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강원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가 초여름 고원 여행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6월부터 7월 사이 이곳에는 샤스타데이지가 피어나 초록빛 능선을 하얗게 덮는다. 해발 1,250m 안팎의 고원 초원, 능선을 따라 선 풍력발전기, 멀리 겹겹이 이어지는 산세가 한 장면에 들어오면서 육백마지기는 평창을 대표하는 사진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육백마지기는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정상부 일대에 있는 넓은 초원이다. 이름은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은 땅’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창문화관광은 이곳을 축구장 여섯 개 정도를 합쳐 놓은 넓은 초원으로 소개한다. 산 정상부의 넓은 지형과 탁 트인 조망이 어우러져, 일반적인 산행지보다 고원 전망대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샤스타데이지가 만드는 6월의 하얀 초원
육백마지기가 가장 많이 알려지는 시기는 6월에서 7월 사이다. 이때 초원에는 샤스타데이지가 피어나 고원 전체가 흰 꽃으로 물든다. 노란 중심부와 흰 꽃잎이 선명한 샤스타데이지는 멀리서 보면 초록 능선 위에 흰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풍력발전기와 꽃밭이 같은 화면에 들어오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많다.

이 풍경이 특별한 이유는 고도와 개방감에 있다. 낮은 평지의 꽃밭과 달리, 육백마지기의 꽃밭은 산 능선 위에 펼쳐져 있다. 꽃밭 너머로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지고, 하늘이 낮게 내려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푸른 하늘과 흰 꽃, 녹색 초원이 강한 대비를 만들고, 흐린 날에는 고원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살아난다.
관찰로를 따라 걸으면 꽃밭과 초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다만 꽃밭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샤스타데이지 군락은 많은 사람이 찾는 만큼 훼손도 쉽게 일어난다. 지정된 길에서 걷고, 꽃을 꺾거나 밟지 않는 것이 육백마지기의 풍경을 오래 지키는 방법이다.
차로 오를 수 있는 고원 여행지
육백마지기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일반적인 고산 풍경은 등산을 해야 만날 수 있지만, 이곳은 차량으로 정상부 가까이까지 올라갈 수 있다. 굽이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 순간 시야가 열리고,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나타난다.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고원 풍경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매력적이다.
다만 ‘차로 갈 수 있다’는 말이 곧 ‘편하게 아무 때나 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정상부로 향하는 길은 산길이고, 성수기 주말에는 차량이 몰릴 수 있다. 샤스타데이지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는 이른 오전이나 평일 방문이 훨씬 여유롭다. 노을과 별 사진을 노리는 방문객까지 몰리면 주차와 이동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고원 지대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평지보다 바람이 강하고, 해가 지면 기온이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 낮에는 햇볕이 강해 모자와 선글라스가 필요하고, 저녁까지 머물 계획이라면 얇은 겉옷을 챙기는 편이 좋다. 꽃밭 산책과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미끄럼이 적은 운동화가 알맞다.
풍력발전기와 산 능선이 만든 사진 명소
육백마지기의 상징은 샤스타데이지만이 아니다. 능선을 따라 서 있는 풍력발전기는 이곳 풍경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대형 풍력발전기가 초원 위로 서 있고, 그 아래로 흰 꽃밭과 산길이 이어진다. 자연과 에너지 시설이 한 화면에 들어오면서 육백마지기만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사진을 찍기 좋은 시간대는 오전과 해질 무렵이다. 오전에는 빛이 비교적 맑고 꽃의 색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오후 늦게는 산 능선이 깊은 그림자를 만들고, 풍력발전기와 하늘이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만든다. 맑은 날의 노을은 육백마지기의 또 다른 볼거리다. 낮의 하얀 꽃밭이 부드러운 금빛으로 바뀌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밤에는 별 관측지로도 알려져 있다. 주변 광해가 비교적 적고 고도가 높아 날씨 조건이 맞으면 별빛과 은하수를 보기 좋다. 다만 야간 방문은 낮보다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조명이 제한적일 수 있고, 산길 운전이 부담될 수 있으므로 초행자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안전하다.
은하수 지방정원 구상까지 더해지는 평창 고원 관광
평창군은 육백마지기를 사계절 산악관광 명소로 키우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를 산악관광 허브로 구축하는 사업과 은하수 지방정원 조성 구상이 더해지면, 이곳은 단순한 꽃 명소를 넘어 평창의 대표 체류형 자연관광지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 변화는 평창 관광에도 의미가 있다. 평창은 겨울 스포츠와 대관령, 목장, 메밀꽃, 계곡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여름 고원 여행의 매력도 크다. 높은 고도와 선선한 바람, 넓은 초원은 무더운 계절에 특히 강점이 된다. 육백마지기는 여기에 꽃과 별, 사진 명소라는 요소를 더한다.
관광지로서의 과제도 분명하다. 방문객이 늘수록 주차, 쓰레기, 꽃밭 훼손, 야간 안전 문제가 함께 커질 수 있다. 무료로 개방되는 자연 명소일수록 방문객의 기본 예절이 중요하다. 지정된 주차 공간을 이용하고, 꽃밭에 들어가지 않고,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작은 실천이 고원 풍경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
6월 평창 여행, 오전 꽃길·저녁 노을 동선 추천
육백마지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대를 나눠 보는 것이 좋다. 꽃밭 중심의 여행이라면 오전 방문이 알맞다. 빛이 강해지기 전 산책로를 따라 걷고, 풍력발전기와 샤스타데이지가 함께 들어오는 지점에서 사진을 남기면 된다. 한낮에는 햇볕이 강할 수 있어 모자와 물을 챙겨야 한다.
사진 여행자라면 오후 늦게 도착해 노을까지 기다리는 일정도 좋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하산길 운전을 고려해야 한다. 산길이 어두워지면 초행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운전 경험이 적거나 가족 단위라면 무리한 야간 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별 관측을 계획한다면 날씨와 달빛, 구름 예보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주변 여행지와 묶는다면 평창 미탄면, 정선 방향 산악 드라이브 코스, 평창읍 식당가, 대관령 권역과 연결할 수 있다. 일정이 여유롭다면 하루는 육백마지기와 미탄면 일대를 중심으로 잡고, 다른 하루는 대관령 목장이나 평창강, 전통시장 코스로 나누는 방식도 좋다.
육백마지기의 매력은 크고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넓은 고원에 있다. 바람이 불면 꽃이 흔들리고, 풍력발전기가 천천히 돌고, 산 능선은 멀리 겹쳐진다. 6월의 평창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고 특별하다. 올여름 초입, 붐비는 도심을 벗어나 하얀 꽃밭과 고원 바람을 만나고 싶다면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충분히 선택할 만한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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