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광교류, 지방공항 활성화가 균형 회복의 열쇠다

한일 관광교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방문객 수와 지역 편중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도쿄에서 열린 제58회 한일 경제인회의에서 한일 관광교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한국 지방공항 활성화, 청소년 교육여행 확대, 한일·한중일 연계 관광권역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8회 한일 경제인회의에서 한일 관광교류 현황과 미래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제58회 한일 경제인회의에서 한일 관광교류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지방공항 활성화와 청소년 교육여행 확대를 제안했다. 사진=한국여행업협회

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한일 관광교류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한 방문객 수 증가가 아니다. 양국 관광이 특정 지역과 일부 공항에 집중되면 관광 효과는 제한되고, 장기적인 교류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 관광업계는 이제 한일 관광교류를 양적으로 키우는 단계에서 균형 있게 넓히는 단계로 옮겨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진석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은 지난 5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8회 한일 경제인회의에 참석해 ‘한일 관광교류 현황과 미래 발전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회장은 관광업계를 대표해 인적 교류와 관광산업이 한일 경제협력에서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지속가능한 관광교류 확대를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양국 경제계 인사가 참석하는 대표적인 민간 경제협력 회의체다. 매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리고 있으며, 올해 회의에는 양국 경제인 250여 명이 참가했다. 제58회 회의의 주제는 ‘한일이 함께 나아가는 Next Step’이었다.

제58회 한일 경제인회의에서 한일 관광교류와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제58회 한일 경제인회의는 양국 경제인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에서 열렸다. 사진=한국여행업협회

회복된 한일 관광, 다음 과제는 균형

이 회장은 5월 20일 열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미래, 공감과 지속가능한 사회’ 세션에서 한일 관광교류의 현재와 미래 과제를 설명했다. 발표의 핵심은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음에도 상호 방문객 수와 지역 편중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일 관광교류는 양국 관계 개선과 항공 노선 회복, 엔화 약세, 근거리 여행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빠르게 살아났다. 그러나 회복의 내용이 균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일본인의 한국 방문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지역 편중도 문제다. 일본은 지방공항과 지방도시 관광이 비교적 다양하게 연결돼 있다. 반면 한국은 국제 관광 흐름이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 관광객이 한국을 찾더라도 서울과 대표 관광지 위주로 머물고, 지방으로 확산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한국 지방공항 활성화가 핵심 해법

이 회장이 가장 강조한 해법은 한국 지방공항 활성화다. 한일 관광교류를 지속적으로 키우려면 한국의 지방공항과 일본 지역 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공항이 살아나면 관광객의 입국 지점이 넓어진다. 서울을 거쳐 지방으로 이동하는 방식보다 지방공항으로 직접 들어오는 방식이 여행 일정과 지역 소비에 유리하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처럼 단기 여행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항공 접근성이 여행지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방공항 활성화는 단순히 항공 노선 확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공항, 지방자치단체, 지역 관광업계, 숙박업계, 교통기관이 함께 준비해야 한다. 입국 이후 지역 안에서 머물고 소비할 수 있는 동선과 콘텐츠가 있어야 항공 노선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한일 관광교류가 수도권과 대도시에만 집중되면 관광의 경제효과도 일부 지역에 머문다. 지방공항과 지역 관광을 연결하면 관광객 분산, 지역 소비 확대, 재방문 유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청소년 교육여행, 미래세대 교류의 기반

이 회장은 청소년 교육여행 활성화도 제안했다. 한일 관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세대가 서로를 직접 경험하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청소년 교류는 일반 관광과 다르다. 학교, 지역, 가족, 문화기관이 함께 연결되는 장기적인 교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이 상대국을 방문해 역사와 생활문화, 지역사회를 경험하면 성인이 된 뒤에도 양국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항공 접근성도 좋다. 교육여행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면 지방도시 간 교류도 확대할 수 있다. 한국의 지방도시와 일본의 지방도시가 학교와 관광 프로그램을 매개로 연결되면, 일반 관광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청소년 교육여행은 개별 여행상품만으로 확산하기 어렵다. 안전관리, 비용 지원, 학교 행정, 역사·문화 교육 콘텐츠, 지역 간 파트너십이 함께 준비돼야 한다. 이 회장이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거리 관광객 공동 유치도 필요

구미주 등 장거리 관광객을 공동으로 유치하기 위한 제도적 협력도 발표의 주요 내용이었다. 한국과 일본, 나아가 한중일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묶어 역외 관광객이 한 번에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장거리 관광객은 한 번의 여행에서 여러 국가와 도시를 함께 방문하려는 수요가 크다. 유럽이나 미주 관광객에게 동북아는 장거리 목적지인 만큼, 한국과 일본을 연계한 일정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항공, 비자, 환승, 수하물, 결제, 여행 정보가 편리하게 연결되면 동북아 관광권 전체의 매력도 커질 수 있다.

한일 양국이 각각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식만으로는 장거리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 한국은 K-컬처와 도시 관광, 미식, 의료·뷰티, 전통문화가 강점이고, 일본은 지역 관광, 온천, 역사문화, 대중교통 여행에서 강점이 있다. 두 나라의 매력을 함께 설계하면 장거리 관광객의 체류일수와 소비액을 늘릴 수 있다.

이러한 연계 관광은 관광업계만으로 만들기 어렵다. 항공사, 공항, 정부, 관광공사, 여행사,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제도와 상품을 맞춰야 한다. 동북아 공동 관광권역은 관광산업의 확장 전략이자 외래객 유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 될 수 있다.

관광도 경제협력의 핵심 의제

이번 발표는 한일 경제협력 회의에서 관광이 별도의 산업 의제로 다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관광은 항공, 숙박, 음식, 쇼핑, 문화, 콘텐츠, 지역경제와 직접 연결된다.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 양국 경제와 문화 교류의 기반도 넓어진다.

그동안 한일 경제협력 논의는 제조업, 공급망, 에너지, 첨단산업 중심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관광은 양국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경제협력 분야다. 관광객이 오가고, 지방도시가 연결되고, 청소년 교류가 늘어나는 것은 양국 관계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다.

이진석 회장은 “한일 양국의 권위 있는 경제협력회의에 관광업계 대표가 참여해 관광 현황을 공유하고 발전 방안을 제시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며 “한일 양국 경제계가 미래를 향한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관광 분야에서도 쌍방향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정부, 유관기관과의 정책적 공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일 관광교류는 이미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흐름을 얼마나 균형 있게 넓히느냐다. 지방공항 활성화, 청소년 교육여행, 장거리 관광객 공동 유치가 실제 정책과 상품으로 연결될 때 한일 관광은 양적 회복을 넘어 지속가능한 교류 구조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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