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진에어가 통합 LCC 출범과 에어버스 기종 도입에 대비해 A320neo 시뮬레이터를 도입했다. 새 항공기 운항을 준비하는 차원을 넘어, 통합 과정에서 필요한 조종사 훈련 체계와 비상상황 대응 능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안전 투자다.
진에어는 지난 7일 A320neo FFS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FFS는 실제 항공기 조종실과 같은 환경에서 모의 비행을 할 수 있는 고성능 훈련 장치다. 조종사는 이 장비를 통해 실제 항공기와 유사한 계기, 조작감, 시야, 움직임을 경험하며 정상 운항뿐 아니라 악천후, 장비 이상, 비상 착륙 등 다양한 상황을 반복 훈련할 수 있다.
통합 LCC와 에어버스 전환을 함께 대비
이번 도입은 진에어가 올 하반기로 계획한 에어버스 기종 도입과 내년 1분기로 예정된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이뤄졌다. 진에어는 그동안 보잉 기종 중심으로 운항해왔지만, 통합 LCC 체제에서는 에어버스 계열 기종 운영 역량도 중요해진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까지 한 체계 안에서 훈련 기준을 맞춰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에어버스 기종 훈련 환경 확보가 필요하다.

연기 발생 장치로 실제에 가까운 비상상황 구현
이번 A320neo 시뮬레이터의 가장 큰 특징은 연기 발생 장치다. 기존 훈련이 상황을 가정하고 절차를 숙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새 장비는 조종실 안에서 연기가 발생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까지 구현할 수 있다. 조종사는 계기 확인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역할을 나누고, 절차를 수행하며, 실제 위기 상황에 가까운 조건에서 대응 능력을 익히게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리튬 배터리 과열, 기내 화재, 조류 충돌에 따른 연기 유입 등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매뉴얼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이 제한된 시야와 심리적 압박 속에서도 즉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진에어가 연기 발생 장치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FFS와 FTD에 약 220억 원 투자
진에어는 FFS에 이어 FTD도 추가 도입한다. FTD는 실제 움직임 구현은 없지만 항공기 시스템과 절차를 숙달하는 데 활용되는 비행훈련장치다. 조종사는 FTD를 통해 정상 운항 절차와 비정상 상황 대응을 반복 연습할 수 있다. 진에어는 두 장비 도입에 약 220억 원을 투자한다. 도입이 완료되면 진에어는 FFS 2대와 FTD 1대를 운용하게 된다.
훈련 인프라 확충은 위탁 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에어버스 기종 전환 과정에서 외부 훈련기관에 의존하면 교육 일정과 비용, 조종사 배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자체 훈련 장비를 확보하면 조종사 교육 일정을 더 유연하게 운영하고, 통합 LCC 출범 이후에도 표준화된 훈련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CBTA·EBT로 훈련 방식도 고도화
진에어는 교육 방식도 함께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역량 기반 훈련 평가인 CBTA와 증거 기반 훈련인 EBT를 병행하고 있다. CBTA는 조종사가 실제 운항에서 필요한 역량과 시스템 이해도를 평가하고 보완하는 방식이다. EBT는 비행 데이터와 정비 데이터, 실제 운항 사례를 바탕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협과 실수를 훈련 시나리오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정해진 항목을 반복하는 훈련과 다르다. 실제 운항에서 어떤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조종사의 판단이 늦어질 수 있는지, 어떤 절차가 더 정확히 숙달돼야 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훈련에 반영한다. 항공사 통합 과정에서는 이런 표준화된 교육 방식이 특히 중요하다.
통합 항공사에 필요한 공통 훈련 기준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통합 LCC 출범에 대비해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왔다. 세 회사의 운항승무원이 서로 다른 조직 문화와 기종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통합 이후에는 공통 기준에 따른 훈련과 평가가 필요하다. A320neo 시뮬레이터와 FTD 도입은 이 공통 훈련 체계를 뒷받침하는 장비 기반이 된다.
모든 시뮬레이터 훈련 과정은 녹화돼 디브리핑 자료로 활용된다. 조종사는 자신의 조작, 의사소통, 판단 과정, 절차 수행을 훈련 직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진에어 운항승무원들은 6개월 단위로 이런 실전형 훈련을 이수하게 되며, 기종과 직무에 따라 추가 훈련도 진행한다.
규모 확대보다 먼저 필요한 안전 인프라
이번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통합 LCC의 규모보다 안전 체계의 완성도다. 항공사 통합은 기재와 노선, 인력, 정비, 교육 기준을 맞추는 복잡한 과정이다. 특히 조종사 훈련은 운항 안전과 직결된다. 새 기종이 들어오고 조직이 통합될수록 같은 기준으로 반복 훈련할 수 있는 장비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진에어는 이번 시뮬레이터 도입을 통해 통합 과정에서도 운항 안전망을 더 촘촘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실전 중심의 고강도 훈련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하늘길을 지켜가겠다는 방침이다.
진에어의 A320neo 시뮬레이터 도입은 통합 LCC 준비가 운영 효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항공기 기종이 바뀌고 조직이 합쳐질수록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훈련과 안전 기준이다. 220억 원 규모의 훈련 장비 투자는 진에어가 에어버스 시대와 통합 LCC 체제에 앞서 안전 인프라를 먼저 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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