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만재기자
경상북도가 울릉공항 개항을 앞두고 울릉도 관광의 체류 기반 확충에 나섰다. 울릉도는 독보적인 자연경관을 갖고 있지만, 오랫동안 해상교통에 의존해 관광객의 방문 시기와 체류 일정이 제한됐다. 공항 개항 이후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경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숙박과 휴양, 식음, 체험 기능을 갖춘 체류형 인프라다.
경북도는 지난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울릉군을 방문해 지역활성화투자펀드를 활용한 ‘울릉도 체류형 관광 인프라 조성’ 간담회와 민간투자사업 현장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제도 설명이 아니라, 울릉군에 예정된 민간 프로젝트를 실제 금융 조달이 가능한 사업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5월 18일 울릉군청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경북도 경제혁신추진단, PF 개발 컨설팅 전문기관인 지역활성화투자개발원, 울릉군 관계 부서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울릉군 북면 일원에 추진 중인 280실 규모 민간 호텔·리조트 조성 사업을 지역활성화투자펀드와 어떻게 연결할지 논의했다.
울릉공항 이후 필요한 것은 체류 기반
울릉도 관광은 그동안 ‘가고 싶은 곳’이지만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기상 상황에 따라 배편 운항이 영향을 받고, 이동 시간이 길어 짧은 일정의 관광객에게 부담이 됐다. 그러나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접근성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은 울릉도를 항공 교통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접근성이 개선되면 관광객 수는 늘 수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지역경제 효과가 자동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머물 숙소가 부족하고, 저녁 시간 이후 즐길 콘텐츠가 제한적이면 방문객은 짧게 머물고 떠난다. 울릉도가 100만 관광도시를 목표로 한다면, 공항만큼 중요한 것은 체류시간을 늘릴 숙박과 복합 관광시설이다.
280실 호텔·리조트, 숙박 넘어 복합 관광 공간으로
경북도가 주목하는 280실 규모 호텔·리조트 사업은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당 사업은 단순 숙박시설이 아니라 식음, 휴양, 체험 기능을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구상되고 있다. 관광객이 울릉도에 하루 더 머물고, 지역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보조금 중심 접근이 아니라 정책금융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경북도는 지역활성화투자펀드를 매개로 도의 직접적인 자기자본 투자를 추진해 사업의 대외 신용도를 높이고, 민간사업자의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가 단순 지원자가 아니라 투자 구조를 설계하는 주체로 나서는 방식이다.
정책금융으로 민간투자 안정성 높인다
지역 관광 인프라 사업은 좋은 입지와 수요 전망만으로 성사되기 어렵다. 초기 투자비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며, 섬 지역 특성상 공사비와 운영비 부담도 높다.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려면 금융 조달 구조, 인허가, 행정 지원, 지역 수용성, 운영 모델이 함께 정리돼야 한다. 이번 현장 컨설팅은 이런 조건을 사전에 맞추기 위한 작업이다.
울릉군 입장에서도 체류형 인프라는 공항 개항 이후를 준비하는 핵심 과제다. 공항으로 방문객이 늘어도 숙박 수용력이 부족하면 관광 수요는 지역 밖으로 빠지거나 당일·단기 방문에 머물 수 있다. 호텔·리조트 개발은 숙박 객실 확충뿐 아니라 식음, 지역 농수산물 소비, 관광 일자리, 체험 프로그램, 교통 연계 수요를 함께 만들 수 있다.
섬의 자연환경과 조화가 관건
다만 울릉도 개발은 속도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섬의 자연환경과 경관, 주민 생활, 기반시설 용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울릉도 관광 경쟁력은 자연의 압도적인 매력에서 나온다. 따라서 호텔·리조트 사업도 대규모 개발 자체보다 섬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설계, 지역 주민과의 협력, 현지 식재료와 체험 콘텐츠 연계가 중요하다.
정책금융을 활용한 민관 협력 모델은 지방 관광 인프라 확충 방식에도 새로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기존에는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민간사업자를 기다리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인구 감소 지역과 섬 지역에서는 단순한 민간투자 유치만으로 사업을 성사시키기 어렵다. 공공이 초기 신뢰와 금융 구조를 보완하고, 민간이 운영 효율과 시장성을 책임지는 방식이 필요하다.
울릉도를 머무는 섬 관광지로
경북도는 이번 사업을 ‘1시군 1호텔’의 대표 사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울릉도의 고유한 자연자원에 고품격 숙박 인프라를 더해 관광객 체류를 늘리는 것이다. 울릉공항 개항 이후 늘어날 수요를 제대로 받아내려면 항공, 숙박, 지역 교통, 관광 콘텐츠가 함께 준비돼야 한다.
남건 울릉부군수는 “울릉공항이 운영되면 관광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대규모 호텔·리조트 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금희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는 “민간 사업자 및 전문기관과 긴밀한 원팀 체계를 구축해 투자 구조를 정교하게 완성하고, 울릉도 호텔 사업이 ‘1시군 1호텔’의 국가적 대표 성공 사례로 안착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기획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다음 과제는 공항 개항 이후 늘어날 방문객을 지역 체류와 소비로 연결하는 일이다. 항공 접근성은 문을 여는 역할을 하지만, 관광객을 머물게 하는 것은 숙박과 콘텐츠, 지역 서비스다. 경북도의 이번 투자기획은 울릉도를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는 섬 관광지로 키우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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