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헝가리 여행은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 도시는 여행자의 시선을 붙잡는 힘이 있다.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부다와 페스트가 마주 서고, 강변의 국회의사당과 세체니 다리, 부다성, 어부의 요새가 한 도시의 윤곽을 또렷하게 만든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본 사람은 헝가리를 쉽게 잊지 못한다. 한국 여행자들이 짧은 동유럽 일정 속에서도 부다페스트를 오래 기억하는 이유다.
그러나 헝가리는 부다페스트에서 끝나는 나라가 아니다. 부다페스트가 첫 장면이라면, 그 다음 장면에는 온천과 와인, 호수와 작은 도시, 미식과 예술, 그리고 중부 유럽의 오래된 생활문화가 있다. 서울국제관광전에서 만난 가보르 켈레멘(Gábor Kelemen) Visit Hungary 아시아 담당은 한국 여행자들이 이제 그 다음 장면까지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켈레멘 담당자는 헝가리 국가관광청 산하 Visit Hungary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맡고 있다. 이번 서울 방문은 코로나19 이후 한국 시장을 다시 직접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는 “코로나 이후 시장이 달라졌다. 우리도 한국 시장을 다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헝가리는 한국 여행자에게 이미 알려진 나라다. 이제는 더 오래 머물고, 더 넓게 보고, 더 깊게 경험하는 목적지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여행자에게 헝가리는 오랫동안 동유럽 패키지의 중요한 한 장면이었다.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함께 둘러보는 일정 속에서 부다페스트는 강렬한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일정은 짧았다. 하루나 이틀 머물며 국회의사당과 강변 야경을 보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방식만으로도 부다페스트는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헝가리 전체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헝가리는 중부 유럽 카르파티아 분지에 자리한 내륙국가다. 수도는 부다페스트이며, 면적은 9만3012㎢, 인구는 약 954만 명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자 솅겐 지역 국가로, 공식 언어는 헝가리어, 통화는 포린트(HUF)를 쓴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등 여러 나라와 맞닿아 있어 유럽 여행의 연결성도 좋다.
헝가리의 매력은 한 가지 색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오스만 제국과 합스부르크 제국, 오스트리아·독일 문화권의 흔적이 건축과 음식, 도시 분위기 안에 남아 있다. 그래서 부다페스트는 고전적인 중부 유럽의 질서와 동유럽 특유의 정서, 오스만의 흔적, 현대적인 예술 감각이 함께 느껴지는 도시다. 짧은 일정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오래 머물수록 다른 얼굴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해외여행 시장은 달라졌다. 정해진 단체 일정만 따라가는 여행은 줄고, 개별여행과 소규모 맞춤여행, 가족여행, 커플여행, 프리미엄 여행 수요가 커졌다. 켈레멘 담당자도 이 변화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큰 패키지 그룹이 많았지만, 지금은 젊은 여행자와 개별여행자, 커플, 가족 단위 여행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화는 헝가리에 새로운 기회다. 헝가리는 짧게 지나가기보다 머물수록 매력이 살아나는 나라다. 수도 부다페스트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도시 풍경을 갖고 있고, 그 밖으로 나가면 온천 마을, 와인 산지, 호수 휴양지, 역사 도시들이 이어진다. Visit Hungary도 공식 관광 채널에서 부다페스트와 벌러톤 호수, 세계적으로 알려진 헝가리 온천을 주요 여행 자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켈레멘 담당자가 헝가리를 설명하며 가장 먼저 꺼낸 말도 ‘물’이었다. 그는 헝가리를 “물의 나라”라고 불렀다. 바다는 없지만 강과 호수, 그리고 지하에서 솟는 온천수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헝가리 관광청은 온천과 스파, 의료·웰니스 관광을 주요 테마로 소개하며, 미네랄 워터와 의료용 머드, 스파 호텔과 휴식 프로그램을 헝가리 여행의 중요한 자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온천과 겔레르트 온천은 세계 여행자에게 널리 알려진 공간이다. 이곳의 온천은 단순한 목욕 시설이 아니다. 궁전 같은 건축, 오래된 도시의 생활문화, 유럽식 휴식이 함께 담긴 장소다. 한국 여행자에게 헝가리 온천은 낯설면서도 친숙하다. 한국인은 온천과 물을 통한 휴식 문화에 익숙하지만, 헝가리 온천은 그 결이 다르다. 도시 한가운데서 역사적 건축과 함께 즐기는 유럽식 온천이다.
