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펀·야시장만 돌다 올 텐가”… 대만 현지인이 가을에 숨겨둔 호수

9~11월 일월담의 두 달… CNN 꼽은 30㎞ 호숫길·SUP·홍차·불꽃축제 총정리

9~11월 일월담의 두 달… CNN 꼽은 30㎞ 호숫길·SUP·홍차·불꽃축제 총정리

한국 여행자들의 대만 여행 지도는 유독 좁다. 타이베이 메인역을 베이스캠프 삼아 낮에는 지우펀과 예류, 스펀을 찍고 밤에는 스린 야시장에서 망고 빙수와 지파이를 먹는 3박 4일 공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가을이라면 나침반을 대만 중부의 깊은 산자락으로 과감히 돌려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 에메랄드빛 호수와 해발 1,000m의 산림이 병풍처럼 둘러선 난터우현 위츠향의 일월담(日月潭·르웨탄)이 일 년 중 가장 화려한 계절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가을의 일월담은 그저 벤치에 앉아 단풍이나 바라보는 정적인 관광지가 아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간 거대한 호수 전체가 자전거 라이더들의 성지이자 야외 오케스트라 공연장, 스탠드업 패들보드(SUP) 무대, 향긋한 홍차 향이 퍼지는 축제장으로 바뀐다.

일월담 국제 만인 수영대회에 참가한 수영객들
가을 일월담에서는 수천 명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국제 만인 수영대회가 열린다. 사진=난터우현정부

가을 두 달, 호수 전체가 축제가 된다

지난 9월 12일 이다샤오 선착장의 개막 공연으로 닻을 올린 ‘2026 일월담 음악·불꽃축제’는 오는 11월 14일까지 이어진다. 9월 20일에는 호수를 맨몸으로 가르는 ‘국제 만인 수영대회’가 열리고, 10월 17일 홍차 문화제와 불꽃 음악회, 11월 1일 호수 마라톤, 11월 14일 대만 청년교향악단 불꽃 음악회가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11월 21일에는 Come!BikeDay 자전거 페스티벌이 대미를 장식한다.

일월담을 배경으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가족 여행객
일월담 호숫길은 장거리 라이더뿐 아니라 가족 여행객도 자전거로 풍경을 즐기기 좋다. 사진=일월담국가풍경구관리처

‘세계 5위 자전거길’… 물 위를 미끄러지는 400m 수상 데크

일월담의 속살을 가장 내밀하게 만나는 방법은 두 바퀴 자전거 안장에 오르는 것이다. 호수 둘레를 감싸 안은 약 30㎞의 일주 도로는 2012년 CNNGo가 세계 10대 자전거 코스로 소개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수이서 선착장에서 샹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호수 수면과 나란히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약 400m 길이의 수상 자전거 데크가 펼쳐진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호수 물결이 발밑에서 찰랑거린다.

11월 21일 열리는 Come!BikeDay에서는 30K 챌린지 외에도 배에 자전거를 싣고 호수를 건너는 20K 보트&바이크,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는 10K 코스가 함께 열린다. 기록보다 마음에 드는 숲그늘과 물가에서 자전거를 멈춰 세우는 횟수가 더 중요한 길이다.

대만 일월담 샹산 방문자센터와 호수 풍경
일월담 자전거 여행의 주요 거점인 샹산 방문자센터. L’Étape Sun Moon Lake가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진=일월담국가풍경구관리처

투르 드 프랑스가 달리는 호수

10월 3일에는 투르 드 프랑스 주최사 A.S.O.의 공식 라이선스로 열리는 ‘L’Étape Sun Moon Lake by Tour de France’가 샹산 방문자센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104㎞ 챌린지 코스와 29㎞ 레저 코스로 나뉘어 일월담의 산악과 호숫길을 달린다. 세계 최고의 사이클 대회 브랜드가 대만의 호수 풍경과 만나는 날이다.

