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부킹닷컴이 글로벌 7인조 K-팝 월드투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행 검색 트렌드에 미친 영향을 공개했다. 지난 4월 고양 공연을 시작으로 이어진 월드투어 일정에 맞춰 주요 공연 예정 도시의 숙소 검색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6년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부킹닷컴의 글로벌 숙소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공연 일정이 도시별로 다른 점을 고려해 각 도시마다 분석 대상 숙박 기간을 설정하고, 해당 기간의 숙소 검색량을 전년 동일 기준과 비교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공연 예정 도시의 숙소 검색량은 전년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도시는 대만 가오슝이었다. 가오슝의 숙소 검색량은 전년 대비 1000% 이상 급증했다. 이어 호주 멜버른은 670% 이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620% 이상 증가했다. 시드니와 홍콩도 각각 480% 이상, 290% 이상 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수치는 K-팝 월드투어가 단순한 공연 이벤트를 넘어 실제 여행 수요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들은 공연이 열리는 도시를 중심으로 숙소를 검색하고, 공연 전후의 체류 일정까지 고려하며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콘서트가 목적지가 되고, 공연장이 도시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흐름이다.
특히 가오슝의 급등세는 주목할 만하다. 대만 남부의 항구도시인 가오슝은 기존에는 타이베이에 비해 한국 여행객에게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목적지였다. 그러나 대형 K-팝 공연 일정이 들어서면서 도시 자체에 대한 검색과 숙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공연이 지역 관광지의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멜버른과 시드니도 강한 증가세를 보였다. 호주는 한국과 아시아 팬들에게 장거리 목적지에 속하지만, 월드투어 일정은 이동 거리의 장벽을 낮췄다. 공연을 보기 위해 도시를 찾고, 그 과정에서 멜버른과 시드니의 문화·미식·쇼핑·관광 콘텐츠를 함께 소비하는 방식이다. K-팝 팬덤의 이동력은 이제 근거리 아시아 시장을 넘어 장거리 목적지까지 확장되고 있다.
자카르타의 성장도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는 K-팝 팬덤이 두터운 시장이며, 자카르타는 대규모 공연과 팬 이벤트가 자주 열리는 동남아 주요 도시다. 숙소 검색량이 62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현지 팬뿐 아니라 주변 국가 팬들의 이동 수요까지 겹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부킹닷컴은 같은 조사 기간을 기준으로 도시별 숙소 검색 유입국도 분석했다. 그 결과 국제적인 관심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일본 여행객은 분석 대상 8개 도시 모두에서 톱3에 포함됐다. 호주와 필리핀 여행객도 8개 도시 모두에서 숙소 검색 유입국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인접 시장을 넘어선 수요도 나타났다. 카자흐스탄은 방콕과 쿠알라룸푸르에서 각각 숙소 검색 유입국 5위와 4위를 기록했으며, 자카르타에서도 9위에 올랐다. 영국과 미국 여행객은 싱가포르, 시드니, 멜버른, 홍콩에서 모두 톱10에 포함됐다. K-팝 월드투어가 특정 지역 팬덤에 머물지 않고 장거리 시장의 여행 검색까지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여행객의 움직임도 일부 공연 도시에서 확인됐다. 부킹닷컴 조사 결과, 한국 여행객은 가오슝, 멜버른, 시드니의 공연 일정에 맞춘 숙박 기간 숙소 검색 유입국 톱10에 올랐다. 세 도시 모두에서 한국은 8위를 기록했다. 가까운 아시아 공연지뿐 아니라 호주 공연 예정 도시에서도 한국 팬들의 여행 수요가 나타난 것이다.
이 흐름은 ‘콘서트 여행’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과거 콘서트 관람은 현지 팬 중심의 이벤트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K-팝 팬덤은 항공권과 숙박, 도시 관광을 함께 움직이는 여행 소비층으로 진화했다. 팬들은 공연 하루만을 위해 이동하지 않는다. 공연 전후로 숙박을 잡고, 현지 맛집과 쇼핑, 관광지를 함께 찾으며, 도시 전체를 경험한다.
공연 도시 입장에서는 이 변화가 중요하다. 대형 콘서트는 숙박 예약과 항공 수요를 일으키고, 식음료·교통·쇼핑·관광 소비를 함께 확대한다. 특히 가오슝처럼 기존 관광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도시는 글로벌 K-팝 공연을 계기로 새로운 목적지로 부상할 수 있다. 공연장이 도시 브랜딩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셈이다.
여행 플랫폼에도 의미가 있다. 팬덤 여행객은 공연 일정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움직인다. 따라서 검색 시점, 숙박 기간, 도시별 수요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공연·축제·스포츠 이벤트와 숙소 검색 데이터를 결합해 수요를 예측하고, 여행객에게 더 적합한 숙박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부킹닷컴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니징 디렉터 로라 홀드워스는 “글로벌 콘서트 투어는 이제 공연 관람을 넘어 여행 계획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도 팬들이 공연 일정에 맞춰 숙소를 검색하고, 공연 도시를 여행지로 고려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부킹닷컴은 공연, 축제, 스포츠 이벤트 등 다양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여행객이 새로운 목적지를 발견하고 편리하게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폭넓은 숙소 옵션과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데이터는 K-팝의 경제적 효과가 음반과 공연 티켓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연 일정은 숙박 검색을 움직이고, 숙박 검색은 항공·교통·지역 소비로 이어진다. K-팝 월드투어는 이제 음악 이벤트이면서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관광지도를 바꾸는 여행 수요의 촉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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