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경주 여행의 중심이 신라 유적과 고분, 오래된 사찰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시선을 동쪽 감포 해안으로 돌리면 파도와 바람이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또 다른 경주의 얼굴을 만난다.
경주시 감포읍 전촌항 인근에 자리한 전촌용굴은 바닷물이 해안 암벽의 약한 부분을 반복해서 침식하며 형성한 해식동굴이다. 육지에서 바라볼 때는 거친 암석 해안처럼 보이지만 동굴 안으로 들어가 바다 쪽을 바라보면 암벽 사이의 열린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액자처럼 동해를 담아낸다.
전촌용굴은 사룡굴과 단용굴 두 곳을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사룡굴에는 동서남북을 지키는 네 마리 용이 살았고 단용굴에는 감포마을을 지키는 한 마리 용이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두 동굴은 감포깍지길과 해파랑길 11코스에서 만나는 해안 경관 지점이기도 하다.
군사작전지역에서 해안 탐방 명소로
전촌용굴 일대는 오랫동안 군사작전지역에 포함돼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해파랑길 조성과 함께 해안 산책로가 정비되면서 숲과 바위 해안을 따라 사룡굴까지 접근할 수 있게 됐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식동굴의 풍경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의 가치는 동굴 하나만 보는 데 있지 않다. 소나무가 이어지는 해안 숲길과 파도에 깎인 바위, 동굴 입구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이 하나의 동선 안에 이어진다.
탐방로 일부에는 나무 계단이나 안전 로프가 설치돼 있지만 일반 공원의 평탄한 산책로와는 성격이 다르다. 흙길과 바위 구간, 높낮이가 있는 길이 섞여 있어 접지력이 좋은 운동화를 신는 편이 좋다.
동굴 프레임 안으로 떠오르는 동해 일출
전촌용굴이 사진 여행지로 알려진 가장 큰 이유는 동굴 안팎의 극적인 밝기 차이다. 내부의 검은 암벽은 실루엣처럼 남고 입구 밖의 바다와 하늘은 밝게 드러난다. 자연이 만든 프레임 안에 수평선과 파도, 바위가 들어가는 셈이다.
해가 낮은 아침에는 암벽 가장자리에 빛이 닿으면서 동굴의 거친 표면이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일출 방향과 계절, 촬영 위치가 맞으면 동굴 입구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담을 수도 있다.

동굴 내부와 바깥 바다의 노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휴대전화로 촬영할 때는 바다 쪽 밝은 부분을 기준으로 노출을 낮추는 것이 좋다.
소나무 숲과 바다를 잇는 해안길
전촌용굴로 향하는 해안 숲에는 바닷바람을 견디며 자란 소나무가 이어지고 나무 사이로 감포 앞바다와 암석 해안이 반복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해안 가까이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바다의 색과 파도 소리가 한층 선명해진다. 한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다른 쪽으로는 바위 해안이 이어져 동굴에 도착하기 전부터 동해안 트레킹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름에는 그늘이 있는 숲길도 습도가 높고 벌레가 많을 수 있다. 모자와 식수, 해충 기피제를 준비하고 비가 내린 뒤에는 젖은 길에서 속도를 늦춰야 한다.

파도가 빚은 감포의 거친 암석 해안
동굴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바다 쪽으로 뻗어 있다. 검고 붉은빛이 섞인 암석 사이로 파도가 들어오고 빠지면서 하얀 포말을 만들고 바닷물이 고인 낮은 바위 틈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생긴다.
해가 낮아지는 시간에는 암벽의 굴곡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한낮의 강한 빛보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바위의 질감과 바다의 색을 함께 담기에 좋다.
바위 위에서 촬영할 때는 마른 것처럼 보이는 표면도 미끄러울 수 있다. 사진을 위해 파도 가까이 이동하거나 바위 끝에 서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사룡굴과 단용굴, 두 용의 이야기를 품다
전촌용굴은 사룡굴과 단용굴로 구성된다. 사룡굴은 네 마리 용이 사방을 지켰다는 설화를, 단용굴은 한 마리 용이 감포마을을 수호했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두 동굴은 접근 환경과 바닥 상태가 같지 않다. 탐방로가 비교적 잘 연결된 구간과 파도와 바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간이 나뉠 수 있으므로 현장 안내와 통제선을 따라야 한다.
동굴은 인공 조명이 설치된 관광동굴이 아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둡고 바닥에는 물과 젖은 바위가 이어진다. 어린이나 부모님과 함께라면 입구 가까운 안전한 지점에서 바다를 감상하는 편이 좋다.
물때와 파도가 여행의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해식동굴은 바다와 직접 연결돼 있어 물때와 파고에 따라 접근 여건이 크게 달라진다. 썰물에는 드러났던 바위가 밀물 때 물에 잠길 수 있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파도가 동굴 안쪽까지 밀려든다.
출발 전에는 감포 지역의 조석 시간과 파고, 풍랑특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조 전후나 너울성 파도가 예상되는 날에는 동굴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동굴 바닥은 자갈과 바위, 물이 뒤섞여 있어 발을 헛디디기 쉽다. 슬리퍼와 굽이 높은 신발은 피하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또 다른 감포의 얼굴
동굴 내부의 장면이 전촌용굴 여행의 절정이라면 해안 숲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공간 전체를 이해하게 해준다. 소나무 사이로 암석 절벽과 작은 만, 바다로 돌출된 바위들이 펼쳐진다.
동굴 안에서는 암벽이 시야를 좁혀 수평선에 집중하게 하지만 높은 숲길에서는 해안선의 굴곡과 파도의 움직임을 넓게 바라볼 수 있다.

여름에는 오전, 일출 여행은 철저한 준비를
여름철에는 해가 높아지기 전인 이른 오전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숲길의 온도가 비교적 낮고 동쪽 바다의 색도 선명하다.
일출 위치는 날짜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해가 뜨기 전에는 탐방로와 동굴 내부가 어두우므로 손전등이나 헤드랜턴을 준비하고 혼자 이동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일몰 이후에는 자연광이 빠르게 사라지고 동굴 내부가 완전히 어두워진다. 일반 여행자는 해가 지기 전에 탐방을 마치는 것이 좋다.
송대말등대·감포항과 묶는 반나절 코스
전촌용굴은 감포 해안의 다른 명소와 함께 둘러보면 반나절 여행으로 알맞다. 전촌항과 감포항의 어촌 풍경을 살펴본 뒤 전촌용굴을 걷고 해안선을 따라 송대말등대로 이동하는 동선을 구성할 수 있다.

해안 공사나 기상 상황에 따라 진입 동선이 달라질 수 있다. 출발 전에 경주시 관광 안내나 감포읍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이용 가능한 진입로와 통제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전촌용굴 여행 정보
여행지 경주 전촌용굴·사룡굴·단용굴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장진길 39 일원
연결 코스 감포깍지길 제1·8구간, 해파랑길 11코스
추천 시간 여름 이른 오전, 일출 전후
준비물 접지력 좋은 운동화, 식수, 모자, 손전등, 해충 기피제
안전 확인 조석 시간, 파고, 풍랑특보, 현장 통제 여부
주의사항 만조와 높은 파도 때 동굴 내부 진입 금지, 젖은 바위 접근 자제
연계 여행지 전촌항, 감포항, 송대말등대
문의 감포읍 행정복지센터 또는 경주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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