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간당 26.44호주달러지만 취업은 보장되지 않아…최대 3년 체류에도 지정 업무 필요
김미래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만 31~35세 한국인이 새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호주 정부는 2026년 7월 1일부터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연령을 기존 만 18~30세에서 만 18~35세로 확대했다. 만 35세도 신청할 수 있으며, 호주 동부 표준시 기준으로 36번째 생일 전날 오후 11시 59분까지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키프로스와 핀란드, 독일 여권 소지자의 신청 상한도 같은 날 만 35세로 조정됐다.
한국 정부가 호주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연령 확대가 성사되면서 기존 나이 제한에 걸렸던 직장인과 프리랜서, 퇴사 후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는 30대도 호주에서 여행과 단기 취업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분명 잘한 조치다. 그러나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5년 늘어난 것과 호주에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높은 소득, 전문경력을 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워킹홀리데이는 취업을 보장하는 비자가 아니다. 호주 정부도 이 제도를 12개월 동안 여행하면서 체류비를 보충하기 위한 단기 취업과 공부를 할 수 있는 청년교류 프로그램으로 설명한다. 연령은 35세까지 넓어졌지만 비자의 기본 성격까지 취업 중심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한 것은 ‘해외 진출 기회 확대’
한국 외교부는 호주 정부가 한국 측의 지속적인 요청을 수용해 참여 연령 상한을 높였으며, 이번 조치가 우리 청년의 해외 진출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주는 한국이 1995년 처음으로 워킹홀리데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국가다. 한국인이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국가이기도 하다. 참여 연령을 만 35세까지 높이면 대학 졸업 직후가 아니라 취업 준비와 직장생활을 거친 뒤에도 호주행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군복무와 취업 준비, 늦어진 사회 진출 등이 이번 조치의 공식적인 이유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 한국 청년의 생활주기를 고려하면 기존 만 30세 제한이 이른 장벽이었다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공식 명분은 해외 진출 기회 확대다. 정책의 공식 목적과 그 배경에 대한 사회적 해석을 섞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미 호주의 주요 워홀 시장
한국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장에서 이미 참가 규모가 큰 국가다.
호주 내무부에 따르면 2024~2025 회계연도 한국인에게 발급된 첫 번째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만2374건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았다. 한국인에게 호주가 가장 인기 있는 워홀 목적지라는 외교부의 설명과, 호주 시장 안에서 한국이 국적별 다섯 번째 규모라는 통계는 서로 다른 기준이다.
연령 상한이 확대되면 호주는 더 넓은 연령대의 장기 체류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 워홀러는 관광객이면서 노동시장 참여자다. 숙박과 음식, 교통, 통신, 교육, 지역여행에 비용을 지출하고 일부는 농업과 관광·숙박, 건설, 서비스업에서 일한다.
한국은 더 많은 국민에게 호주 체류 기회를 제공하고, 호주는 여행과 단기 취업을 병행하는 체류자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 실익이 있다. 그러나 참가자가 늘어나는 것과 참가자 한 사람의 취업·정착 여건이 좋아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높지만 취업은 보장되지 않는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최저임금이다.
2026년 7월 1일부터 호주의 국가 최저임금은 시간당 26.44호주달러, 주 38시간 기준 1004.90호주달러다. 산업별 임금기준과 직무등급, 주말·야간근무에 따라 더 높은 시급과 가산수당이 적용될 수도 있다.
한국 원화로 환산하면 매력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높다는 사실과 도착 직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일자리를 알선하지 않고 일정한 근로시간도 보장하지 않는다. 영어 능력과 자격, 경력이 부족하면 식당과 카페, 호텔, 청소, 창고, 농장 등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일자리에 지원자가 몰릴 수 있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구직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특히 캐주얼 고용은 시급이 높더라도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시간당 30호주달러를 받아도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하면 세전 수입은 450호주달러다. 여기에서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 통신비를 내면 기대했던 만큼 저축하기 어렵다.
호주 워홀의 수입은 시급이 아니라 실제로 몇 시간씩, 얼마나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지와 생활비를 함께 놓고 계산해야 한다.
집을 구하지 못하면 높은 임금도 의미가 없다
호주에 도착한 워홀러는 일자리와 함께 거주지를 구해야 한다.
현지 장기 임대계약에는 소득증명과 임대 이력, 보증금 등이 요구될 수 있다. 막 입국한 워홀러는 이런 조건을 갖추기 어려워 처음에는 호스텔이나 단기숙소에 머물며 셰어하우스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셰어하우스는 진입이 쉽지만 계약과 관리 수준이 일정하지 않다. 광고 사진과 실제 방이 다르거나 계약서 없이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거주하는 경우도 살펴야 한다.
저렴한 방을 찾아 도시 외곽으로 이동하면 교통비와 출퇴근 시간이 늘어난다. 농장이나 지역 관광업체에서 일할 때는 고용주나 인력업체가 제공하는 숙소와 차량에 의존하기도 한다.
일자리와 숙소가 한꺼번에 묶이면 고용관계는 더 취약해진다. 일을 그만두거나 해고될 때 소득과 거주지를 동시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급여에서 숙소비와 교통비, 장비 비용을 공제한다면 금액과 근거를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한다. 높은 시급만 보고 출국비용과 주거비, 구직기간을 계산에서 빼면 실제 생활은 예상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대 3년 체류에는 지정업무가 필요하다
첫 번째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기본 체류기간은 12개월이다.
두 번째 비자를 신청하려면 첫 번째 비자 기간 중 호주 정부가 인정하는 지정업무를 최소 3개월 수행해야 한다. 흔히 ‘88일’이라고 부르지만 공식 요건은 달력상 3개월에 해당하는 지정업무다. 세 번째 비자를 신청하려면 두 번째 비자 기간 중 지정업무를 최소 6개월 수행해야 한다.
