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천 런트립, 러닝 열풍 타고 마을여행으로 확장…로컬 상생 관광모델 주목

제주 조천 런트립이 러닝 열풍을 마을 여행으로 확장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픽제주는 조천리 해안과 마을길을 달리며 용천수, 조천항, 지역 식당과 카페를 함께 경험하는 체류형 로컬 관광 콘텐츠를 운영한다.

제주 조천 런트립 참가자들이 해안 마을길을 달리는 모습
제주 조천 런트립은 러닝과 마을 여행을 결합한 체류형 로컬 관광 콘텐츠다.

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제주 관광이 ‘보는 여행’에서 ‘달리며 머무는 여행’으로 넓어지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러닝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제주에서는 러닝을 해안길, 오름, 마을 골목, 지역 상권과 연결한 체류형 관광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오는 6월 6일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일원에서 조천 마을 러닝 콘텐츠인 ‘조천 런트립’ 2회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2026 제주 마을 여행 크리에이터로 지정된 ‘픽제주’가 맡는다.

조천 런트립은 기록 경쟁을 앞세운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마라톤처럼 빠른 완주를 목표로 하기보다, 마을의 자연과 사람, 생활문화를 천천히 경험하도록 설계된 로컬 여행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조천리 해안과 마을길을 함께 달리며 용천수와 조천항 등 주요 장소를 둘러보고, 지역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며 마을 안에서 머무는 시간을 갖는다.

이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러닝이라는 유행을 관광상품에 붙였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기라는 활동을 통해 여행객이 마을 안으로 들어오고, 지역 상권을 이용하며, 주민 생활권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러닝 위크와 맞물린 제주형 체류 관광

제주는 올해 러닝을 여름 관광 콘텐츠의 주요 축으로 키우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2026 더-제주 포시즌 방문의 해’ 여름 대표 프로그램으로 6월 4일부터 30일까지 제주 전역에서 ‘제주 러닝 위크’를 운영한다. 우도, 마라도, 오름, 해안길, 마을길 등을 달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러닝과 여행, 로컬 소비를 결합한 체류형 관광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조천 런트립은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마라톤이나 트레일러닝 대회가 특정 장소에 많은 참가자를 모으는 방식이라면, 마을 런트립은 더 작은 단위의 지역으로 여행객을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관광객이 유명 관광지에 몰리는 구조를 줄이고, 마을의 골목과 해안, 카페, 식당, 작은 가게로 동선을 넓힌다는 점에서 지역 관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조천은 제주 동부권으로 들어가는 관문 성격을 가진 마을이다. 조천항, 해안길, 용천수, 마을길이 가까운 거리에 이어져 있어 걷기와 러닝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좋다. 자동차로 지나가면 놓치기 쉬운 풍경도 달리며 천천히 지나가면 여행의 일부가 된다.

조천리 해안·용천수·조천항, 달리며 만나는 마을의 결

이번 조천 런트립의 동선은 조천리의 자연과 생활 공간을 함께 경험하도록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해안과 마을길을 달리며 조천의 물길과 포구, 골목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용천수는 제주 마을 생활과 깊이 연결된 자원이다. 지하수가 땅 위로 솟아나는 용천수는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이 생활용수로 사용해 온 공간이자, 제주 해안마을의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장소다. 조천항 역시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마을의 이동과 생업, 생활의 시간이 쌓인 공간이다.

런트립은 이 같은 장소를 빠르게 소비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달리는 중간중간 마을의 장소를 보고, 쉬고, 설명을 듣고, 지역 상권을 이용한다. 러닝이 이동 수단이자 여행 방식이 되는 셈이다.

‘달리고 소비하고 머무는’ 지역 상생 구조

조천 런트립이 제주 마을 관광에서 의미를 갖는 지점은 지역 소비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과정에서 지역 식당과 카페를 이용한다. 마을을 단순히 배경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여행객의 소비가 마을 안에서 일어나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동안 지역 관광에서는 관광객이 사진만 찍고 떠나는 문제가 자주 지적됐다. 방문객 수는 늘어도 실제 마을 상권으로 소비가 이어지지 않으면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조천 런트립은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러닝, 마을 해설, 로컬 소비, 체류 시간을 한 프로그램 안에 묶었다.

이런 구조는 특히 소규모 마을 관광에서 중요하다. 대형 관광시설을 새로 짓지 않아도 기존 마을 자원과 지역 운영자를 활용해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 수가 지나치게 많지 않으면 주민 생활권에 주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픽제주, 10월까지 총 7회 운영

픽제주는 올해 10월까지 조천 런트립을 총 7회 운영할 예정이다. 계절과 테마에 따라 용천수런, 커피런, 미식런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방향은 마을 관광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일회성 이벤트는 홍보 효과는 낼 수 있지만, 지역 상권과 운영자에게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반면 월별 정기 운영이 가능해지면 참가자 모집, 지역 상권 협력, 코스 개선, 콘텐츠 축적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

러닝 콘텐츠도 세분화할 수 있다. 용천수런은 제주 마을의 물 문화를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고, 커피런은 조천 일대 카페와 연결할 수 있다. 미식런은 지역 식당, 시장, 로컬 식재료를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러닝 프로그램이 여러 테마로 나뉘면 재방문 수요도 만들 수 있다.

공공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 운영력

제주관광공사는 조천 런트립을 민간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마을 관광모델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이 예산을 투입해 행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마을 관광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실제 운영자가 현장을 알고, 참가자를 모집하고, 지역 상권과 관계를 만들며, 프로그램을 계속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마을 관광의 지속가능성은 공공의 지원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자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이 구축될 때 가능하다”며 “조천런트립은 트렌디한 콘텐츠가 지역 자원과 만나 꾸준히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제주 관광의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 유명 관광지 중심의 방문객 유치에서 벗어나, 마을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지역 상권을 이용하며 지역과 관계를 맺는 여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러닝은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도구다.

조천 런트립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제주 마을 관광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마을마다 해안길, 숲길, 밭담길, 오름길, 카페, 식당, 역사 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러닝 자체가 아니라, 러닝을 통해 마을의 이야기를 어떻게 여행으로 바꾸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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