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발행인 ㅣ 여행레저신문
인도네시아가 한국 여행시장에서 새로운 목적지 이미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 여행자에게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발리로 기억돼 왔다. 발리는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이번 서울국제관광전(SITF 2026)에서 전한 메시지는 그보다 넓었다. 발리의 높은 인지도 위에 롬복, 플로레스, 마나도, 바탐 등 새로운 섬과 도시를 함께 올려놓고, 한국 여행자에게 더 입체적인 인도네시아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은 6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ITF 2026 현장에서 관광 캠페인 ‘Go Beyond Ordinary’를 소개했다. 캠페인 문구 그대로, 인도네시아는 한국 여행자에게 평범한 휴양을 넘어서는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휴양, 해양관광, 웰니스, 미식, 럭셔리 리조트, 골프, 허니문, MICE까지 한 나라 안에서 여러 여행 수요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울국제관광전 현장에서 만난 알리 안디카 와르드하나(Ali Andika Wardhana)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공관 차석은 이번 참가의 의미를 양국 간 관광 협력 확대와 인적 교류 강화에서 찾았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관광은 그 관계를 실제 사람들의 이동과 경험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숫자도 인도네시아가 한국 여행자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를 보여준다. 2025년 인도네시아를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49만6862명으로, 2024년 43만6054명보다 13.97% 늘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7번째 주요 관광객 송출시장으로 자리했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잠재시장이 아니라 이미 성과가 확인된 핵심 시장임을 보여준다.
한국 여행자는 목적지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한 번 신뢰가 형성된 여행지는 반복적으로 소비한다. 동시에 새로운 지역에 대한 반응도 빠르다. 검색, 블로그, 영상, SNS, 온라인 여행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비교하고, 여행사 상품과 개별 예약을 함께 활용한다. 인도네시아가 발리의 익숙한 이름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선택지를 제시하려는 이유도 이런 소비 구조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발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발리가 한국 여행시장에 쌓아온 높은 인지도와 신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전체의 여행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있다. 발리는 여전히 가장 강한 출발점이다. 다만 한국 여행 수요가 세분화된 만큼, 이제는 롬복과 플로레스, 마나도와 바탐 같은 지역도 각각의 여행 이유를 가져야 한다.
롬복은 발리와 다른 조용한 휴양지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플로레스는 섬 여행과 생태관광, 지역문화를 결합한 여행지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 마나도는 해양관광과 다이빙 수요에 적합하고, 바탐은 접근성과 리조트 휴양, 기업·인센티브 여행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아직 한국 대중시장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새로운 상품 기획과 콘텐츠 개발의 여지가 크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SITF 2026에 8개 관광업계 대표단을 구성해 참가했다. 지속가능 관광,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프리미엄 여행 경험을 중심으로 국내 여행업계와 실질적인 협력 채널을 넓히기 위한 구성이다. 인도네시아관에서는 다양한 인도네시아 커피도 함께 소개됐다. 커피는 단순한 시음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성과 미식, 문화 경험을 전달하는 상징적 콘텐츠로 활용됐다.
한국 여행자에게 인도네시아가 가진 경쟁력은 폭넓은 선택지다. 세계적인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 따뜻한 환대, 고급 숙박시설, 해양과 다이빙, 웰니스, 미식, 골프, 허니문 수요를 한 국가 안에서 제안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여행자들이 비용 대비 만족도와 경험의 질을 함께 따지는 흐름을 고려하면, 인도네시아는 합리적인 가치와 프리미엄 경험을 동시에 내세울 수 있는 여행지다.
접근성도 중요하다. 직항편과 항공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한국 여행자의 선택 장벽은 낮아진다. 발리처럼 이미 인지도가 높은 지역은 항공 공급과 상품 구성이 갖춰질 때 수요가 빠르게 움직인다. 반면 새롭게 소개되는 지역은 항공, 숙박, 현지 이동, 안전 정보, 한국어 콘텐츠, 여행사 교육이 함께 준비돼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홍보와 실제 상품화 구조를 함께 다듬어야 한다.
