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경남 거창 금원산자연휴양림은 폭포 한 곳만 보고 돌아서는 여름 피서지가 아니다. 계곡을 따라 유안청폭포와 자운폭포가 이어지고, 거대한 문바위와 고려 초기 마애불까지 한 공간에 자리해 자연과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금원산은 해발 1,353m로 거창군 위천면과 북상면, 함양군 안의면에 걸쳐 있다. 휴양림이 자리한 계곡에서는 정상 산행을 하지 않아도 숲과 물길, 기암과 문화유산을 연결한 가벼운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유안청계곡 2.5㎞에 소·폭·담 이어져
유안청계곡은 금원산 입구 선녀담에서 유안청폭포를 지나 무명폭포까지 약 2.5㎞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소와 폭포, 담이 단풍나무 숲과 맞물리며 사계절 다른 경관을 만든다.
유안청이라는 이름은 유생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에 지방 향시를 준비하던 유생들의 공부 공간이 이 계곡에 있었고, 이후 계곡과 폭포의 이름으로 이어졌다.
계곡길은 폭포로 곧장 향하기보다 물길을 여러 차례 보여준다. 나무 그늘 아래 이끼 낀 바위와 얕은 여울이 이어지고 수량이 많은 시기에는 계곡 전체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190m 암벽을 흐르는 유안청폭포
유안청폭포는 금원산 계곡의 중심 경관이다. 3단을 이루며 길이가 190m에 달하는 와폭과 직폭이 함께 형성돼 물이 넓은 암반을 타고 흐르다가 아래쪽에서 수직으로 떨어진다.

비가 내린 뒤에는 수량이 늘어 폭포의 힘이 강해지지만 계곡길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직후에는 탐방로 통제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폭포 앞 소는 보기에는 잔잔해도 수심과 수온, 물살을 판단하기 어렵다. 공식적으로 허용된 구역이 아니라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넓은 암반을 타고 흐르는 자운폭포
유안청폭포가 높은 암벽을 타고 떨어지는 웅장한 경관이라면 자운폭포는 넓고 완만한 암반을 따라 물이 퍼져 흐르는 모습이 특징이다.
하나의 계곡에서도 물길과 암반의 경사에 따라 폭포의 형태가 달라진다. 자운폭포 주변은 젖은 암반이 넓게 드러나 있어 물가에서 사진을 찍기보다 탐방로에서 전체 물길을 바라보는 편이 안전하다.

계곡을 지키는 거대한 문바위
금원산의 문바위는 계곡과 폭포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옛 가섭암의 일주문에 해당해 가섭암으로도 불렸으며, 커다란 바위가 여러 층으로 포개진 듯 솟아 있다.
문바위는 단순한 기암이 아니라 옛 불교 공간으로 들어가는 경계 역할을 했던 장소다. 이곳에서 북쪽 돌계단을 따라 약 50m 오르면 자연 석굴 안에 새겨진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에 닿는다.
사찰 대신 옛 암자터에 남은 고려 마애불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은 현재 운영 중인 사찰의 불상이 아니다. 가섭암과 지장암 등이 있었던 옛 암자터의 자연 석굴 암벽에 남은 고려 초기 불상이다.
보물 제530호로 지정된 마애삼존불은 높이 약 3m, 너비 약 2m 규모다. 중앙의 본존불과 양쪽 협시보살을 직립 암벽에 얕게 새겼으며 조성기에 남은 기록은 고려 예종 6년인 1111년을 가리킨다.

문화유산 표면을 만지거나 향과 촛불을 임의로 피워서는 안 된다. 좁은 진입 구간에서는 먼저 들어간 관람객이 나온 뒤 순서대로 이동해야 한다.
폭포와 문화유산 잇는 2시간 숲길
가벼운 폭포 산책은 휴양림 내부에서 계곡길을 따라 유안청폭포까지 다녀오는 방식이다. 문바위와 마애삼존불을 함께 보려면 자운폭포와 문바위 일대를 먼저 둘러본 뒤 유안청계곡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전체 이동시간은 출발 지점과 주차 위치, 계곡 수량과 탐방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폭포와 문바위, 마애불에서 사진을 찍고 쉬는 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잡는 편이 여유롭다.
금원산자연휴양림 방문정보
위치 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 금원산길 412

추천 동선 자운폭포→문바위→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유안청계곡→유안청폭포
입장료 어른 1천원, 청소년·군인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경차·장애인 등록차량 1천500원, 소형·중형 3천원, 대형 5천원
문의 055-254-3971~6
준비물 미끄럼 방지 신발, 생수, 모자, 벌레 기피제

주의사항 집중호우 직후 계곡 접근을 피하고 통제구역과 깊은 물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금원산자연휴양림의 강점은 서로 성격이 다른 여행 요소가 가까운 범위에 모여 있다는 데 있다. 유안청폭포의 장쾌한 물줄기, 자운폭포의 부드러운 암반, 문바위의 압도적인 규모와 천연 석굴 속 마애불이 하나의 계곡 여행을 완성한다.
계곡에서 물놀이만 하고 돌아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숲과 지질, 지역의 역사와 고려 불교문화까지 함께 살펴보는 곳이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걷되 장소마다 서두르지 않고 머물면 금원산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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