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겨울밤에 뜨는 새해, 마타리키가 여행의 이유가 된다

한국의 여름이 장마와 무더위로 깊어질 때, 남반구 뉴질랜드에서는 한겨울 밤하늘 아래 마오리 새해 ‘마타리키’가 시작된다. 마타리키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뜻하는 마오리어로, 새벽 하늘에 별무리가 떠오르는 시기를 새해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별 관측, 전통 의식, 공연, 연날리기, 지역 음식 문화가 어우러진 이 시즌은 뉴질랜드 겨울여행과 쿨케이션을 새롭게 경험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 마타리키 새해의 일출
뉴질랜드에서는 한겨울 새벽 하늘에 마타리키 별무리가 떠오르면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사진 제공=TNZ

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별을 보며 새해를 맞는 마오리 전통, 쿨케이션 시대의 뉴질랜드 겨울여행으로 주목

한국의 여름이 무더위와 장마로 깊어지는 시기,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는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 계절 뉴질랜드 여행의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시원한 날씨에만 있지 않다. 한겨울 새벽 하늘에 별이 떠오르고, 그 별을 바라보며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 마오리 새해 ‘마타리키(Matariki)’가 있기 때문이다.

마타리키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뜻하는 마오리어다. 마오리 전통 달력인 ‘마라마타카(Maramataka)’에서는 이 별무리가 한겨울 새벽 동북쪽 하늘에 떠오르는 시기를 새해의 시작으로 여긴다. 마타리키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기리며, 현재에 감사하고, 새로운 한 해의 소망을 나누는 시간이다.

뉴질랜드는 2022년 마타리키를 공식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는 원주민 문화를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상징적인 결정이기도 하다. 이제 마타리키는 마오리 공동체의 전통을 넘어 뉴질랜드 전역에서 함께 경험하는 겨울 문화 시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뉴질랜드 마타리키 축제 연날리기 행사
마타리키 시즌에는 연날리기, 전통 공연, 스토리텔링 등 마오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사진 제공=TNZ

별을 보며 시작하는 마오리 새해

마타리키의 시작은 밤하늘이다. 해가 뜨기 전 새벽,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무리를 찾는다. 이른 새벽에 모여 별을 바라보고 의식을 올리는 ‘하우타푸(Hautapu)’는 마타리키를 대표하는 전통 중 하나다.

하우타푸는 단순한 천체 관측 행사가 아니다. 별과 자연, 사람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시간이다. 마오리 문화에서 하늘은 계절과 삶의 질서를 읽는 중요한 기준이었고, 별의 움직임은 농사와 어업, 공동체의 리듬과도 이어졌다. 마타리키는 그 세계관을 오늘의 여행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계절이다.

여행객도 이 기간 뉴질랜드 곳곳에서 현지인과 함께 마타리키를 경험할 수 있다. 마오리 전통 공연, 음악, 스토리텔링, 연날리기, 지역 축제, 전통 음식을 나누는 ‘카이(Kai)’ 문화 등이 뉴질랜드 전역에서 열린다. 축제는 화려한 볼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마오리의 역사와 자연관, 공동체 정신이 함께 담겨 있다.

로토루아 마타리키 드론쇼
로토루아에서는 마타리키 시즌을 맞아 드론쇼 등 현대적인 야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사진 제공=TNZ

쿨케이션으로 떠나는 뉴질랜드 겨울

최근 여행 시장에서는 무더운 여름을 피해 서늘한 지역으로 떠나는 ‘쿨케이션(Coolcation)’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한여름일 때 뉴질랜드는 겨울이다. 더위를 피하는 여행지로서 뉴질랜드가 가진 계절적 매력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 겨울여행의 가치는 단순한 피서가 아니다. 마타리키 시즌에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선명한 밤하늘, 마오리 전통문화, 지역별 겨울 액티비티가 함께 이어진다. 낮에는 설산과 호수, 온천, 도시 문화를 즐기고, 밤에는 별과 이야기를 만나는 여행이 가능하다.

