 계곡 주변은 기온이 빨리 내려가고 벌레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가벼운 겉옷과 모기 기피제를 챙기면 좋다.

야간 산책은 밝은 시간의 관람보다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지정된 산책로를 벗어나지 말고, 계곡 가까이에서는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손전등을 별도로 챙기고, 사진 촬영보다 보행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좋다.
2030년 확장, 강릉의 산림 치유 거점으로 커진다
강릉솔향수목원은 이미 강릉의 대표 녹색 관광지로 자리 잡았지만, 앞으로의 변화도 크다. 강릉시는 늘어나는 방문객 수요에 맞춰 현재 78만㎡대 규모의 수목원을 2030년까지 138만㎡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100억 원을 들여 접근성과 관람 편의, 경관조명, 연구·전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확장 계획에서 주목할 부분은 가족 단위 방문객의 접근성이다. 기존 상부에 위치해 이동 부담이 있었던 유아숲체험원을 진입로와 가까운 하부 구역으로 옮기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이용하기 쉬운 구조로 바뀌면 수목원은 단순 산책지를 넘어 생태교육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더 커질 수 있다.
특산식물 전시원과 새로운 주제 정원 조성도 계획되어 있다. 강릉만의 식생과 소나무 도시의 정체성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확장된다면, 솔향수목원은 강릉 바다 여행의 보조 코스가 아니라 강릉 여행의 독립 목적지로 더 강하게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추천 동선, 낮에는 숲길·밤에는 조명 산책
처음 방문한다면 입구에서 천년숨결 치유의 길, 솔숲광장, 숲생태관찰로, 계곡 산책로를 중심으로 걷는 동선이 좋다. 전체를 무리하게 보려 하지 말고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잡으면 숲길과 전시원, 계곡 풍경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한낮보다 오전이나 오후 늦은 시간이 걷기 좋다.
강릉 여행 동선으로는 오전 바다, 오후 숲, 저녁 도심 또는 야간개장 수목원 구성이 무난하다. 강릉 중앙시장, 오죽헌, 경포호, 안목해변과 함께 묶어도 좋고, 가족 여행이라면 바다에서 오래 머문 뒤 솔향수목원에서 숲길을 걸으며 체력을 회복하는 방식도 좋다.
강릉솔향수목원은 ‘많이 보는’ 곳보다 ‘천천히 쉬는’ 곳에 가깝다. 소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과 계곡의 물소리, 야생화 전시원의 작은 변화까지 느끼려면 빠르게 지나가는 관광보다 느린 산책이 어울린다.
여행정보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구정면 수목원길 156
문의: 033-660-2322
성격: 강릉시립 수목원, 소나무 테마 수목원
규모: 약 78.5ha, 확장 계획 완료 시 138만㎡ 규모 추진
주요 공간: 천년숨결 치유의 길, 솔숲광장, 숲생태관찰로, 비비추원, 원추리원, 약용식물원, 염료식물원, 유아숲체험원
입장료: 무료
주차료: 무료 기준
운영시간: 주간 09:00~18:00 기준, 야간개장 별도 운영
휴원: 매주 월요일 기준, 공휴일과 겹칠 경우 변동 가능
추천 소요시간: 1시간 30분~2시간
준비물: 편한 운동화, 물, 모자, 야간 방문 시 가벼운 겉옷과 모기 기피제
강릉 바다 여행 사이에 넣어야 할 숲
강릉솔향수목원은 강릉의 이미지를 바다에서 숲으로 넓혀주는 장소다. 입장료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실용성도 크지만, 이곳의 진짜 가치는 금강소나무가 만든 깊은 그늘과 계곡이 주는 회복감에 있다. 해변의 밝은 풍경을 즐긴 뒤 숲으로 들어오면, 강릉이라는 도시가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여행은 때로 유명한 장면을 확인하는 일이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 강릉솔향수목원은 바로 그런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솔향 가득한 길을 천천히 걷고,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숨을 고르는 동안, 바다와 숲이 함께 있는 강릉의 진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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