낮에는 부다페스트 거리를 걷고, 저녁에는 온천에서 몸을 쉬게 하는 하루는 헝가리 여행을 한층 깊게 만든다. 시니어 여행자에게는 웰니스 여행이 되고, 젊은 여행자에게는 부다페스트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체험이 된다. 켈레멘 담당자는 온천수와 미네랄 머드를 활용한 치료와 스킨케어, 휴식 프로그램도 한국 여행자에게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인도 헝가리를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이유다. 헝가리는 오랜 와인 생산 전통을 가진 나라다. 토카이 와인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에게르를 비롯한 여러 와인 산지는 지역 음식과 함께 여행 일정을 풍성하게 만든다. Visit Hungary의 헝가리 관광 자료도 벌러톤 주변 와인 지구와 토카이, 지역 식재료와 시장 문화를 헝가리 미식 여행의 중요한 축으로 소개한다.
유럽 와인 여행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헝가리 와인은 조금 다른 유럽을 찾는 여행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된다.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작은 도시를 걷고, 지역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일정은 헝가리 여행을 단순 관광이 아니라 체류형 경험으로 바꾼다. 한국에서도 와인과 미식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헝가리 와인은 새로운 유럽 여행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헝가리의 미식도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이야기할 만하다. 켈레멘 담당자는 한국 여행자들이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헝가리가 전통 음식뿐 아니라 미쉐린 레스토랑, 와인바, 현대적인 다이닝까지 갖춘 여행지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의 시장과 카페, 레스토랑은 짧은 도시 여행에도 즐거움을 준다. 지방으로 나가면 음식은 더 선명한 지역의 얼굴을 갖는다. 여행자가 한 나라를 오래 기억하는 순간은 때로 유명 관광지보다 한 끼의 식사에서 온다. 헝가리는 그런 기억을 만들 수 있는 나라다.
부다페스트 밖으로 나가면 헝가리는 더 넓어진다. 벌러톤 호수는 ‘헝가리의 바다’로 불리는 대표 휴양지다.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호수는 여름 휴식과 레저의 중심이 된다. 호수 주변에는 와인 산지와 작은 마을, 휴양 리조트가 이어진다. 다뉴브 벤드는 부다페스트에서 가까운 역사·자연 여행지다. 센텐드레, 비셰그라드, 에스테르곰을 잇는 일정은 부다페스트 체류 중 하루를 내어 다녀오기에도 좋다.
페치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에게르는 성과 와인으로, 토카이는 와인 산지로 각자의 색을 갖고 있다. 이 도시와 지역들은 헝가리를 단순한 수도 여행에서 벗어나게 한다. 부다페스트가 헝가리 여행의 첫 장면이라면, 이 지역들은 여행자가 그 나라를 조금 더 천천히 이해하게 만드는 다음 장면이다.
헝가리는 MICE와 기업 인센티브 여행에서도 한국과 만날 여지가 크다. 켈레멘 담당자는 “헝가리에는 삼성, SK 등 한국 기업의 투자가 많다”며 “기업 행사, 컨퍼런스, 인센티브 여행, 문화교류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는 회의와 행사를 열 수 있는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행사 뒤에 강한 여행의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도시다. 낮에는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저녁에는 다뉴브강 크루즈, 와인 디너, 온천 체험을 연결할 수 있다.
안전과 편리함도 켈레멘 담당자가 강조한 부분이다. 그는 헝가리를 “안전하고 친절한 여행지”라고 말했다. 가족, 커플, 허니문 여행자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카드 결제 환경도 잘 갖춰져 있어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행자에게 치안과 이동 편의성은 목적지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이다. 헝가리는 유럽을 처음 찾는 여행자에게도 비교적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나라다.
항공 접근성도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서울과 부다페스트를 잇는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장거리 목적지에서 직항 연결성은 여행 선택에 큰 영향을 준다. 직항이 있어야 여행자는 목적지를 쉽게 선택하고, 여행사는 단독 목적지 상품을 구성하기 쉬워진다. 헝가리가 동유럽 패키지의 일부를 넘어 독립적인 체류형 목적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항공, 현지 콘텐츠, 한국어 정보, 여행업계 협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번 서울국제관광전 참가에 대해 켈레멘 담당자는 “좋은 시작”이라고 했다. 부스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헝가리를 알고 있거나 방문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는 점도 반가워했다. 동시에 그는 한국 시장을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한국 여행자는 달라졌고, 관광청도 달라진 시장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여행사가 짜준 일정 안에 목적지를 넣는 시대에서, 여행자가 직접 목적지를 발견하고 선택하는 시대로 시장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켈레멘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한국 여행자에게 짧은 인사를 남겼다. “헝가리는 한국 여행자 모두를 환영합니다. 아름다운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시티 브레이크를 즐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도 밖의 지역 문화와 현지의 삶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헝가리는 이미 한국인에게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돼 있다. 이제 그 기억은 넓어질 차례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에서 시작해 온천, 와인, 호수, 지방도시, 미식과 예술로 이어지는 여행. 헝가리는 한국 여행자에게 다시 발견할 만한 유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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