이번 참가에서 인도네시아가 만난 대상도 넓었다. 여행사와 투어오퍼레이터는 물론 MICE 기획자, 미디어, 기업 바이어, 관광산업 파트너가 모두 협력 대상이었다. 인도네시아관은 서울국제관광전 기간 중 B2B 미팅, 관광상품 프레젠테이션, 네트워킹 세션을 운영하며 국내 관광업계와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는 단순한 부스 홍보가 아니라 판매망과 콘텐츠 유통망을 함께 만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알리 공관 차석은 한국을 인도네시아 관광산업 발전의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여행상품 개발, 목적지 마케팅, MICE 협력, 항공과 호텔 협력 등 관광 가치사슬 전반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이 가진 디지털 기술, 목적지 마케팅 경험, 관광 인프라, 콘텐츠 소비 구조는 인도네시아 관광산업에도 의미 있는 협력 자원이 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SITF 이후 이어지는 세일즈 미션이다. 인도네시아는 서울국제관광전 참가에 그치지 않고 6월 10일 부산, 6월 12일 광주에서 관광 세일즈 미션을 진행한다. 이는 서울 중심의 일회성 홍보에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다.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은 수도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영남권과 호남권에도 해외여행 수요가 있고, 지역 여행업계와의 만남은 장기적인 상품 개발과 판매망 확대에 중요하다.
부산과 광주 세일즈 미션은 인도네시아의 한국 공략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에서 국가 이미지를 알리고, 지역 도시에서 여행업계와 실무 네트워크를 넓히는 방식은 목적지 마케팅에서 중요한 흐름이다. 특히 발리 너머의 섬과 도시를 판매하려면 현장 설명과 상품 상담, 지역별 여행사 네트워크, 반복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가 지역 세일즈 미션을 병행하는 것은 한국 여행시장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인도네시아가 집중하는 테마도 뚜렷하다. 웰니스, 미식,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골프, 허니문이 주요 축이다. 이는 한국 여행 소비의 변화와 잘 맞는다. 허니문 시장에서는 발리의 브랜드가 여전히 강하지만, 조용한 프리미엄 리조트와 새로운 섬을 찾는 수요도 커질 수 있다. 골프와 웰니스는 중장년층과 프리미엄 여행자를 연결할 수 있고, 미식과 커피는 젊은 FIT 여행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인도네시아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발리의 성공을 유지하면서, 그 너머의 지역에 대해 한국 여행자가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느 계절에 좋은지, 어떤 여행자에게 맞는지까지 설명돼야 한다. 국가 이미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별 이야기, 상품 구조, 항공 접근성, 현지 경험, 한국어 정보가 함께 준비돼야 시장이 움직인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 콘텐츠와 디지털 노출도 중요하다. 한국 여행자는 검색과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먼저 목적지를 이해한 뒤 상품을 선택한다. 새로운 지역은 여행사 상품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먼저 검색하고, 읽고, 비교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여행업계는 그 관심을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한국 내 성장 전략도 결국 목적지 홍보, 콘텐츠 마케팅, B2B 세일즈, 항공·호텔 협력이 함께 맞물릴 때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번 SITF 2026에서 인도네시아가 보여준 방향은 선명했다. 방문객 증가라는 시장 근거가 있고, ‘Go Beyond Ordinary’라는 캠페인 메시지가 있으며, 8개 관광업계 대표단과 함께 실제 비즈니스 만남을 만들었다. 여기에 부산과 광주 세일즈 미션까지 이어가며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 전체를 향한 접근을 넓히고 있다. 단순 참가가 아니라 시장 확대를 위한 단계적 행보다.
알리 공관 차석은 한국 여행업계와 The Travel News 독자들에게 인도네시아를 단순히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경험하는 곳으로 봐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문장은 인도네시아 관광이 앞으로 한국시장에 던져야 할 핵심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익숙한 나라지만, 아직 충분히 알려진 나라는 아니다. 발리는 잘 알려졌지만, 그 밖의 수많은 섬과 도시, 해양과 문화, 미식과 웰니스, 골프와 허니문, MICE 가능성은 더 넓게 소개될 여지가 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인도네시아는 발리’라는 익숙한 인식에서 한 걸음 더 넓어지는 일이다. SITF 2026과 부산·광주 세일즈 미션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한국 여행자에게 더 깊고 넓은 여행 경험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국내 여행업계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만들어간다면, 인도네시아는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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