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회기자
인천 강화군 정족산 자락의 전등사는 절 한 곳을 보는 여행에 머물지 않는다. 삼랑성 성문을 지나 짙은 숲길을 오르면 조선 중기 목조건축인 대웅보전과 약사전,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사고, 병인양요의 역사를 간직한 양헌수승전비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인 381년 아도화상이 진종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중기 이전의 기록은 명확하지 않지만 창건 전승을 기준으로 현존 사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곳으로 널리 소개된다.
삼랑성 성문을 지나 시작되는 숲길
전등사의 첫인상은 법당보다 성곽과 숲에서 시작된다. 절은 단군이 세 아들에게 쌓게 했다는 전설이 전하는 삼랑성 안에 자리한다. 정족산에 위치해 정족산성으로도 불리며 남문과 동문이 주요 진입로다.
성문을 통과하면 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전각까지 거리는 길지 않지만 돌계단과 경사진 흙길이 섞여 있어 부모님과 함께 방문할 때는 속도를 늦추는 편이 좋다.
숲 사이로 기와지붕이 보이기 시작하면 전등사의 중심 영역에 들어선다. 성곽 바깥의 도로와 상업시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범종 소리와 바람 소리가 대신 들어온다.

1621년 다시 지은 보물 대웅보전
전등사 대웅보전은 조선 광해군 13년인 1621년 다시 지어진 건물이다. 정면과 측면이 각각 3칸인 팔작지붕 건물로 화려한 내부 장식과 정교한 조각이 돋보이는 조선 중기 사찰 건축으로 평가받는다.
대웅보전을 볼 때는 정면 현판과 단청만 확인하고 지나치기보다 처마 아래 공포와 기둥 윗부분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지붕을 떠받치는 사람 형상의 조각에는 절을 짓던 목수와 관련된 전설이 전한다.
법당 내부에는 석가여래 삼존불이 봉안돼 있다. 병인양요 당시 전투에 나섰던 장병들이 대웅보전 기둥과 벽에 이름을 남겼다는 흔적도 전해진다.
대웅보전 주변에는 약사전과 명부전, 삼성각, 종각 등 여러 전각이 배치돼 있다. 보물로 지정된 약사전과 범종까지 함께 살펴보면 전등사의 문화재 구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왕실의 기록을 지킨 정족사고
전등사 동쪽 언덕에는 정족사고가 복원돼 있다. 정족사고는 조선왕조실록과 왕실 서적을 보관했던 사고로 전등사가 국가 기록을 지키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강화의 사고는 마니산에서 운영되다 1660년 전등사 경내로 옮겨졌으며 1678년 이후 실록과 서적을 보관했다. 전등사는 사고를 지키는 사찰로 왕실의 보호를 받았다.
현재 보이는 건물은 옛 사고터를 복원한 것이다. 화려한 장식보다 기록을 지키기 위해 선택된 지형과 성곽 내부의 위치를 살펴보는 편이 의미가 크다.
병인양요 기억한 양헌수승전비
전등사 동문 방향에는 양헌수승전비가 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양헌수 장군이 이끄는 조선군이 정족산성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친 공적을 기리기 위해 1873년 세운 비석이다.

전등사가 호국불교의 도량으로 불리는 배경에는 이 전투와 승군의 참여가 있다. 대웅보전과 정족사고를 둘러본 뒤 동문으로 이동하면 왕실 기록을 지킨 공간과 외세 침입에 맞선 전투 현장을 한 흐름 안에서 볼 수 있다.
삼랑성 숲길은 1시간 이상 여유롭게
전등사 경내만 둘러보면 약 1시간이 적당하다. 대웅보전과 약사전, 범종각, 정족사고까지 보고 동문 또는 남문으로 내려오면 역사 산책 코스가 완성된다.
숲길을 더 걷고 싶다면 삼랑성 성곽을 따라 동선을 넓힐 수 있다. 오래된 돌담과 흙길, 소나무와 활엽수 숲이 번갈아 나타나 한여름에도 그늘이 많은 편이다.
다만 성곽길 전체가 평탄하거나 무장애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오르내림과 돌계단이 있고 비가 온 뒤에는 흙길과 돌 표면이 미끄러울 수 있다.

강화 전등사 방문정보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창건 전승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아도화상이 진종사 창건
주요 볼거리 대웅보전·약사전·범종·정족사고·양헌수승전비·삼랑성
추천 동선 삼랑성 남문 또는 동문→숲길→대조루→대웅보전·약사전→범종각→정족사고→원점 회귀
예상 소요시간 경내 중심 약 1시간, 정족사고와 성곽 숲길 포함 약 1시간 30분~2시간
관람료 무료

운영시간 일반 09:00~17:30, 하절기 08:30~18:30이며 계절과 행사에 따라 변동 가능
문의 032-937-0125
주의사항 법당 내부 촬영 여부를 확인하고 문화재 접촉을 피하며 성곽 돌계단과 젖은 흙길에서 미끄러짐에 주의해야 한다.
전등사는 1,600년이 넘는 창건 전승만으로 기억할 곳은 아니다. 삼랑성의 성문과 숲길, 조선 중기 대웅보전, 왕실 기록을 지킨 정족사고와 병인양요의 승전비가 겹쳐져 한국사의 여러 시대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부모님과 천천히 걷는다면 모든 성곽을 완주하기보다 숲길과 경내, 정족사고를 중심으로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오래된 절을 확인하는 여행이 아니라 숲과 건축, 국가의 기억을 함께 걷는 강화의 역사 산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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