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경주 여행은 대개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동궁과 월지처럼 이름난 문화유산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최근 경주를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싶은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도시의 번잡함에서 한발 물러난 숲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경북천년숲정원이다.
경북천년숲정원은 경주시 통일로 366-4,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 일대에 조성된 지방정원이다. 오랜 기간 연구와 관리의 공간으로 남아 있던 숲이 시민에게 열린 뒤, 지금은 경주 시민과 여행객이 함께 찾는 녹색 쉼터가 됐다. 입장료와 주차료 부담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이곳의 진짜 힘은 무료라는 조건을 넘어서는 숲의 밀도와 산책의 완성도에 있다.
10만 평 숲정원, 연구의 숲이 시민의 정원이 되다
경북천년숲정원은 약 33㏊ 규모다. 평수로 환산하면 약 10만 평에 이르는 넓은 공간으로, 2016년부터 137억 원을 들여 정비와 조성이 진행됐다. 경북 제1호 지방정원이자 국내 다섯 번째 지방정원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이곳이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지방정원 기준에 맞춰 계획적으로 조성된 공공 정원임을 보여준다.
정원 안에는 거울숲, 서라벌정원, 숲그늘정원, 버들못정원, 천년기념물원, 무궁화원, 미리내정원 등 여러 주제 정원이 이어진다. 410종의 수목과 55종의 자생식물이 식재돼 있어 한 번에 모두 보려 하기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구역을 천천히 걷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 봄에는 새잎과 꽃,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비워진 숲의 선이 다른 인상을 만든다.
특히 직장인에게 이곳은 ‘크게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숲’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등산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입장료를 계산할 필요도 없으며, 경주 시내권 주요 여행지와도 비교적 가까워 짧은 휴식이나 반나절 산책지로 활용하기 좋다.
거울숲 외나무다리, 경북천년숲정원의 대표 장면
경북천년숲정원에서 가장 오래 발길이 머무는 곳은 거울숲이다. 실개천을 따라 나무 그림자가 수면에 비치고, 그 위로 외나무다리가 놓인 풍경은 이 정원을 대표하는 장면이 됐다. 물이 잔잔한 날에는 숲이 물속에 그대로 들어간 듯한 반영이 만들어져 이름 그대로 ‘거울숲’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 외나무다리는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사진 명소가 됐다. 하지만 이곳의 매력은 단순히 인증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좁은 다리와 낮은 물길,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분위기는 경주의 유적 여행과 다른 종류의 쉼을 준다. 문화유산을 따라 걷던 여행자가 잠시 숨을 고르기에 좋고, 아이와 함께라면 숲과 물의 반영을 관찰하는 자연 체험의 장소가 된다.
다만 거울숲은 인기 포인트인 만큼 주말과 휴일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이 몰릴 수 있다. 외나무다리 위에서 오래 머무르기보다 서로 순서를 지켜 촬영하고, 물가 주변에서는 미끄럼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13개 테마정원, 산책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
경북천년숲정원은 넓지만 단조롭지 않다. 테마가 다른 정원이 연결돼 있어 걷는 구간마다 분위기가 바뀐다. 서라벌정원은 경주라는 도시의 역사성을 정원 언어로 풀어낸 공간이고, 숲그늘정원은 여름철 방문객에게 가장 고마운 구역이다. 버들못정원과 수변 공간은 물과 나무가 함께 만드는 차분한 풍경을 보여준다.
정원 곳곳의 안내문은 식물을 모르는 방문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단순히 예쁜 숲길을 걷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나무와 초화류의 이름, 생육 환경, 계절 변화까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생태 교육의 현장이 되고,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빛과 그늘, 물과 나무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촬영지로 기능한다.
