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 기자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 자리한 지수승산부자마을은 600년 가까운 한옥 집성촌의 공간과 한국 근현대 기업가들의 성장사를 함께 볼 수 있는 마을이다. 김해 허씨와 능성 구씨 가문이 오랫동안 터를 이어왔으며,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와 허만정 GS그룹 공동창업주 등 한국 기업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의 생가와 고택이 골목 곳곳에 자리한다.
여름에는 낮은 돌담을 타고 오른 능소화와 마당의 배롱나무가 회벽과 기와지붕 사이에 색을 더하고, 마을 입구에서 고택·K-기업가정신센터·효주원·돌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약 1시간 30분의 도보 코스로 연결된다.

600년 집성촌, 기업가정신의 배경이 된 마을
지수승산부자마을은 단순히 오래된 한옥이 모인 관광지가 아니다. 마을의 핵심은 한 집안의 부를 과시하는 데 있지 않고 상업과 교육, 공동체 문화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 생활공간이라는 점에 있다.
승산리에는 구인회 창업주 생가와 허만정 본가를 비롯해 김해 허씨·능성 구씨 가문의 고택이 남아 있다. 일부 가옥은 문화재 또는 보존 대상 고택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다른 집들은 주민이 실제로 생활하는 사유공간이다.
[본문 이미지 1: seungsan-village-hanok-courtyard.jpg]

능소화가 감싼 대문과 여름 돌담길
승산마을의 여름 풍경은 골목에서 시작된다. 주황빛 능소화가 담장과 대문 위로 뻗고 회벽과 자연석 돌담, 검은 기와가 선명한 대비를 만든다.
한낮에는 그늘이 적은 골목이 많다. 여름철에는 오전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걷는 편이 편하며 능소화와 배롱나무의 개화 상태는 날씨와 강수에 따라 달라진다.
[본문 이미지 2: seungsan-village-trumpet-vine-gate.jpg]

한옥 12채가 이어지는 마을 전경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승산마을의 구조가 더 분명하게 보인다. 여러 채의 한옥이 독립된 담장과 마당을 갖추고 있으며 옛 지수초등학교 건물과 마을의 일반 주택이 함께 이어진다.
전통가옥이 한곳에 전시용으로 옮겨진 민속촌과 달리 승산마을은 주민의 생활과 보존 한옥, 교육시설이 한 마을 안에 섞여 있다.
[본문 이미지 3: seungsan-village-aerial-hanok-view.jpg]

옛 지수초등학교와 부자소나무
마을 관람의 출발점은 옛 지수초등학교 자리에 조성된 K-기업가정신센터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 오래된 소나무가 남아 있어 승산마을 출신 기업가들이 성장한 교육환경을 보여준다.
운동장의 큰 소나무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구인회 LG 창업주, 조홍제 효성 창업주와 관련된 이야기로 알려지며 부자소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세 사람이 직접 함께 심었다는 이야기는 지역에서 전해지는 상징적 서사로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문 이미지 4: jinju-k-entrepreneurship-center-pine.jpg]

마을 표지석에서 한옥길로 진입
승산마을 표지석은 마을 중심부와 고택 구간으로 들어가는 기준점이다. 처음 방문한다면 표지석 주변에서 안내도를 확인하고 K-기업가정신센터와 한옥 골목, 효주원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
[본문 이미지 5: jinju-seungsan-village-entrance-stone.jpg]
밤에는 한옥과 돌담의 선이 드러나
마을 안 한옥숙박시설을 이용하면 낮과 다른 승산마을을 볼 수 있다. 외부 조명이 기와 처마와 자연석 담장을 비추면서 건축의 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야간 산책을 하더라도 사유지와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숙박시설과 공공구간 주변에서만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본문 이미지 6: seungsan-village-hanok-night-view.jpg]
효주원·돌공원까지 연결하는 산책
허만정의 아호를 따 조성한 효주원은 마을을 걷다 잠시 쉬기 좋은 공간이다. 잔디와 조경수, 벤치가 있어 여름철 한옥 골목을 둘러본 뒤 쉬어가기 알맞다.
인근 돌공원은 수석과 조경 요소를 활용한 작은 관람공간이다. K-기업가정신센터와 고택 골목을 먼저 본 뒤 효주원에서 쉬고 다시 꽃이 핀 돌담길로 돌아오는 방식이 좋다.
문고리 전설보다 고택 보존이 먼저
승산마을에는 부잣집 대문의 문고리를 잡고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러나 실제 고택의 대문과 문고리는 주민 재산이거나 보존 대상이므로 개방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대문을 잡거나 흔드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진주 지수승산부자마을 이용정보
주소는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 지수로 506 일원이다. 야외 골목은 상시 개방하며 마을 입장료는 무료다. 마을 입구와 K-기업가정신센터 주변 공용 주차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전체 관람에는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걸린다. 주민 거주지 출입과 대문 접촉, 야간 소음은 삼가야 한다.
지수승산부자마을은 부자가 태어난 마을이라는 흥미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래된 한옥과 돌담, 학교와 정원, 주민의 생활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공간이며 한국 기업가들이 성장한 지역적 배경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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