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석조전 배롱나무, 신고전주의 궁전이 빚은 서울 여름 명소

서울 덕수궁 석조전은 대한제국 황궁 안에 세워진 신고전주의 궁전으로, 여름이면 분홍빛 배롱나무와 흰색 열주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전통 전각과 서양식 건축을 한 동선에서 보고 오후 9시까지 궁궐 산책을 이어갈 수 있다.

덕수궁 석조전과 분수 정원, 여름 배롱나무 전경
덕수궁 석조전의 흰색 열주와 분수 정원, 분홍빛 배롱나무가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여름 풍경을 만든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 기자

서울 덕수궁 석조전은 흰색 돌기둥과 삼각형 박공, 좌우 대칭형 정면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서양식 궁전이다. 여름이면 석조전 앞 정원과 주변에 핀 분홍빛 배롱나무가 밝은 석재 외벽, 짙은 녹색 잔디와 맞물리면서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색의 대비를 만든다.

기와지붕과 단청을 갖춘 전통 전각 사이로 석조전이 나타나는 장면도 다른 서울 궁궐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고전 건축을 본뜬 열주와 대칭 구조 때문에 유럽 궁전이나 그리스 신전을 떠올리기 쉽지만, 석조전은 대한제국이 근대 국가의 위상과 황실의 격식을 건축으로 드러내려 했던 역사적 공간이다.

덕수궁 석조전 정면의 열주와 삼각형 박공
석조전은 긴 열주와 삼각형 박공, 좌우 대칭 구성이 두드러지는 대한제국기의 서양식 궁전이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덕수궁은 1897년 선포된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사용됐으며 옛 이름은 경운궁이다. 고종은 황궁의 규모와 격식을 높이는 과정에서 전통 전각과 함께 서양식 건물을 세웠다.

그리스 신전을 떠올리게 하는 신고전주의 궁전

석조전은 덕수궁 서쪽에 자리한 서양식 석조 건물이다. 정면을 가로지르는 긴 열주와 중앙의 삼각형 박공, 수평으로 뻗은 지붕선, 좌우 대칭 구성이 전통 목조건축과 전혀 다른 질서를 보여준다.

그리스 신전을 닮았다는 인상은 이 열주와 박공에서 나온다. 다만 석조전은 고대 그리스 신전을 그대로 재현한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로마 고전 건축의 비례와 장식을 근대적으로 되살린 신고전주의 계열의 궁전 건축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푸른 잔디와 단청이 어우러진 덕수궁 전통 전각
덕수궁에는 중화전과 함녕전, 즉조당 등 전통 전각이 남아 있어 석조전과 다른 궁궐 건축을 한 동선에서 비교할 수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석조전은 대한제국 황실의 공식 공간으로 계획됐으며 현재 내부는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운영된다.

흰색 열주와 분홍빛 배롱나무

덕수궁 배롱나무는 여름에 꽃을 피운다. 개화 시점과 절정은 그해 기온과 장마, 강수량에 따라 달라지므로 특정 날짜를 만개 시기로 고정하기는 어렵다.

꽃이 풍성해지면 석조전의 흰색 외벽과 분홍색 꽃, 초록 잔디가 선명한 색의 층을 만든다. 전통 전각 주변에서도 배롱나무를 볼 수 있지만 석조전 열주와 분수 정원을 함께 담는 구도가 덕수궁 여름 풍경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덕수궁 전통 전각과 석조전이 함께 보이는 풍경
기와지붕과 단청을 갖춘 전통 전각 너머로 석조전의 흰색 열주가 이어지며 덕수궁만의 건축 대비를 만든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전통 전각에서 대한제국 황궁으로

덕수궁에는 중화전과 함녕전, 석어당, 즉조당, 준명당 등 전통 전각이 이어지고 정관헌과 석조전으로 이동할수록 서양 건축의 영향이 강해진다.

덕수궁은 임진왜란 뒤 선조가 월산대군의 옛 사저를 임시 궁궐로 사용하면서 역사에 등장했다. 1611년 경운궁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황궁으로 확장됐다.

기와지붕과 석조전이 한 화면에

덕수궁에서는 기와지붕과 처마, 단청을 가까이 두고 석조전의 열주를 배경에 놓을 수 있다. 조선 궁궐과 대한제국 근대 건축의 차이가 한 장면에서 분명해진다.

서울 도심과 맞닿은 덕수궁 대한문 전경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을 지나면 중화전과 함녕전, 정관헌을 거쳐 석조전으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이 시작된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궁 밖으로 시선을 넓히면 서울시청과 정동 일대 건축물, 고층 빌딩까지 이어진다. 조선의 전각과 대한제국의 서양식 궁전, 현대 서울이 짧은 거리 안에서 겹친다.

대한문에서 석조전까지 걷는 동선

처음 방문한다면 대한문에서 중화문과 중화전으로 들어간 뒤 준명당과 즉조당, 석어당, 함녕전, 정관헌을 거쳐 석조전으로 이동하는 순서가 자연스럽다.

석조전 외관과 정원은 덕수궁 입장 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내부의 대한제국역사관은 해설사와 함께 관람하는 방식이며 일반해설과 심화해설 예약이 운영된다.

덕수궁 기와지붕과 석조전, 서울 도심 전경
덕수궁의 기와지붕과 석조전 뒤로 서울 도심이 이어진다. 전통 궁궐과 근대 건축, 현대 도시가 겹치는 풍경이 선명하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오전에는 배롱나무, 저녁에는 궁궐 야경

배롱나무와 석조전 사진이 목적이라면 오전 9시 개장 직후가 가장 여유롭다. 한낮에는 석조전의 밝은 외벽과 하늘의 명암 차이가 커지고 잔디 구간의 체감온도도 빠르게 올라간다.

덕수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 마감은 오후 8시다. 낮에는 배롱나무와 석조전을 보고 해가 진 뒤에는 중화전과 전각 주변의 야간 풍경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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