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생성형 인공지능이 여행정보를 찾고 여행의 기본 틀을 만드는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처음 방문하는 국가에 며칠을 머물러야 하는지, 여러 도시를 어떤 순서로 이동해야 효율적인지, 예상 경비와 숙박지역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묻자 AI는 관련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모아 일정안으로 정리한다.
스리랑카 초행 여행에 필요한 체류기간을 검토하거나 인도 불교 성지순례의 주요 경로와 일반적인 소요일정을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다. 여행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복잡한 자료를 비교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 준다는 점에서 AI 여행정보의 효율성은 분명하다.
JTB종합연구소가 2025년 최근 1년 이내 숙박 관광여행을 경험하고 생성형 AI를 주 몇 회 이상 이용하는 432명을 조사한 결과, 77.8%가 여행과 관련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행 일정과 이동경로 제안, 현지 음식정보 탐색 등이 주요 활용 분야로 나타났다.
구글도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검색의 AI Mode에 있는 Canvas를 통해 항공편과 호텔 옵션, 음식점과 관광지, 지도 정보를 하나의 여행계획으로 구성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는 추가 질문을 통해 일정과 동선을 수정할 수 있다. 구글은 식당 예약 등 일부 에이전트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항공과 호텔 예약을 AI Mode 안에서 직접 완료하는 기능도 협력사와 개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처럼 AI의 기능은 정보 검색에서 일정 구성과 일부 예약 보조 단계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공급자가 연결된 해외여행 전체를 실제로 확보하고 재확인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안을 실행하는 일과는 구분해야 한다. 문제는 AI를 사용하는 데 있지 않다. AI가 만든 여행 초안을 곧바로 확정된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 AI가 잘하는 것은 여행의 ‘초안’을 만드는 일이다
AI는 흩어진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해 여행자가 검토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드는 데 강하다. 여행 목적과 기간, 예산, 동행자와 관심사를 입력하면 도시별 체류일수와 이동순서를 제안하고, 숙박지역과 관광지·교통수단의 후보를 정리한다. 일정이 지나치게 길거나 이동이 비효율적이면 다른 경로를 제시하고, 예상 비용과 준비사항을 항목별로 나눠 보여줄 수도 있다.
처음 가는 여행지라면 무엇부터 조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출발점이 되고, 경험이 많은 여행자에게는 정보 수집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 보조도구가 된다. 여러 일정안을 빠르게 비교하거나 빠뜨린 준비사항을 점검하는 데도 유용하다.
그러나 날짜별 일정표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여행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일정표에 호텔 이름이 들어가도 객실이 확보된 것은 아니며, 열차와 항공편이 표시돼도 해당 날짜에 실제로 운항하고 좌석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도에 나타난 이동시간도 실제 여행시간과 다를 수 있다. 입국심사와 수하물 수취, 터미널 이동, 교통체증, 휴식시간, 승강장 찾기와 같은 현실의 변수가 빠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제공하는 것은 검토 가능한 일정안이다. 실제로 출발할 수 있는 여행을 만들려면 확인과 예약, 조정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 일정안과 실제 여행 사이에는 ‘현지 수배’가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목적지에서 필요한 호텔과 차량, 가이드, 식당, 입장권과 현지 교통 등을 실제로 확보하고 일정에 맞게 연결하는 과정을 현지 수배라고 한다. 일정표를 만드는 것과 여행을 수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작업이다.
AI가 호텔과 차량, 관광지 후보를 날짜별로 정리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날짜에 원하는 객실이 있는지, 차량과 가이드가 배정될 수 있는지, 요금과 세금·취소조건은 무엇인지, 늦은 도착에도 체크인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예약을 확정하는 일까지 자동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같은 호텔이라도 예약처에 따라 객실 형태와 조식 포함 여부, 세금과 취소조건이 다를 수 있다. 관광지의 운영시간과 휴관일이 바뀌거나 현지 행사와 공사로 차량 이동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식당이 영업하고 있더라도 일정에 맞는 시간에 좌석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현지 업체의 회신과 예약 확정번호, 담당자 연락처가 확보되고 각 서비스가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돼야 일정안이 비로소 실행 가능한 여행으로 바뀐다. 이름과 날짜, 인원, 객실 형태, 픽업 장소와 시간, 결제·취소 조건이 서로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 해외여행은 작은 오차가 전체 일정으로 번진다
예약이 거의 없는 국내 당일여행은 AI가 제안한 동선만으로도 상당 부분 준비할 수 있다. 관광지와 음식점, 카페를 순서대로 배치하고 이동시간을 조정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며, 일정이 틀어져도 다른 장소로 바꿀 여지가 크다.
국내여행도 숙박과 열차·항공 등 예약요소가 들어가면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해외여행은 입국과 환승, 현지 교통과 숙박이 연속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다.
항공편 도착이 한 시간 늦어지면 예약한 열차를 놓칠 수 있다. 열차를 놓치면 렌터카 영업시간 안에 차량을 받지 못하고, 차량을 받지 못하면 호텔 도착과 다음 날 일정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항공편이 결항되거나 현지 교통편이 중단됐을 때 뒤에 예약된 호텔과 차량을 어떻게 바꿀지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여행 중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연락할 병원과 보험사, 대사관·영사관, 현지 담당자의 연락처도 준비해야 한다. AI는 가능한 대체수단과 연락처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제 업체와 협의해 예약을 변경하고 현장에서 해결책을 확정하는 주체는 아니다.