한 번 비자를 받으면 자동으로 3년을 머무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두 번째·세 번째 비자는 각각 별도의 비자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정해진 요건을 충족한 뒤 다시 신청해야 한다.
지정업무에는 근무지역과 업종에 따라 농축산업과 어업, 광업, 건설업, 자연재해 복구, 일부 관광·숙박업무 등이 포함된다. 지방에서 일했다고 모두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사업장 위치와 업종, 실제 업무 내용, 근무기간이 정부 기준에 맞아야 한다.
영국 여권 소지자는 별도 협정에 따라 두 번째와 세 번째 비자를 신청할 때 지정업무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은 이번 연령 확대 이후에도 3개월과 6개월의 지정업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만 35세까지 최대 3년 체류’라는 설명은 절반만 맞는다. 정확히는 만 35세까지 첫 번째 비자를 신청할 수 있고, 이후 지정업무 조건을 충족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비자를 각각 신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컨드비자를 원할수록 고용주 의존도는 커진다
지정업무가 모두 열악한 일자리는 아니다. 정식 근로계약을 맺고 산업별 임금과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는 농장과 식품가공업체, 지역 관광사업체도 많다. 도시 밖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지역과 산업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다음 비자에 필요한 근무기간을 채워야 하는 참가자가 특정 지역과 고용주에게 의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농장 업무는 날씨와 수확량에 따라 근무일과 시간이 달라진다. 일이 예정대로 주어지지 않으면 3개월 요건을 채우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숙소와 교통까지 고용주나 인력업체에 맡겼다면 불리한 조건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영어를 못해도 바로 취업할 수 있다’, ‘농장에서 석 달이면 큰돈을 모을 수 있다’는 홍보문구만 믿어서는 안 된다. 해당 업무가 지정업무로 인정되는지, 고용주가 급여명세서를 발급하는지, 시급과 근로시간은 얼마인지, 숙소비와 교통비를 얼마나 공제하는지 문서로 확인해야 한다.
워홀러도 호주인과 같은 노동권을 갖는다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호주 공정근로옴부즈맨은 비자 종류와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임금과 휴가, 해고통보, 차별 방지 등 호주 근로자와 같은 권리와 보호가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가 취소되는 것도 아니다.
2025년 1월부터 사업주가 고의로 임금이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호주에서 형사범죄가 될 수 있다. 단순한 계산 착오는 제외되지만 의도적인 임금 미지급은 형사절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보호가 있다는 것과 피해를 쉽게 신고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영어가 부족하고 현지 노동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일자리를 잃으면 숙소까지 잃을 수 있다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세컨드비자에 필요한 기간을 채워야 하는 참가자는 고용주와 갈등을 피하려고 낮은 임금이나 부당한 공제를 참을 가능성도 있다.
출국 전 적용 임금과 근로시간, 급여 지급일, 숙소비 공제, 지정업무 인정 여부, 신고기관을 확인해야 한다. 구두 약속이 아니라 계약과 급여 내역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 고용주 6개월 제한, 예외가 있어도 취업비자는 아니다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는 호주에서 다양한 직종에 취업할 수 있지만, 비자 조건 8547에 따라 원칙적으로 동일 고용주와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다만 모든 참가자가 반드시 6개월마다 직장을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농업과 식품가공, 보건·돌봄·보육, 관광·숙박업, 자연재해 복구 등 일부 분야에서는 별도의 허가 없이 같은 고용주와 6개월 이상 일할 수 있다. 같은 고용주의 서로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한 사업장의 근무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는 경우에도 예외가 인정된다.
다른 장기 취업비자를 신청했거나 해당 근로자의 계속 고용이 기업에 중요하다는 점을 고용주가 설명하는 경우에는 별도 허가를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고 워킹홀리데이가 장기 취업비자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보기술과 디자인, 마케팅, 회계, 무역 등에서 한국의 경력을 활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워홀 비자가 일자리를 연결하거나 자격과 경력을 자동으로 인정해 주지는 않는다.
학업과 훈련 역시 비자 한 번당 최대 4개월로 제한된다. 장기 학위과정이나 본격적인 직업교육을 받으려면 학생비자 등 다른 체류자격을 검토해야 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35세 확대를 ‘30대 해외취업 비자’라고 설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연령 확대는 잘했다…이제 떠난 뒤의 현실도 알려야
한국인의 신청 연령을 만 35세까지 확대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성사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기존 나이 제한 때문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포기했던 31~35세에게 다시 선택권이 생겼다. 직장생활을 멈추고 재충전하려는 사람, 해외생활을 경험하려는 사람, 유학이나 이민을 결정하기 전에 호주에서 먼저 살아보려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문을 넓힌 것만으로 참가자의 현실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호주에 도착한다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높은 시급이 곧 높은 수입과 저축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두 번째·세 번째 비자를 원하면 지정업무를 해야 하고, 전문분야의 장기취업이나 교육을 원하면 다른 비자가 필요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청년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히기 위해 연령 확대를 요구했다면 이제는 신청 가능한 나이를 늘렸다는 성과만 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구직기간과 주거비, 세금과 보험, 지정업무 인정기준, 근로계약과 임금체불 신고방법을 성공 사례와 함께 알려야 한다. 많이 보내는 것보다 안전하게 일하고 생활한 뒤 그 경험을 다음 경력과 삶으로 연결하도록 돕는 일이 더 중요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한 사람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열어줄 수 있다. 그러나 비자 하나만으로 일자리와 높은 소득, 안정적인 해외경력, 3년 체류가 한꺼번에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35세까지 출발할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났다. 이제 필요한 것은 떠날 수 있다는 기대보다, 현지에서 어떻게 일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여행레저신문 Copyrights ⓒ The Travel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