특히 마타리키는 여행자가 뉴질랜드를 ‘풍경’으로만 소비하지 않게 만든다. 별을 바라보는 행위 안에 추모와 감사, 새해의 다짐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뉴질랜드 겨울여행을 한층 깊은 문화 여행으로 바꿔준다.

세계적인 밤하늘 여행지에서 만나는 마타리키

마타리키를 가장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은 별을 만나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세계적인 밤하늘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국제 다크스카이 보호구역과 보호지역이 여러 곳에 지정돼 있어, 도시의 빛 공해에서 벗어난 깊은 밤하늘을 경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은 아오라키 매켄지 국제 다크스카이 보호구역이다. 이 지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별 관측 명소로 꼽히며, 겨울철 맑은 밤하늘 아래 수많은 별을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다크 스카이 프로젝트(Dark Sky Project)’에서는 전문 가이드와 함께 별을 관측하며 마타리키 별무리와 마오리 천문학, 별에 얽힌 전설을 배울 수 있다.

별 관측은 단순한 사진 촬영을 넘어선다. 여행자는 마오리 천문학이 어떻게 계절과 삶의 리듬을 읽어왔는지, 별이 공동체의 기억과 새해의 다짐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들을 수 있다. 뉴질랜드의 밤하늘은 이 시기 하나의 문화 교실이 된다.

오클랜드부터 퀸스타운까지, 지역마다 다른 마타리키

마타리키 시즌은 지역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오클랜드에서는 국가 공식 새벽 의식과 대규모 빛 예술 축제 ‘투호노(Tūhono)’가 열리며, 도시 전체가 새해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문화 무대가 된다.

로토루아에서는 550대의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는 ‘마타리키 드론쇼’가 펼쳐진다. 지열과 호수, 마오리 문화로 잘 알려진 로토루아의 밤하늘에 빛의 장면이 더해지면서 전통과 현대 기술이 만나는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관광열차를 타고 카이코우라까지 이동하며 별을 감상하는 ‘마타리키 레일 익스피리언스’가 운영된다. 해안 절경을 따라 달리는 열차 여행과 별 관측이 결합된 방식이다. 퀸스타운에서는 새벽 스키장 정상에서 마타리키를 관측한 뒤, 일출과 함께 첫 슬로프를 내려오는 겨울 액티비티도 마련된다.

카이, 함께 먹으며 새해를 나누는 시간

마타리키는 음식으로도 이어진다. 마오리 문화에서 함께 식사하는 ‘카이(Kai)’는 공동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전통이다. 사람들은 민물과 바다, 숲과 대지에서 얻은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준비하고, 이를 함께 나누며 자연의 풍요에 감사한다.

이 시기 뉴질랜드 곳곳의 레스토랑에서도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마타리키 특별 메뉴를 선보인다. 오클랜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현지 셰프들이 마오리 전통과 현대적인 뉴질랜드 미식을 결합한 메뉴를 제안하며, 여행객도 마타리키의 의미를 미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여행에서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그 지역이 계절을 어떻게 맞이하고,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며,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다. 마타리키의 카이는 뉴질랜드 겨울여행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다.

뉴질랜드 겨울을 깊게 만나는 방법

마타리키는 뉴질랜드의 겨울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이자, 별과 전통, 공동체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특별한 시즌이다. 무더위를 피해 떠나는 쿨케이션 여행지로 뉴질랜드를 선택한다면, 마타리키는 그 여행에 분명한 이유를 더해준다.

여행자는 이 시기 뉴질랜드에서 별을 바라보고, 새벽 의식에 참여하고, 마오리 공연과 스토리텔링을 듣고, 지역 음식을 나누며, 도시와 자연을 오가는 겨울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시원한 나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별을 보며 새해를 맞는 문화적 체험이다.

뉴질랜드의 겨울은 조용하지만 깊다. 마타리키 별무리가 떠오르는 순간, 여행자는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뉴질랜드만의 방식과 만난다. 한국의 여름을 벗어나 남반구의 겨울로 향하는 여행이라면, 마타리키는 그 계절을 가장 특별하게 기억하게 할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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