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 옥녀봉에 서 있는 그리팅맨은 북녘을 향해 고개 숙인 거대한 인사의 조형물이다.
조각가 유영호의 작품으로 알려진 이 푸른 조형물은 접경의 풍경 속에서 평화와 서로에 대한 존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래된 예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여행레저신문은 서영오 위원의 사진을 통해 그리팅맨을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별빛과 하늘, 숲과 언덕이 함께 만든 하나의 평화 풍경으로 소개한다.
경기도 연천 옥녀봉에는 한 사람이 서 있다. 아니, 서 있다기보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팔은 몸 곁에 조용히 붙어 있고, 상체는 앞으로 기울어 있다. 먼 곳을 향한 인사다. 이 거대한 푸른 조형물의 이름은 그리팅맨이다.

그리팅맨은 조각가 유영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연천 옥녀봉의 그리팅맨은 북쪽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인 모습으로 세워져 있으며, 이 인사의 방향 때문에 단순한 조각을 넘어 분단의 접경지에서 평화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생각하는 장소가 됐다.
여행레저신문은 사진가 서영오 위원의 시선으로 국내외 여행지와 문화 현장을 다시 읽는 ‘서영오의 사진기행’을 시작한다. 첫 장면은 연천 옥녀봉에 서 있는 그리팅맨이다. 사진 속 그리팅맨은 조형물 하나로만 보이지 않는다. 하늘과 별, 숲과 언덕, 긴 구름의 흐름이 함께 만들어낸 너무나 평화 풍경이다.

연천이라는 장소는 이 조형물의 의미를 더 깊게 만든다. 그리팅맨은 도시 광장이나 미술관 앞에 놓인 장식물이 아니다. 접경의 땅, 북녘이 멀지 않은 언덕 위에 서 있다. 그래서 이 인사는 더 조용하고, 더 무겁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사이면서, 남과 북 사이의 인사이고, 아직 닿지 못한 곳을 향해 먼저 건네는 몸짓처럼 보인다.
낮의 그리팅맨은 비교적 선명하다. 푸른 몸, 숙인 고개, 낮은 언덕, 흐르는 구름이 조형물의 윤곽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사진이 조금 물러서면, 그리팅맨은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보다 훨씬 큰 조형물이지만, 넓은 하늘과 산세 앞에서는 오히려 조용해진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게 된다. 그리팅맨 앞에서는 인증사진보다 먼저 질문이 생긴다. 왜 이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가. 왜 이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왜 이곳에 서 있는가. 좋은 여행지는 답을 많이 주는 곳이 아니라, 오래 남는 질문을 던지는 곳일 때가 있다.

서영오 전문 위원의 사진 속 그리팅맨은 조형물 자체보다 그 주변의 하늘, 숲, 구름, 접경의 침묵까지 함께 보여준다.
그의 사진은 그리팅맨을 정면에서만 보지 않는다. 숲 사이로 물러나 바라보고, 하늘을 크게 열어두고, 때로는 조형물을 일부러 작게 둔다. 그 덕분에 그리팅맨은 관광지의 중심 대상이 아니라 풍경과 함께 숨 쉬는 존재가 된다.
숲 사이로 보이는 그리팅맨은 또 다른 표정을 갖는다. 나무와 잎이 프레임이 되고, 조형물은 그 사이에서 조용히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 그리팅맨은 큰 조각이 아니라 숲 너머에서 누군가를 향해 오래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옥녀봉의 풍경은 그리팅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언덕 위의 나무, 작은 벤치, 길게 흐르는 구름, 낮게 이어지는 산줄기가 함께 이 장소의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팅맨을 보러 왔다가 하늘을 오래 보게 되고, 조형물을 찍으려다가 언덕과 나무를 함께 담게 되는 곳이다.
사진기행의 힘은 여기에 있다. 장소를 정보로만 읽지 않고, 빛과 시간으로 다시 본다. 같은 조형물이라도 어느 시간에, 어느 거리에서, 어떤 하늘 아래 서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서영오 위원의 사진은 그리팅맨의 ‘형태’보다 그리팅맨이 놓인 ‘시간’을 보여준다.

서위원이 촬영한 연천 그리팅맨의 별 궤적. 북녘을 향해 고개 숙인 푸른 조형물은 밤하늘의 시간 속에서 평화와 존중의 인사로 남는다.
밤이 되면 그리팅맨은 더 깊어진다. 별 궤적이 하늘에 원을 그리는 사진에서는 시간이 하나의 둥근 선으로 남는다. 별은 흐르고, 조형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늘은 긴 시간을 남기고, 그리팅맨은 한 방향을 향해 계속 인사한다.
이 장면은 연천 그리팅맨이 가진 상징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평화는 때로 큰 선언보다 오래 지속되는 태도에 가깝다. 한 번의 구호보다, 같은 방향을 향해 오래 서 있는 몸짓이 더 깊게 남을 때가 있다. 그리팅맨의 인사는 그래서 조용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별 궤적이 사선으로 흐르는 사진에서는 하늘 전체가 움직이는 듯하다. 그러나 조형물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늘은 흘러가고, 시간은 지나가고, 빛은 선으로 남는다. 그 사이에서 그리팅맨은 말없이 같은 인사를 반복한다.

붉은 조명이 들어간 밤의 그리팅맨은 낮과 또 다르다. 푸른 조형물은 빛을 받아 붉게 변하고, 별은 하늘에 원을 그린다. 같은 장소, 같은 조형물인데도 색과 시간에 따라 다른 감정이 생긴다. 사진은 그 차이를 붙잡는다.
연천 그리팅맨은 그래서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조형물을 보고, 하늘을 보고, 접경의 지리를 생각하고,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사를 생각하게 하는 장소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오래 머물 필요가 있다. 빨리 보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잠시 고개를 낮추고 바라보는 곳에 가깝다.
별빛 아래 북녘을 향해 고개 숙인 푸른 인사. 연천 옥녀봉의 그리팅맨은 오늘도 같은 자세로 서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사람은 그 인사를 바라보며, 자기 안의 소란도 잠시 낮추게 된다.

사진: 서영오 전문위원 ㅣ 여행레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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