전체를 빠르게 돌아보려면 1시간 남짓도 가능하지만, 정원의 성격을 제대로 느끼려면 2시간 안팎을 잡는 편이 좋다. 거울숲만 보고 나가기에는 아쉽고, 모든 구역을 무리하게 훑기에는 숲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 경북천년숲정원은 빠른 관광보다 느린 산책에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입장료·주차료 무료, 그러나 운영시간은 꼭 확인
경북천년숲정원의 큰 장점은 비용 부담이 낮다는 점이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무료로 안내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이나 직장인 산책, 경주 여행 중 짧은 휴식 코스로 활용하기 좋다. 규모와 관리 상태를 생각하면 무료라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운영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동절기에는 오후 4시까지로 짧아진다. 일부 자료에서는 하절기 입장 마감 16시 30분, 동절기 입장 마감 15시 30분 기준으로 안내되므로 늦은 오후 방문은 피하는 편이 좋다. 휴무는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등으로 안내되는 자료가 있어 명절 방문 전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곳은 야간 조명을 즐기는 정원이 아니라 낮에 숲과 수변을 걷는 공간이다. 동궁과 월지처럼 밤에 빛나는 경주 명소와는 성격이 다르므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경북천년숲정원을 걷고 저녁에 월정교나 동궁과 월지로 이동하는 방식이 동선상 가장 자연스럽다.
아이와 함께라면 유아숲체험원, 어른에게는 숲해설
경북천년숲정원은 풍경 감상뿐 아니라 체험형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유아숲체험원과 숲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돼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좋다. 정원을 그냥 걷는 것보다 식물과 숲의 이야기를 듣고 움직이면 공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특히 시민정원사와 숲해설 프로그램은 이 정원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정원문화와 생태교육의 장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원은 보기 좋은 식물을 모아둔 장소가 아니라, 지역의 기후와 토양, 수종과 관리, 시민 참여가 함께 만들어내는 생활 문화 공간이다. 경북천년숲정원이 경주의 새로운 쉼터로 자리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족 여행객이라면 바닥분수 등 계절형 시설 운영 여부도 함께 확인하면 좋다. 여름철에는 아이들이 물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기상 상황과 운영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장 공지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경주 여행 동선, 월정교와 동궁과 월지 사이의 숲
경북천년숲정원은 단독 목적지로도 좋지만, 경주 여행 동선 안에 넣으면 활용도가 더 높다. 인근에는 월정교, 동궁과 월지, 선덕여왕릉 등 경주의 대표 역사 명소가 있어 자연과 문화유산을 하루 안에 연결하기 좋다. 오전에는 경북천년숲정원에서 숲길을 걷고, 오후에는 월정교와 교촌마을, 저녁에는 동궁과 월지 야경을 보는 코스가 무난하다.
경주 여행이 처음인 방문객에게도 이 동선은 유용하다. 낮에는 숲에서 체력을 회복하고, 해질 무렵부터 경주의 야경 명소로 이동하면 하루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한낮의 고분군 산책보다 그늘이 있는 숲정원을 먼저 택하는 편이 부담이 덜하다.
반대로 경주를 여러 번 찾은 여행자에게는 잘 알려진 유적지 사이에서 새로운 경주를 발견하는 장소가 된다. 경주는 문화유산의 도시이지만, 그 문화유산을 둘러싼 자연의 결도 풍부하다. 경북천년숲정원은 그 사실을 조용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여행정보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통일로 366-4
규모: 약 33㏊, 약 10만 평
성격: 경북 제1호 지방정원, 국내 5번째 지방정원
대표 공간: 거울숲, 서라벌정원, 숲그늘정원, 버들못정원, 천년기념물원, 무궁화원, 미리내정원
식물 현황: 수목 410종, 자생식물 55종
운영시간: 10:00~17:00, 동절기 10:00~16:00 기준
입장료: 무료
주차료: 무료 기준
문의: 054-778-3840
휴무: 1월 1일, 설·추석 당일 등 방문 전 확인 권장
추천 소요시간: 1시간 30분~2시간
추천 연계 코스: 월정교, 교촌마을, 동궁과 월지, 선덕여왕릉, 국립경주박물관
경주의 새로운 쉼표
경북천년숲정원은 경주 여행의 속도를 잠시 늦춰주는 곳이다. 천년 고도의 화려한 유적을 따라 걷다 보면 여행은 어느새 공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숲정원은 그런 긴장을 풀어준다. 이름난 문화유산 사이에서 초록의 그늘과 물가의 반영을 만나면, 경주가 과거의 도시만이 아니라 오늘의 휴식 도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직장인에게는 짧은 힐링 산책로가 되고, 가족에게는 부담 없는 나들이 장소가 되며, 여행자에게는 경주의 낮 일정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녹색 완충지대가 된다. 경주에서 조금 조용한 풍경을 찾는다면, 경북천년숲정원은 충분히 들러볼 만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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