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홍콩 여행의 첫 장면은 늘 야경과 쇼핑만은 아니다. 여행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 홍콩은 오히려 작은 테이블 위에서 시작된다. 진한 홍콩식 밀크티 한 잔, 파인애플 번, 뜨거운 완탕면, 골목 다이파이동의 볶음 요리, 식사 뒤 가볍게 먹는 두부 디저트가 홍콩의 일상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ENA 예능 프로그램 ‘쯔양몇끼’ 홍콩편은 이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먹방 크리에이터 쯔양과 박명수, 정준하가 홍콩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신계 지역 윈롱, 구룡반도 삼수이포, 센트럴 일대를 오가며 홍콩의 로컬 맛집을 찾는다. 방송의 재미는 대식가 예능의 속도감에 있지만, 여행 콘텐츠로 보면 핵심은 홍콩 미식의 지도가 넓어졌다는 데 있다.
그동안 한국 여행객의 홍콩 미식은 딤섬, 에그타르트, 완탕면, 야시장 먹거리 정도로 압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방송은 차찬텡, 다이파이동, 노포 면가, 두부 디저트, 솥밥, 빙수, 중식 파인다이닝까지 폭을 넓혔다. 한 끼 식사와 길거리 간식, 디저트, 늦은 밤 식사까지 이어지는 홍콩식 하루가 화면 안에 들어왔다.

중심에는 홍콩관광청의 미식 가이드 ‘테이스트 홍콩’이 있다. 테이스트 홍콩은 홍콩관광청이 중화요리 교육기관인 Chinese Culinary Institute와 협업해 만든 미식 가이드다. 현지 마스터 셰프 50여 명이 홍콩 전역에서 250곳의 레스토랑과 식당을 엄선했다. 유명 관광지 근처 맛집 리스트가 아니라, 셰프들이 실제로 눈여겨본 골목과 동네의 맛을 따라가도록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방송에 등장한 와소 카페는 차찬텡 문화를 보여주는 식당으로 꼽힌다. 차찬텡은 차와 식사를 함께 즐기는 홍콩식 대중음식점이다. 밀크티, 파인애플 번, 토마토 수프 누들 같은 메뉴는 여행자가 홍콩의 일상에 가장 빠르게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화려한 레스토랑보다 현지인의 아침과 점심, 간식 시간이 겹쳐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삼수이포의 애문생은 홍콩 다이파이동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이파이동은 골목 식당과 포장마차 문화가 뒤섞인 홍콩 특유의 야외형 식문화다. 볶음 요리와 해산물, 강한 불맛, 좁은 테이블,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활기가 한데 모인다. 삼수이포는 홍콩의 오래된 생활감이 남아 있는 지역이라, 다이파이동을 경험하기에 자연스러운 동선이다.

완탕면 노포 라우섬키 누들도 홍콩 미식 여행에서 빼기 어려운 이름이다. 홍콩식 완탕면은 맑은 국물과 탄력 있는 면발, 새우 완탕이 핵심이다. 라우섬키 누들은 전통 제면 방식과 오래된 면가의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방송에서는 새우알 비빔면 등 홍콩 면 요리의 다양한 면모도 함께 드러났다.
식사 뒤에는 쿵워 빈커드 팩토리 같은 디저트 노포가 동선을 이어받는다. 홍콩의 두부 디저트는 무겁지 않다. 두부와 두유를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단맛이 강한 볶음 요리나 면 요리 뒤에 잘 맞는다. 홍콩 미식은 한 끼를 크게 먹는 방식보다, 여러 장소를 옮겨가며 조금씩 다른 식감을 쌓는 도시형 식도락에 가깝다.
이 점에서 ‘쯔양몇끼’ 홍콩편은 단순 먹방보다 여행 동선으로 활용도가 높다. 윈롱은 신계 지역의 로컬 색을 보여주고, 삼수이포는 오래된 구룡의 생활감과 골목 미식을 보여주며, 센트럴은 홍콩의 세련된 미식과 도시 풍경을 연결한다. 홍콩을 처음 가는 여행자라면 와이탄처럼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도시는 아니지만, 홍콩은 지역마다 미식의 결이 분명하다.
홍콩 미식 여행의 장점은 접근성에도 있다. 한국에서 홍콩까지는 직항편이 많고, 도심 안에서는 MTR과 도보 이동을 조합하기 쉽다. 맛집 하나를 목적지로 삼기보다 주변 시장, 골목, 카페, 전망 포인트를 함께 묶으면 여행 만족도가 높다. 예를 들어 삼수이포에서는 다이파이동과 디저트, 로컬 시장을 함께 보고, 센트럴에서는 레스토랑과 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할리우드로드를 엮을 수 있다.
다만 방송에 나온 맛집을 그대로 따라갈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방송 직후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영업시간이나 휴무일, 메뉴 구성은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테이스트 홍콩 가이드 역시 여행 전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홍콩의 작은 식당은 현금 결제, 좌석 합석, 빠른 회전이 일반적인 경우도 있어 현지 식문화에 맞춰 움직이면 더 편하다.
홍콩 미식의 진짜 매력은 고급과 로컬이 한 도시 안에서 멀지 않다는 데 있다. 아침에는 차찬텡에서 밀크티를 마시고, 점심에는 완탕면을 먹고, 오후에는 에그와플이나 두부 디저트를 곁들이며, 저녁에는 다이파이동이나 파인다이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하루 안에 가격대와 분위기, 지역의 표정이 계속 바뀐다.
‘쯔양몇끼’ 홍콩편이 다시 보여준 것은 홍콩이 여전히 먹으러 가는 도시라는 사실이다. 야경과 쇼핑은 홍콩 여행의 큰 축이지만, 지금 한국 여행객에게 더 강하게 작동하는 키워드는 로컬 미식이다. 차찬텡의 밀크티, 다이파이동의 불맛, 완탕면의 면발, 두부 디저트의 부드러움이 이어질 때 홍콩 여행은 단순한 도시 관광을 넘어 오감으로 기억되는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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