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양도성 성곽길에 하루 동안 ‘조선 사람들’이 돌아온다. 성문을 드나들 때 쓰던 호패를 받고, 유생과 포도대장, 주모를 만나며 성곽을 걷는 식이다.
서울시는 5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흥인지문공원 일대에서 한양도성 절기행사 ‘도성에서 만나는 조선의 하루, 백로’를 연다. 절기상 백로를 앞두고 한양도성의 역사와 가을 풍경을 함께 즐기도록 꾸민 행사다.
호패 하나 들고 성곽길로
행사는 풍물패가 이끄는 ‘도성 길놀이’로 시작한다. 입구에서 종이 호패를 받은 뒤 유생, 포도대장, 사또와 이방, 주모와 상인 등 조선시대 인물을 차례로 만난다.
길 중간에는 과거시험에 떨어진 유생을 도와 문제를 풀거나 전통놀이 대결을 하는 상황극이 이어진다. 호패를 들고 조선시대 인물을 차례로 만나다 보면 성곽길을 걷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체험으로 이어진다.
사진 한 장은 조선 초상화로
체험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AI 화원’이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조선시대 초상화 분위기로 바꿔 엽서로 받을 수 있다. 첨단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오래된 성곽에서 한 번쯤 남겨보고 싶은 기념사진에 가깝다.
창신동 봉제산업과 연결한 ‘침방 체험’도 있다. 성곽 모양을 바느질로 표현한 ‘성곽스티치 키링’을 직접 만든다. 체험은 현장에서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준비된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마감될 수 있다.
성곽길을 무대로 한 전통공연과 흥인지문 일대 해설 프로그램도 함께 열린다.

행사만 보고 돌아서기 아쉬운 이유
흥인지문공원은 한양도성 낙산구간 한가운데에 있다. 공식 순성길 기준으로 낙산구간은 혜화문에서 낙산을 넘어 흥인지문을 지나 광희문까지 이어지는 3.2km 길이다. 천천히 걸으면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낙산은 높이 124m로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 가운데 가장 낮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성곽을 따라 산책하듯 걷기 좋다. 가톨릭대 뒤편과 장수마을, 낙산공원, 이화마을을 지나며 시대마다 달라진 성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뒤 흥인지문에서 낙산공원 쪽으로 길을 이어도 좋고, 반대로 한성대입구역 쪽 혜화문에서 출발해 흥인지문공원에서 행사를 만나는 방법도 있다.
600년 성곽이 가을 산책길이 되는 날
한양도성은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마음먹고 걸어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곳이다. 이번 행사는 익숙한 흥인지문 주변을 잠깐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호패를 들고 조선 인물을 만나고,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행사가 끝난 뒤에도 길은 계속된다. 초가을 서울에서 오래된 성곽과 동네를 함께 걷고 싶다면, 5일 오후 흥인지문공원에서 시작해볼 만하다.
한양도성 낙산구간
혜화문에서 낙산을 넘어 흥인지문을 지나 광희문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순성길 구간이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산책하듯 걷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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