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박예슬기자
경북 영주는 산과 물, 서원과 사찰이 가까운 도시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처럼 이름난 문화유산이 먼저 떠오르지만, 영주의 북쪽 순흥면으로 들어가면 관광지의 큰 이름 뒤에 조용히 숨어 있는 산책로들이 있다. 순흥저수지 데크길은 그중에서도 최근 영주 북부 여행 동선에서 눈여겨볼 만한 곳이다. 배점저수지의 물가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길지 않고, 풍경은 과장되지 않으며, 사람의 발길도 아직 지나치게 붐비지 않는다.
순흥저수지는 배점저수지로도 불린다. 소백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과 순흥면 배점리의 마을 풍경이 만나는 곳에 자리해, 호수 너머로 산자락이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이곳에 조성된 데크길은 총 1.35km 규모의 짧은 호수 산책로다. 체력 부담이 크지 않아 가벼운 운동화만으로도 충분히 걸을 수 있고, 호수와 숲, 마을이 번갈아 나타나 짧은 거리 안에서도 풍경의 리듬이 단조롭지 않다.
사람보다 풍경이 먼저 오는 조용한 호수길
이 길의 매력은 ‘조용함’이다. 대형 관광지처럼 화려한 시설이 몰려 있거나 상업시설이 길게 늘어선 곳이 아니라, 물가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산새 소리와 바람, 물빛을 느끼는 길에 가깝다. 초여름에는 저수지 둘레의 나무가 짙은 그늘을 만들고, 산그늘이 수면에 내려앉으면 호수는 작은 거울처럼 주변 산세를 받아낸다. 이 때문에 순흥저수지 데크길은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 오래 바라보는 쪽이 더 어울린다.

데크길은 물 위를 걷는 듯한 구간과 숲그늘을 지나는 구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부 구간에는 투명 유리 바닥이 설치돼 있어 저수지 물빛을 가까이 내려다볼 수 있고, 데크 중간에는 3층 높이의 정자형 전망 쉼터가 자리한다. 정자에 오르면 저수지를 감싸는 산자락과 배점리 마을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며, 아래에서 걸을 때와는 다른 높이로 호수의 전체 윤곽을 볼 수 있다.
1.35km라 더 좋은 짧고 편한 산책
순흥저수지 데크길은 길이가 짧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다. 왕복 부담이 크지 않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도 일정에 넣기 쉽다. 산책만 한다면 30~40분 안팎으로 충분하지만, 정자에 올라 쉬고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걷는다면 1시간 정도를 잡는 것이 좋다. 걷는 속도보다 풍경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길이다.
죽계구곡과 초암사로 이어지는 소백산 자락길
영주 북부 여행에서 이 길이 좋은 이유는 주변 연계지가 탄탄하다는 데 있다. 순흥저수지 위쪽으로는 죽계구곡과 초암사 방향 동선이 이어진다. 초암사는 소백산 기슭에 자리한 조용한 사찰로, 의상조사가 부석사를 창건하기 전 초막을 짓고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저수지 산책 뒤 계곡길과 사찰을 함께 둘러보면 짧은 호수 산책이 소백산 자락길의 깊은 숲길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소수서원·선비촌·여우생태관찰원까지 하루 코스
아래쪽으로는 소수서원과 선비촌, 여우생태관찰원이 가깝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으로 꼽히며,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안향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에서 시작해 백운동서원, 이후 소수서원으로 이어졌다. 서원 안의 소나무 숲과 죽계천, 강학당과 제향 공간은 영주가 왜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지를 보여준다. 순흥저수지를 걷고 소수서원으로 내려오면 자연과 인문이 한 코스 안에서 균형을 이룬다.
아이와 함께라면 여우생태관찰원도 좋은 연계지다.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인 토종 여우의 복원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학습 시설로,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여우 복원과 생태계 보전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 운영 시간과 휴무일이 정해져 있으므로, 순흥저수지 산책과 묶어 방문하려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추천 동선과 방문 팁
추천 일정은 단순하게 잡는 편이 좋다. 오전에는 배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순흥저수지 데크길을 천천히 걷는다. 중간 정자에서 호수 전망을 보고, 시간이 여유롭다면 죽계구곡 방향으로 올라 초암사까지 다녀온다. 오후에는 소수서원과 선비촌으로 이동해 영주 선비문화의 중심을 둘러보고, 아이 동반 여행이라면 여우생태관찰원을 더하면 된다. 무리하게 많은 장소를 넣기보다 순흥면 일대만 차분히 도는 것이 이 코스의 맛을 살린다.
주소는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 일대다. 내비게이션에는 배점저수지, 순흥저수지, 배점 주차장 등을 검색하면 접근하기 쉽다. 데크길 자체는 짧고 평탄하지만, 호수 주변 시설은 현장 상황에 따라 일부 통제나 보수 구간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영주시 관광 안내나 현장 안내판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물가 산책로인 만큼 비 온 뒤에는 데크가 미끄러울 수 있어 미끄럼이 덜한 신발을 신는 편이 안전하다.
순흥저수지 데크길은 이름난 관광지의 압도감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다. 대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지 않는 조용한 호수, 소백산 자락의 산그늘, 물 위로 길게 이어지는 데크, 그리고 정자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 있다. 영주 여행에서 부석사와 소수서원만 보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순흥저수지 데크길은 하루 일정에 작은 쉼표처럼 넣기 좋은 산책 명소다.
여행레저신문 Copyrights ⓒ The Travel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