일부 AI 에이전트가 예약과 변경 업무를 보조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여러 업체의 조건을 맞추고 결과를 확인하며 돌발상황에 대응하는 책임까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가 만든 일정도 출발 전에는 항공편과 호텔, 차량과 현지 담당자의 연락처를 다시 확인한다.

■ 매끄러운 요약이 중요한 정보를 빠뜨릴 수도 있다
AI 여행정보의 문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새로 만드는 경우에만 생기지 않는다. 여러 자료를 짧게 요약하는 과정에서 여행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약하게 반영되거나 제외될 수도 있다.
영국 소비자단체 Which?는 2026년 7월 2일 공개한 조사에서 트립어드바이저의 AI 숙박 후기 요약이 이용자들이 제기한 식중독과 심각한 위생 문제, 성희롱 관련 주장을 충분히 드러내지 않은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숙소에서는 긍정적인 시설과 서비스 평가가 앞에 제시되면서 건강과 안전에 관한 경고가 누락되거나 완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사례의 핵심은 존재하지 않는 후기를 새로 만들어냈다는 데 있지 않았다. 다수의 후기를 짧게 압축하고 공통적으로 많이 언급된 주제를 우선하는 과정에서, 언급 횟수는 적더라도 피해 가능성이 큰 정보가 평균적인 평가에 묻힐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조사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AI 요약은 다수의 이용자 후기를 바탕으로 한 요약본일 뿐 개별 후기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용자가 요약의 근거가 된 후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사망·약물 투여·성폭력 등 중대한 안전 경고가 있는 숙소에는 AI 요약을 자동으로 억제하는 보호장치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AI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아니다. 요약문만 읽고 원자료 전체를 확인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호텔의 평균 평점이 높더라도 최근의 낮은 평점과 위생·안전 관련 후기를 따로 살펴보고, 실제 호텔 홈페이지와 주소, 전화번호, 체크인 조건과 취소규정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 정보의 출처와 관계없이 마지막 확인은 필요하다
여행정보의 최종 확인은 정보가 AI에서 나왔을 때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예약 플랫폼에서 상품을 찾았더라도 실제 운영업체와 이용일, 집합장소와 취소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여행기사와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도 작성 시점과 현재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그대로 확정정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비자와 전자여행허가, 입국조건은 대사관과 정부 출입국기관의 최신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항공편과 터미널, 수하물과 환승조건은 실제 운항 항공사와 공항에서 확인하고, 호텔은 예약 후에도 주소와 연락처, 객실 조건과 늦은 체크인 가능 여부를 다시 보는 것이 안전하다.
출발 전에는 최소한 여권 유효기간과 입국조건, 항공편과 터미널, 숙박 예약번호, 현지 교통과 픽업 장소, 여행자보험과 비상 연락망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AI를 활용한다면 이 항목을 목적지와 일정에 맞춘 점검표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플랫폼과 AI 서비스가 출처와 기준일을 명확히 표시하고 오류를 줄여야 할 책임은 분명히 있다. 동시에 여행자가 현장에서 손해를 줄이려면 자신의 예약과 이동조건을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과 여행자의 실무적 확인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여행사의 전문성도 일정표보다 확인과 대응에 있다
여행사의 역할을 일정 작성이나 예약 대행만으로 보는 것도 같은 오해에서 출발한다. 여행사는 호텔과 관광지를 날짜별로 배열하는 데서 업무를 끝내지 않는다.
항공과 숙박, 차량과 가이드의 조건을 맞추고 현지 수배를 진행하며 일정이 어긋날 가능성을 미리 줄인다. 여행 중 문제가 발생하면 변경 가능한 항공편과 대체 차량, 다른 숙박시설을 찾고 현지 업체와 협의하는 대응 창구 역할도 맡는다.
FIT가 늘고 개인이 직접 예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해서 이러한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여행사가 담당하던 확인과 조정, 일부 비상대응 업무를 여행자가 직접 맡게 되는 것이다.
AI는 여행자의 요구를 정리하고 목적지와 상품 후보를 좁히며 상담과 조사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여행사 역시 AI를 활용해 일정 작성과 정보 비교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사의 전문성은 보기 좋은 일정표 자체보다 실제 공급을 확보하고 조건을 맞추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안을 실행하는 데 있다.
■ AI는 여행을 대신하지 않고 준비를 효율적으로 만든다
생성형 AI는 여행 준비를 어렵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여행지와 기간, 예산과 동선을 검토하고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강력한 도구다.
잘못된 것은 AI를 사용하는 일이 아니라, AI가 제안한 일정안을 현지 수배와 재확인까지 끝난 확정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행은 관광지와 호텔 이름을 날짜별로 나열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항공과 숙박, 교통과 현지 서비스가 실제로 확보되고 작은 차질이 발생했을 때의 대안까지 준비돼야 한다. AI 여행정보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은 현지 수배와 최종 확인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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