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와 산업도시를 잇는 국제관광회의, 지역 MICE의 실전 무대
PATA 2026 경주·포항 개최는 한국 관광산업이 지역 MICE 경쟁력을 국제무대에서 검증받는 기회다.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 연례 총회는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경주와 포항에서 열리며,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포항 일대가 주요 무대로 활용된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국제회의 유치가 아니라 문화유산, 해양·산업관광, 지속가능 관광을 하나의 일정 안에 담아내는 지역형 MICE 모델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PATA는 아시아태평양 관광 분야에서 정부, 지자체, 관광기구, 기업, 학계가 교류하는 대표적 국제 네트워크다. 올해 총회의 주제는 회복력 있는 미래를 향한 관광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팬데믹 이후 관광산업은 빠르게 회복했지만, 기후위기, 지역 과밀, 인력 부족, 여행 비용 상승,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경주·포항 총회는 이러한 의제를 한국의 지역 관광 현장에서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도시다.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월정교 등 신라 유산은 외국인 참가자에게 한국 관광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자산이다. 국제회의 참가자는 회의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를 걷고, 음식을 먹고, 지역 문화를 체험하며 개최지를 기억한다. 경주의 강점은 회의 이후의 시간을 관광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MICE 목적지가 갖춰야 할 ‘회의장 밖 콘텐츠’가 비교적 분명한 도시다.
포항의 참여는 이번 총회를 더 넓은 지역관광 실험으로 만든다. 포항은 철강산업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에는 해양관광, 야간경관, 스페이스워크 등 도시형 관광자원을 키워왔다. 경주가 역사와 문화유산을 담당한다면 포항은 산업도시의 변화와 해양 체험을 보여줄 수 있다. 두 도시를 연결한 일정은 참가자에게 전통과 현대, 문화와 산업, 회의와 여가를 함께 경험하게 하는 블레저형 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블레저는 업무와 여가를 결합한 여행 방식이다.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 회의에서 참가자의 체류 만족도는 개최지 평가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회의가 끝난 뒤 반나절 또는 하루를 더 머무르게 만드는 프로그램은 숙박, 음식, 교통, 지역 상권에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경주·포항이 이번 총회를 통해 참가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한다면, 지역 MICE가 단기 행사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지역 MICE의 성공 조건은 행사 유치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외국어 안내, 공항·철도 접근성, 도시 간 셔틀 운영, 숙박 품질, 회의장 주변 보행 환경, 야간 콘텐츠, 의료·안전 대응까지 세밀한 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경주와 포항처럼 두 도시를 연계하는 행사에서는 이동 동선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참가자가 이동 과정에서 불편을 느끼면 지역 연계의 장점은 약해진다. 국제회의의 평가는 프로그램의 내용뿐 아니라 전체 체류 경험으로 결정된다.

한국 MICE 산업은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 일부 광역시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지역 소멸과 관광 분산이 국가적 과제가 되면서 국제회의를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경주·포항 총회는 이 흐름의 상징적 사례다. 역사도시와 산업도시가 협력해 하나의 국제관광 행사를 운영한다면, 다른 지역에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지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회의 인프라를 결합하는 방식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PATA Annual Summit 2026은 한국 관광이 외래객 숫자만 늘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어떤 지역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묻는 자리다. 경주와 포항은 이미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남은 과제는 그 강점을 국제회의 참가자의 이동과 체류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일이다. 이번 총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K-MICE는 서울 중심의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문화와 산업을 함께 보여주는 단계로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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