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강원도 동해시 묵호는 오래된 항구마을의 시간과 동해 바다의 청량함이 함께 남아 있는 여행지다. 강릉과 속초가 익숙해졌다면, 묵호는 조금 다른 감각의 주말 여행지가 된다. 화려하게 꾸민 리조트형 여행지는 아니지만, 언덕 골목과 등대, 항구와 시장, 바다 위 전망 시설이 걸어서 이어지며 묵호만의 리듬을 만든다.
묵호 여행의 장점은 동선이 작고 선명하다는 데 있다. 묵호역을 기준으로 논골담길, 묵호등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해랑전망대, 묵호항, 동쪽바다중앙시장까지 주요 명소가 한 권역 안에 모여 있다. 도보와 짧은 택시 이동만으로도 여행 구성이 가능해 뚜벅이 여행자에게 특히 좋다.
첫날은 묵호의 원형을 보는 날로 잡는 것이 좋다. 묵호역에 도착했다면 짐을 숙소에 맡긴 뒤 논골담길로 향한다. 논골담길은 묵호등대마을의 골목을 따라 조성된 벽화길이다. 동해시 공식 관광 자료는 논골담길을 등대오름길,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네 골목으로 나뉘어 묵호등대로 오르는 길로 소개한다. 골목마다 벽화와 소품이 이어지고, 오래전 묵호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묻어난다.

논골담길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벽화마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의 벽화는 관광용 장식으로만 소비되기보다, 묵호항의 번성기와 어촌 주민들의 삶, 오징어와 명태잡이로 분주했던 항구의 기억을 불러낸다. 좁은 골목과 낮은 지붕, 바다를 향해 열린 언덕길을 걷다 보면 묵호가 왜 ‘레트로 감성’으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논골담길을 따라 오르면 묵호등대가 나온다. 묵호등대는 묵호항 근처 언덕 위에 자리해 동해 바다와 항구, 마을 지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명소다. 하얀 등대와 푸른 바다, 언덕 아래로 내려앉은 집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묵호 여행의 대표 장면이다. 날씨가 맑다면 오후의 바다색이 좋고, 해가 기울 무렵에는 항구와 마을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분위기가 달라진다.
둘째 날은 묵호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일정이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묵호등대와 월소택지 사이 도째비골에 조성된 전망·체험 관광지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으로, 비 내리는 밤 묵호항 일대에 푸른 불빛이 보였다는 구전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된 항구마을의 전설이 현대식 전망 시설과 만난 셈이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핵심은 높이 59m 스카이워크다. 일부 구간은 강화유리 바닥으로 되어 있어 발아래로 바다와 절벽이 내려다보이고, 끝까지 걸어가면 묵호항과 동해의 수평선이 시야를 넓게 채운다. 스카이사이클과 자이언트슬라이드 같은 체험시설도 있어 조용한 골목 산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이용 정보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이용 시간을 동절기 기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월요일 휴장으로 안내하며,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어린이 1,600원으로 소개한다. 스카이사이클은 15,000원, 자이언트슬라이드는 3,000원으로 안내돼 있다. 운영 시간과 야간개장 여부는 계절과 현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 내려오면 해랑전망대로 이어진다. 해랑전망대는 바다 위로 뻗은 길이 85m 해상 보도 교량이다. ‘해랑’은 태양과 바다와 내가 함께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도깨비방망이를 형상화한 구조가 특징이다. 바다 위를 직접 걷는 듯한 느낌이 있어 묵호 여행에서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해랑전망대는 입장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안내된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스카이밸리와 연결되기 때문에 두 장소를 함께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낮에는 동해 바다의 색이 좋고, 밤에는 조명과 바다, 묵호항 불빛이 어우러져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묵호가 낮과 밤의 표정이 모두 좋은 이유다.
셋째 날은 시장과 항구를 보는 날로 잡으면 좋다. 동쪽바다중앙시장과 묵호항 일대는 묵호 여행에서 빠지기 어려운 생활형 관광지다. 활어, 건어물, 해산물 식당, 시장 먹거리가 이어지며, 바다를 보는 여행과 실제 항구의 삶이 맞닿는다. 여행지로 꾸민 공간보다 조금 투박하지만, 그 투박함이 묵호의 진짜 매력이다.
묵호항 주변에서는 회와 홍게, 해물탕, 장칼국수 같은 메뉴를 찾는 여행자가 많다. 시장 골목에서는 문어를 활용한 음식이나 간단한 분식, 지역 식당의 한 끼도 여행의 기억이 된다. 다만 성수기와 주말에는 식당 대기 시간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식사 시간을 조금 앞당기면 여유롭다.

식사 후에는 묵호항 수변공원과 어달항 방향 해안도로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은 묵호 여행의 마무리에 잘 어울린다. 항구의 분주함과 동해의 넓은 수평선이 동시에 보이고, 걷다가 카페나 작은 포토 포인트를 만나기 쉽다. 묵호 여행은 큰 이동보다 이렇게 짧은 산책을 여러 번 넣을수록 만족도가 높다.
2박3일 코스로 묶으면 첫날은 논골담길과 묵호등대, 둘째 날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 셋째 날은 동쪽바다중앙시장과 묵호항 수변공원을 추천한다. 시간이 더 있다면 한섬감성바닷길, 어달해변, 추암 촛대바위, 천곡황금박쥐동굴까지 확장할 수 있다. 다만 묵호 자체의 분위기를 느끼려면 너무 많은 명소를 억지로 넣기보다 묵호권 안에서 천천히 머무는 편이 낫다.
묵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편한 신발이다. 논골담길과 묵호등대 일대는 언덕과 계단이 많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는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바닷바람이 강한 날에는 체감온도가 낮고 유리 바닥이나 전망 시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름에는 모자와 생수, 겨울에는 바람막이를 챙기는 것이 좋다.

여행정보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묵호권역 일대
주요 명소: 논골담길, 묵호등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도째비골 해랑전망대, 묵호항, 동쪽바다중앙시장, 묵호항 수변공원
추천 일정: 2박3일 뚜벅이 여행
1일차: 묵호역 도착 → 논골담길 → 묵호등대 → 바람의언덕 주변 산책
2일차: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 해랑전망대 → 묵호항 야경 산책
3일차: 동쪽바다중앙시장 → 묵호항 수산시장 → 묵호항 수변공원·어달항 방향 해안 산책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높이 59m 스카이워크, 스카이사이클, 자이언트슬라이드 운영
해랑전망대: 길이 85m 해상 보도 교량, 입장료 무료로 안내
추천 대상: 뚜벅이 여행, 주말 2박3일, 강릉·속초 대체 여행, 항구마을 산책, 레트로 감성 여행, 야경 여행
방문 팁: 논골담길은 경사가 있어 편한 신발 필수, 도째비골 체험시설은 운영 시간·요금 확인, 바람 강한 날 전망시설 이용 주의, 시장 식사는 이른 시간대 추천
묵호는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명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실제 묵호의 매력은 단순히 이국적인 골목과 바다색에만 있지 않다. 이곳에는 묵호항의 노동, 어촌의 기억, 오래된 등대마을의 삶, 그리고 그 위에 덧입혀진 새로운 관광시설이 함께 있다. 그래서 묵호는 예쁘기만 한 여행지가 아니라, 걷고 나면 조금 더 오래 남는 여행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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