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성주산 자락 폐광 갱도에서 올라오는 자연 냉기, 보령 여름을 식히는 이색 피서지
한여름 보령 여행을 떠올리면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7월과 8월의 폭염이 절정으로 치닫는 시간, 바다보다 더 직접적으로 더위를 꺾어주는 장소가 있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 성주산 자락에 자리한 보령 냉풍욕장이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찬 바람을 맞는 공간’이다. 과거 광산으로 쓰이던 폐광 갱도에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냉기를 활용해 여름철 피서지로 조성했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은 실내와는 다르다. 바깥의 뜨거운 공기와 지하에서 올라오는 찬 공기의 차이가 몸에 직접 닿으면서, 입구를 지나 몇 걸음만 걸어도 피부에 서늘한 기운이 먼저 온다.
성주산 자락 폐광이 여름 피서지로 바뀐 이유
보령 냉풍욕장은 일반 동굴 관광지와 조금 다르다. 자연동굴의 종유석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폐광이라는 산업의 흔적을 여름 피서 자원으로 다시 활용한 공간이다. 갱도 깊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차가운 공기가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이 냉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모의 갱도와 주변 시설을 정비한 것이 냉풍욕장의 핵심이다.

산자락에 붙어 있는 바위형 외관은 이곳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작은 테마형 시설처럼 보이지만, 실제 매력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시작된다. 보령의 여름 햇볕을 맞고 입구에 서 있다가 갱도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깥과 안쪽의 온도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바다 피서와 다른 장점, 오래 걷지 않아도 시원하다
냉풍욕장의 장점은 체력 부담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바다 피서는 짐이 많고, 계곡은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리며, 산행은 더위 속에서 오히려 체력을 많이 써야 한다. 반면 보령 냉풍욕장은 목적이 분명하다. 더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 찬 공기를 느끼고, 갱도형 통로를 천천히 걸은 뒤 주변 쉼터에서 쉬어가면 된다.
그래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 부모님을 모신 여행, 장시간 야외 활동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잘 맞는다. 물론 완전히 평탄한 실내 시설만은 아니므로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고, 내부가 예상보다 차갑게 느껴질 수 있어 얇은 겉옷을 챙기면 더 편하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린 상태로 바로 들어가면 서늘함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수백 미터 지하에서 올라오는 자연 냉기
보령 냉풍욕장이 ‘천연 에어컨’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실내가 시원해서가 아니다. 이곳의 냉기는 폐광 갱도 안에서 만들어지는 자연 대류 현상과 관련이 있다. 지하 깊은 곳의 낮은 온도가 유지되고, 그 찬 공기가 갱도를 따라 흘러나오면서 외부의 더운 공기와 큰 차이를 만든다.
공개자료에 따르면 냉풍욕장 내부 온도는 연중 10~15도 안팎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여름 바깥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날에는 체감 차이가 더 커진다. 밖에서 “더워서 숨이 막힌다”고 느끼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춥다”는 말을 하게 되는 이유다.
200m 모의 갱도에서 느끼는 여름 속 겨울
방문객이 실제로 걷는 구간은 약 200m 모의 갱도다. 길게 이어진 암반형 통로에 조명이 설치돼 있고, 바닥도 걷기 좋게 정비돼 있어 동굴 탐험처럼 위험한 느낌보다는 체험형 산책에 가깝다. 그래도 내부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바깥의 매미 소리와 뜨거운 햇볕이 사라지고, 축축한 암반과 낮은 온도, 서늘한 공기가 공간 전체를 채운다.

이 구간에서는 오래 머물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온도 변화를 느끼는 방식이 좋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폐광의 역사, 자연 냉기의 원리, 보령의 산악 지형 이야기를 함께 풀어낼 수 있다. 단순히 “시원한 곳”으로만 소비하기보다, 광산의 흔적이 관광자원과 농업자원으로 바뀐 현장을 보는 셈이다.
여행정보
보령 냉풍욕장은 충남 보령시 청라면 냉풍욕장길 190 일원에 있다. 충남관광 안내 기준 이용시간은 7~8월 09:00~18:00이며,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와 산책로가 갖춰진 관광지로 안내된다. 다만 여름철 집중 운영 시설인 만큼 기상, 공사, 현장 상황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출발 전 문의처나 관광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2026년 보령 냉풍욕장은 8월 31일까지 운영되는 것으로 보도됐다. 냉풍욕장 바로 옆 농특산물 직판장에서는 폐광의 찬바람을 활용해 재배한 양송이버섯 등 지역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 냉풍욕장이 단순한 피서시설에 그치지 않고 지역 농업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보령 여행 동선으로는 대천해수욕장, 개화예술공원, 성주산 자연휴양림, 무창포해수욕장과 함께 묶기 좋다. 한낮에는 냉풍욕장에서 더위를 피하고, 오전이나 해 질 무렵에는 바다나 산책 코스를 넣으면 여름 보령 여행의 피로도가 줄어든다. 특히 가족 여행이라면 냉풍욕장 하나만 보고 돌아오기보다 식사와 주변 관광지를 함께 설계하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보령 냉풍욕장은 화려한 놀이시설보다 ‘들어가자마자 체감되는 시원함’이 강점인 장소다. 폭염 속에서 잠시 몸을 식히는 피서지이자, 폐광의 흔적을 지역 관광으로 바꾼 사례이기도 하다. 바깥은 찜통더위인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공기가 올라오는 경험, 그 하나만으로도 여름 보령 여행의 이유가 충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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