대만 일월담 호수에서 SUP를 즐기는 여행객
배를 타고 스쳐 지나가던 일월담을 수면 가까이에서 만나는 스탠드업 패들보드 체험. 사진=일월담국가풍경구관리처

수면 10㎝ 위 SUP

과거의 일월담 여행이 유람선을 타고 선착장을 오가는 관광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호수는 훨씬 입체적이다.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스탠드업 패들보드(SUP)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고요한 아침 수면을 패들 하나로 가르며 나아가면 유람선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호수의 높이와 공기, 물결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장비 대여와 전문 강습, 안전보험을 포함한 로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대만 일월담 호수와 산악지대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일월담 케이블카에서는 호수와 산악지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일월담국가풍경구관리처

해발 1000m 케이블카로 올라서다

수면 위를 스쳤다면 다음은 하늘이다. 일월담 케이블카는 호숫가 역에서 출발해 구족문화촌 방향으로 울창한 산림 상공을 가로지른다. 케이블카 창밖으로 호수와 겹겹의 산자락이 동시에 펼쳐진다. 같은 일월담을 물 위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일월담 인근 구족문화촌의 대만 원주민 문화 공연
일월담과 이다샤오 일대에서는 대만 원주민 문화와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일월담국가풍경구관리처

타오족의 터전 이다샤오

일월담에서 자연경관만 보고 돌아선다면 절반의 매력을 놓친다. 호수 남동쪽 이다샤오(伊達邵)는 대만 소수민족 타오(Thao)족의 오랜 삶의 터전이다. 거리에서는 원주민 문화와 음식, 공연을 접할 수 있어 자연과 생활문화가 한 동선에서 이어진다.

좁은 골목의 길거리 음식과 시장 분위기는 정적인 호수 풍경과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자전거를 내려놓고 천천히 걸어볼 만한 곳이다.

대만 난터우현 위츠향 특산물인 일월담 홍차와 찻잎 제품들
일월담 일대 위츠향에서 생산되는 대만 대표 홍차 품종 홍옥 18호. 사진=일월담국가풍경구관리처

계피향 ‘홍옥 18호’ 한 잔

호수를 둘러싼 위츠향은 대만을 대표하는 홍차 산지다. 대표 품종인 ‘홍옥(紅玉) 18호’는 특유의 박하와 계피를 떠올리게 하는 향으로 이름이 높다. 10월 17~18일 샹산 방문자센터에서는 일월담 홍차 문화제가 열려 지역 차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오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후에는 호수 위를 누비다가 해가 기울 무렵 따뜻한 홍차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일월담의 하루는 충분히 다른 대만 여행이 된다.

일월담 음악 불꽃축제에서 호수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9월 12일부터 11월 14일까지 이어지는 2026 일월담 음악·불꽃축제 현장. 사진=일월담국가풍경구관리처

타이베이 당일치기는 낭비… 1박 2일이 정답

일월담을 타이베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은 체력 낭비에 가깝다. 타오위안 국제공항이나 타이베이에서 고속철도(THSR)를 이용해 타이중으로 이동한 뒤 일월담행 대만관광셔틀을 타면 호수 입구인 수이서에 닿는다.

가장 이상적인 일정은 일월담 1박 2일이다. 첫날 정오 무렵 도착해 자전거로 호숫길과 샹산을 돌아본 뒤 이다샤오에서 타오족 문화와 음식을 만나고, 축제 일정이 맞는 날에는 밤의 불꽃 음악회까지 본다. 이튿날 이른 아침 SUP를 즐기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홍차 한 잔으로 여정을 닫는다.

아침에는 호숫길 페달을 밟고, 낮에는 물 위에서 패들을 저으며, 해 질 녘에는 홍차를 음미하고, 밤에는 호숫가에서 오케스트라와 불꽃을 만나는 곳. 올가을 대만 여행은 번잡한 타이베이를 벗어나 에메랄드빛 일월담의 안개 속으로 젖어들 때 비로소 완성된다.

TRAVEL & FESTIVAL GUIDE

여행지 대만 난터우현 위츠향 일월담(Sun Moon Lake / 日月潭·르웨탄)

주요 일정 일월담 음악·불꽃축제 9월 12일~11월 14일 / 국제 만인 수영대회 9월 20일 / L’Étape Sun Moon Lake by Tour de France 10월 3일 / 홍차 문화제 10월 17~18일 / 일월담 호수 마라톤 11월 1일 / Come!BikeDay 11월 21일.

추천 일정 1박 2일. 첫날 자전거·샹산·이다샤오·불꽃축제, 둘째 날 SUP 또는 케이블카·홍차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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