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의 마이산도립공원은 산행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행지다. 두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솟아오른 풍경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고, 산 아래로 내려가면 탑사 돌탑군과 은수사, 금당사, 탑영제, 벚꽃길, 홍삼스파와 숙박시설까지 이어진다.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등산 코스이고, 가족 여행객에게는 산책지이며, 사진가에게는 사계절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촬영지다.
마이산의 주인공은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이다. 진안군 공식 안내에 따르면 마이산은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이 암석화된 뒤 융기해 형성된 산으로, 암마이봉 687.4m와 수마이봉 681.1m, 그리고 10여 개의 작은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두 봉우리는 진안읍 단양리와 마령면 동촌리 경계에 걸쳐 있으며, 진안 읍내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독특한 실루엣을 드러낸다.
마이산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단지 산의 모양 때문만은 아니다. 이 산은 계절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솟은 두 봉우리가 배의 돛대처럼 보여 돛대봉, 여름에는 푸른 숲과 바위가 어우러진 모습이 용의 뿔 같아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든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보여 마이봉, 겨울에는 눈 위에 솟은 바위가 붓끝을 닮아 문필봉이라 불린다. 하나의 산이 사계절마다 다른 이름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이산의 풍경이 얼마나 또렷하게 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이산의 첫인상은 바위, 오래 남는 장면은 숲과 돌탑
마이산을 처음 만나는 사람은 대개 두 봉우리의 압도적인 형태에 먼저 시선을 빼앗긴다. 산 전체가 바위로 솟은 듯한 모습은 일반적인 흙산과 다르다. 진안군은 마이산을 역암, 즉 자갈과 모래 등이 굳어 만들어진 퇴적암 지형으로 설명한다. 남쪽에서 보면 바위 표면에 크고 작은 구멍이 파여 있는 모습도 보이는데, 이를 타포니라고 한다. 마이산은 이 타포니 지형을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는 지질 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이산 여행의 기억은 봉우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탑사 돌탑군이 나타난다. 암마이봉 아래 탑사에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80여 기의 돌탑이 세워져 있다. 진안군은 이 돌탑들이 접착제나 시멘트를 쓰지 않고 자연석으로 쌓였으며, 오랜 시간 비바람을 견뎌왔다고 설명한다. 산이 자연이 만든 장면이라면, 탑사 돌탑은 사람이 그 풍경 안에 조심스럽게 세운 또 하나의 장면이다.
탑사 주변의 풍경은 계절마다 다르다. 봄에는 벚꽃길을 지나 돌탑으로 향하는 길이 화사하고, 여름에는 숲의 그늘이 깊어진다. 6월의 마이산은 벚꽃철처럼 붐비지는 않지만, 녹음이 짙어져 산책과 탐방에 알맞다. 햇볕이 강한 날에도 계곡과 숲길을 따라 걸으면 바위산의 건조한 질감과 숲의 청량함이 함께 느껴진다.
가볍게 걸을 수도, 암마이봉까지 오를 수도 있다
마이산도립공원은 산행 난도에 따라 코스를 고를 수 있다. 진안군 공식 등산로 안내에 따르면 대표 탐방로는 남부주차장에서 금당사, 탑사, 은수사, 천왕문을 거쳐 북부 관광단지주차장으로 이어지는 3.3km 코스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으로 안내돼 있어 가벼운 탐방객도 부담을 줄여 걸을 수 있다.

암마이봉 등반을 포함하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반 관광코스 안내에는 마이산관광단지주차장에서 천왕문, 암마이봉, 은수사, 탑사 등을 거치는 코스가 약 5.3km, 2시간 50분에서 3시간 30분 정도로 소개돼 있다. 다만 암마이봉 구간은 경사가 급하고 기상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일반 산책로처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안군은 2026년 3월 21일부터 암마이봉 등산로를 별도 통제 시기까지 개방한다고 안내하면서도 우천, 안개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입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행자라면 남부주차장과 북부주차장을 잇는 탐방로를 먼저 권할 만하다. 금당사와 탑영제, 탑사, 은수사, 천왕문을 차례로 만나면서 마이산의 문화유산과 자연 풍경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 경험이 있고 날씨가 안정적이라면 암마이봉 등반을 더해 마이산의 입체적인 산세를 느낄 수 있다.
은수사와 생태자원, 마이산을 더 깊게 만든다
마이산에는 사찰과 생태유산도 함께 자리한다. 은수사는 조선 태조 이성계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는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마이산 탐방로에서 탑사와 함께 많이 찾는 지점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마이산도립공원을 소개하면서 은수사와 탑사,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와 줄사철나무 등 생태자원이 함께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마이산의 생태적 가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진안군 공식 안내에는 천연기념물 제386호 청실배나무와 제380호 줄사철나무 등 우수한 생태자원이 마이산의 볼거리로 소개돼 있다. 산행을 빠르게 마치고 내려오는 방식보다, 은수사와 탑사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 마이산이 단순한 등산지가 아니라 지질·역사·식생이 겹쳐진 공간이라는 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복합성은 마이산을 가족 여행지로도 만든다. 등산객은 암마이봉과 능선 코스를 찾고, 일반 관광객은 남부주차장에서 탑사와 은수사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를 걷는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두 봉우리의 실루엣과 돌탑군, 탑영제 수면에 비친 산세를 담는다. 역사와 설화에 관심 있는 여행자는 마이산의 옛 이름과 조선 태조 관련 이야기를 따라가 볼 수 있다.
6월의 마이산은 벚꽃 이후의 진짜 숲을 보여준다
마이산은 봄 벚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관광공사는 마이산 입구 약 3km 진입로에 벚나무 터널이 형성돼 매년 벚꽃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벚꽃이 지난 뒤의 마이산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6월에는 산빛이 짙어지고, 탐방로의 숲그늘이 깊어진다. 봄의 화려함 대신 초여름의 안정된 녹음이 산 전체를 감싼다.
여름 산행에서는 무리한 정상 욕심보다 코스 선택이 중요하다. 마이산은 바위산 특유의 경사와 노출 구간이 있어 기온이 높은 날에는 체력 소모가 커질 수 있다. 물과 모자, 미끄럼 방지 등산화는 기본이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짙은 날에는 암마이봉 구간을 피하고, 탑사와 은수사 중심의 탐방로를 걷는 편이 낫다.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진안군 공식 안내에 따르면 마이산 북부 주소는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진안읍 마이산로 130, 남부 주소는 마령면 마이산남로 182다. 전주 방면에서는 국도 26호와 진안IC를 이용하는 자가용 접근이 가능하고, 대중교통은 전주와 진안을 잇는 직행버스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마이산도립공원은 ‘한 번쯤 가볼 만한 산’이라는 표현보다 ‘여러 번 다르게 볼 수 있는 산’에 가깝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숲,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바위산의 선이 살아난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의 실루엣은 그대로지만, 계절과 시간, 걷는 방향에 따라 마이산의 인상은 달라진다.
6월에 마이산을 찾는다면 산을 정복하겠다는 마음보다 천천히 읽겠다는 마음이 어울린다. 두 봉우리의 지질, 탑사 돌탑의 시간, 은수사의 이야기, 숲길의 그늘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래서 마이산은 단순한 산행지가 아니라 전북 진안의 자연과 역사, 문화가 한곳에 모인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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